2011년 3월 26일 토요일

무림드래곤5

 마뇌 VS 소마검과 월광검
  에이라나는 성벽 위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데프론 제국과 미렐 왕국의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도대체가 한 달 동안 속 시원해지는 전투가 없었다. 에이라나는 슬슬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내일 전투에 우리도 참가한다.”
  회의실에 찾아온 에이라나는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휘안과 로카나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최근 신 강국으로 떠오르는 오르칼 왕국에 대한 이것저것 토론하던 귀족들은 그 발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에이라나는 휘안과 로카나를 대리고 인적 없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일 전투에 나갈거니까 각자 몸이라도 풀어.”
  그 말에 로카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묵묵히 도를꺼내 간단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에이라나 역시 간단하게 몸을 풀료고 할 때 였다.
  “너 갑자기 무슨 바람이냐?”
  휘안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귀찮아서 전투를 참가하지 않던 에이라나가 웬일로 전투에 참가하겠단 말인가? 그것이 의아해진 휘안이 묻자 에이라나가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슬슬 답답해지고 따분해지기 시작해서.”
  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쿡 쉬며 가부좌를 튼 다음 명상에 들어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 달 정도라 생각했는데... 정말 한 달 만에 움직이는군.;
  이내 휘안도 명산에 빠져들었다. 에리라나 역시 명상에 빠져들어갔다. 다음 날. 데프론 제국이 공격을 시작했다. 거대한 발라스타로 공격에 들어간 데프론 제국이었다. 그 즈음 오르칼 왕국에서는 막 돌을 성벽을 향해 날리는 이상한 공성무기를 만들었다. 그것은 발석거였다. 그리고 이상한 폭발이 일어나는 무기도 개발했는데. 그것은 화약으로 만든 대포였다. 모드 마뇌였던 카프라스의 머릿속에 고이 잡자고 있던 기술이었다. 그가 지난번에 아프콘 공작에게 날렸단 조그마한 구체는 벽력탄이었다. 그것을 알지 못하는 휘안과 에이라나는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전혀 발석거와 대포를 상상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다. 자신들의 세계에 있던 무기이지만 그럴 가능성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에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신나게(?) 발라스타를 쏴 보내는 데프론 제국.
쾅! 콰가가가가가가강! 그들은 더 이상 발라스타를 사용할 수 없게 돠었다. 바로 탄검장을 날려버리는 에이라나와 휘안, 로카나 덕분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랜드소드마스터 셋의등장에 데프론과 미렐군 모두가 주춤했다. 아툰 제국과 이라노 왕국의 병력이 데프론 제국과 미렐 왕국군을 치고 들어가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쿵!
  “돌격!”
  "와아아아아아아!“
  도랑을 건너 상과 땅을 잇는 유일한 문이 열리면서 선봉으로 말을 탄 기사들이 앞장을 서고  뒤를 이어 기마병들이 치고 들어갔다. 에이라나와 휘안은 그대로 허공답보를 이용해 하늘을 달리면서 데프론, 미렐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툰, 아라노군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시작했고 성벽에서 뛰어 내려 지면에 도착한 로카나 역시 그런 두 사람을 돕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밀려버리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데프론과 미렐의 병사들.
하지만 그런 두 나라의 병사들은 비극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콰가가가가가가가강!
  모든 사람들이 침묵했다. 막 적국의 병사들을 밀어붙이가 l작한 아툰, 이라노 병사들도 , 막 적군에게 밀리기 시작한 데프론과 미렐의 병사들 승승장구하던 아툰과 이라노 기사들도.
그리고 이런 아툰과 이라노의 기사들에 대응하려던 데프론과 미렐의 기사들도. 양쪽 나라의 귀족들은 물론 심지어 에이라나, 휘안, 로카나도 침묵했다. 바로 한 존재가 사용한 마법 때문이었다. 9클래스 마법인 지옥의 압화 헬 파이어. 모두의 시선이 활활 타오르는 헬 파이어의 잔재로 향했다. 그곳에는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한 흑발의 흑안에 남자와 적발에 적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과 헬 파이어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은발의 은안의 여자가 있었다. 이 셋은 바로 용병계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소드마스터 최상급인 다크소드 카만, 소드마스터급의 검술에 8서클 유저인 마검사 레드매직 레랴, 8서클 마스터인 에랴. 이미 예상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군지 다 알 거라 생각한다. 모른다고? 그들은 바로... 에이라나의 아버지인 캬라만, 에이라나의 할머니 레랴나스, 에이라나의 어머니 에랴나니스였다.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세 드레곤. 그들의 정체는 몰론 비밀이었지만 이들은 이라노에서 엄청난 거금을 들여 고용한 용병들이었다. 이런 영우로 전면전에 나서게 된 세 사람 그리고 그런 그들 앞에 자신의 딸, 손녀가 나타났다. 에이라나는 은빛 가면의 여검사로 유명하지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엘란카넌이 그런 걸 일일이 가족들에게 알려줄 드레곤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에이라나가 자신들과 같은 전장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앞에 에이라나가 나타난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에이라나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세 사람을 병사들이 계속 막았고, 그것에 짜증을 느낀 에랴나니가 바로 헬 파이어를 시전한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집중되자 캬랴만과 레랴나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컨셉을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걸로 바꿔야겠군.”
  “그러게요...”
  그렇게 중얼거린 카랴만의 검에서는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가 더더욱 흉포한 기운을 부렸고, 레랴나스의 손에 있던 파이어 오브 버스트 볼은 더더욱 시뻘건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각각 그랜드소드마스터와 8서클 마스터인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에 모두의 얼굴에 경악기 스치고 지나갔다. 또 한명이 그래드소드마스터의 등장! 그리고 9서클 마법사 등장! 더불어 불꽃의 마검사 레니스와 동급의 마검사의 등장이었다!
  “파이어 오브 버스트 볼!”
  “... 우리 앞길 막지 말고 죽어라.”
  쾅! 콰가가가가가가강!
  카랴만의 검에서는 탄검강이, 레랴나스의 손에서는 8서클의 화염계 마법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에랴나니스는 마법을 난발하며 병사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다시 아수라장에 휩싸인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전투를 빨리 끝내야 겠다.”
  “그러게요...”
  에이라나와 로카나가 중얼거렸다. 그런 둘의 말에 휘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누군데? 드래곤 같은데...”
  그런 휘안을 보며 에이라나 대신 로카나가 말했따.
  “...에이라나 님의 가족 분들이시죠”
  “에?”
  로카나의 말에 멈칫하는 휘안. 그런 휘안을 보며 한숨을 푹 쉰 로카나가 말했다.
  “세분 중 은발과 흑발의 분들은 에이라나 님의 어머님, 아버님이시고 적발의 님은 에이라나 님의 할머님이십니다.”
  그 말에 입을 쩍 벌린 휘안. 그는 멍  눈으로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신나게 날뛰고 있는 세사람을.
  “묘하게 하는 행동 패턴이 닮았다? 그냥 대놓고 쓸어버리??? 것이...”
  “닥쳐!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닥쳐!”
  휘안의 말에 에이라나가 으르렁거렸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과한 실력을 나태내는 세 사람을 보며 안그래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에이라나였는데... 휘안까지 그것을 지적하며 중얼거리자 짜증이 몇배는 증폭되는 에이라나였다. 가족들을 심란하게 쳐다보던 에이라나가 양손에 흑아와 은아를 쥐었다. 그러더니 에이라나가 조금씩 회전하기 시작했다. 단번에 쓸어버릴 생각인 에이라나였다.
  에이라나, 휘안, 로카나, 에랴나니스, 카랴만, 리랴니스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무너져버린 데프론, 레릴군은 그대로 후퇴을 했다. 물론 군가를 거의 잃어버린 채였다. 원래대로라면 에이라나, 휘안, 로카나가 거의 다 잡았을 병사들을 에랴나니스, 카랴만 , 레랴니스가 모두 잡아버린 것이다. 아툰과 이라노의 모든 이들이 에랴나니스아 카랴만 그리고 레랴나스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작위를 받는다면 모두가 후작급 이상의 작위를 받을 만한 실력자들이 전부 이 전장에 몰려 있었다. 그런 실력자들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 대륙은 혼란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아한 것은 아툰 제국의 세 명의 그랜드소드마스터도 같이 사라졌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여섯 사람을 찾고 있을 때.
  “하이엘프족의 로카나가 위대한 종족 분들을 뵙습니다.”
  어느 숲속에서 귀?薩?여인이 은발, 흑발, 적발의 인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바로 파괴의 검사라 불리는 로카나다. 러카나의 인사에 카랴만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저 뒤에 인간은 뭐지?”
  카랴만의 물음에 에이라나가 대답했다.
  “괜찮아, 휘안은 나나 할머니, 엄마, 아빠의 정체를 아니까.”
  카랴만이 걱정한 것을 한 방에 날려준 에이라나였다. 에이라나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그랜드소드마스터이긴 한데... 왠지 이상하네?”
  그렇게 계속 생각에 잠겨 있던 에랴나니스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맞다, 마법의 기운! 엄마, 이 인간에게서 마법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에랴나니스의 말에 리랴나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그것도 8클래스급 마법의 기운이군. 응? 마법?”
  “아하~ 역시 엄마, 나이는 괜히 먹은 게 아니구나, 클래스까지 알아내다니, 그랜드소드마스터가 8서클급 마법을 사용...엥?”
  “...”
  세 드래곤이 침묵했다. 로카나도 놀란 표정으로 휘안을 쳐다보았다. 에이라나는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법은 언제 배웠냐?“
  에이라나의 물음에 휘안이 말했다.
  “엘란카넌 님께, 네가 수련 간 동안.”
  휘안의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신력은 이미 인간의 것을 벗어나버렸고 마나량도 마법을 난사해도 될 만큼 엄청나니... 좀 빠르지만 마법을 사용할 수는 있겠네."
  에이라나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에이라나를 불렀다.
  “저...에이라나야?”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에이라나.
  퍽!
  “커억!”
  바로 에랴나니스이 주먹이 에이라나의 머리에 작렬했다.
  “악! 왜 때려!”
  갑작스러운 에랴나니스의 공격에 머리를 부여잡고 에이라나가 소리쳤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에랴나니스가 말했다.
  “알아듣게 설명 좀 해봐라, 너만 알지 말고. 답답하다.”
  답답하다고 애를 패는 에랴나니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김없이 에랴나니스를 응징하는 손길이 있었으니...
  “애는 왜 때리냐?”
  퍼억!
  “컥!”
  바로 레랴나스였다. 똑같이 에랴나니스의 뒤통수에 주먹을 작렬하는 에랴나스. 그런 레랴나스를 보며 머리를 부여잡던 이랴나니스가 소리를 질렀다.
  “왜 때려요!”
  소리치는 에야나니스를 보며 에랴나스가 말했다.
  “네 잘못을 네가 모른단 말이더냐?”
  “전부 다 엄마한테 배운 거예요! 불만 있어요?”
  그렇다. 에랴나니스의 성격은 레랴나스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 받았다고 보면 되었다. 에이라나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착한 레랴나스. 하지만 그 진정한 성격의 실체는 바로 에랴나니스와 똑같다고 보면 되었다. 아니, 더 심하다고나 할까? 에랴나니스가 왜 드래곤 중에서도 성격이 더 더러울까? 바로 레랴나스의 영행이 아주 큰 것이다. 다만 레랴나스는 성격 뒤틀린다고 막 박살내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랴나니스는 실버드래곤이면서 레드 드래곤처럼 수틀리면 무조건 쓸어버리고 봤기 때문에 에랴나니스의 악명(?)이 더 높은 것이었다.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는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를 보며 한숨을 푹 쉬는 에이라나. 그리고 그런 두 드래곤을 보며 조금 얼빠진 표정을 짓는 휘안과 식은땀을 흘리는 카랴만. 뒤죽막죽 반응을 보이고 있을 때 로카나가 휘안에게 물었다.
  "어떻게 마법을... 그것도 8클래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로카나의 물음에 휘안이 물었다.
  “제가 8클래스 마법을 사용하는 게 이상한가요?”
  휘안이 웃으면서 말하자 로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합니다.”
  그런 휘안과 로카나의 대화를 들어며 카랴만이 다가왔다.
  “에...이름이...”
  카랴만의 물음에 휘안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이는  별 차이나 보이지 않아도 자신보다 수백배는 많은 카랴만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강하고.
  “남궁휘안입니다.”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이상한 이름이군. 남궁휘안 군이라.”
  카랴만의 말에 휘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휘안이라 하십시오. 그리고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 으흠... 휘안, 넌 그랜드소드마스터급의 검사다.”
  “예”
  “그런데... 왜 8클래스급 마법을 사용하지?”
  “엘란카넌 님께서 9클래스 마법을 시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깨달음에서 해매고 있기 때문에 9클래스 마법은 아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말했다.
  “흐음, 일간 그것은 넘기고... 당연하겠지만 마검사를 알겠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휘안. 그런 휘안을 보며 카랴만이 말했다.
  “그중 리샨 대륙에 존재하는 전 인간 마검사가 점부 드래곤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
  그 말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따.
  “이 대륙 사람들은 두 개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더군요.”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인간이 동시에 두 개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하지만 자네는   가능하잖은가, 마법과 검 둘 다 엄청난 경지에 들어 있어. 우리는 그것은 보고 놀랐다네.” 그렇게 말한 카랴만이 말을 멈추고 잠시 한숨을 쉰 다음,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보기에는 휘안 자네는 순순한 인간인데.”
  카랴만의 말에 휘안이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습니까”
  휘안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카랴만. 그런 카랴만을 보며 휘안이 말을 이었다.
  “분명히 ‘이 대륙 사람들’이라구요.”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카랴만을 보며 휘안이 웃으며 혈도에 대해 카랴만에게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대충 혈도에 대한 설명을 한 휘안이 다시 말했다.
  “전 이 혈자리를 통해 마나를 운용하거든요.”
  그런 휘안의 말에 카랴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러면 마나를 정말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겠군. 그리고 네 말대로라면 배꼽 아래 부분에 엄청난 마나가 모여 있으니... 마법사용이 가능하겠구나.”
  그 말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랴만이 납득하고 있을 때 로카나가 물었다.
  “하지만 휘안, 그랜드소드마스터급의 검사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그것이 마법 부분에서도 가능한 건가요?”
  그 말에 카랴만도 휘안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드래곤이 아닌 이상 아무리 마나량이 많아도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저렇게 섬세하게 마나를 다룬다면 검, 마법 두 개 모두 다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검으로는 그랜드소드마스터, 마법으로는 8클래스 마법사?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간의 몸으로는 말이다. 로카나의 말에 휘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에... 어차피 검의 깨달음이나 마법의 깨달음이나 같은 깨달음이니까 그렇죠.”
  그런 휘안의 말에 로카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같은 깨달음이긴 하지만 다르기도 한 것이 마법과 검이잖아요?”
  로카나의 말에 한숨을 푹 쉰 휘안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궁극적인 목표는 같은 것이죠.”그런 휘안의 말에 멈칫하는 로카나. 그런 로카나를 보며 휘안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 의지로 마법을 실현하기 때문에 마법의 발현속도는 거의 성룡급 드래곤과 맞먹어요.”
  그 말에 카랴만과 로카나가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후.
  “...혹시... 의지로 마법을 발현한다고 했나?”
  카랴만이 묻자 그런 카랴만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휘안이었다.
  “네.”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론 저 반대편에서는 에랴나니스와 에랴나스가 티격태격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그건 일단 접어두고.
  “...말이 안 되는군.”
  카랴만이 중얼거렸다. 의지로 마법을 발현 하는 것. 이것은 마법의 종족인 드래곤이 아니라면 중간계의 그 어떤 생물체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유사인종의 의지력과 드래곤의 의지력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드래곤의 의지력은 거의 신급에 가까웠다. 그것은 어리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잠재의지력이란 것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사인종들은 의지력이 아주 약했다. 초월자 급의 인간들도 의지력은 해츨링들의 의지력보다 야할 것이다. 의지력에 의한 마법 실현은 중간계에서 드래곤들을 제외한 그 어느 존재도 불가능한 것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깨버리는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다. 어지 그러한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있으랴? 그런 카랴만의 부정으 에이라나에 의해 깨졌다.
  “저 녀석 말이 맞아. 아빠. 휘안의 의지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드래곤과 맞먹을 정도야.”
  가만히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격처럼 구경하고 있던 에이라나가 카랴만과 휘안의 대화를 듣고 끼어든 것이다. 그런 에이라나의 말에 카랴만이 물었다.
  “도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거지?”
  그런 카랴만의 물은에 에이라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휘안에 대해서는 더 알려고 하지 마.”
  에이라나의 말에 카랴만이 휘안을 쳐다보았다.
  ‘마족일까?’
  하지만 마족이라기에는 느껴지는 기운이 청량하고 조금 냉기가 서려 있었다. 마족은 아니었다. 그렇게 카랴만의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쾅!
  “으갹!”
  갑자기 폭음과 함께 에랴나니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에랴나니스와 리랴나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에랴나니스에게 마법을 퍼부어버리고 있는 레랴나스와 그것을 막고 피하느라 급급한 에랴나니스가 있었다. 마법을 던지는 레랴나스는 엄청 살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하는 에랴나니스 또한 정말 맞으면 죽는다 하는 표정을 지으며 피하고 있었음을 당연하다. 그런 모습에 카랴만과 휘안, 로카나가 당황해Tekl 휘안과 로카나는 이해하겠는데 카랴만까지 당황한 것은 의외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카랴만의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가 대판 싸우는 것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에, 에이라나, 말려야 하는 거 아니냐?”
  휘안이 당황하며 물었다. 무척 살벌한 두 사람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휘안이었다. 휘안의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별로...”
  그런 에이라나의 말에 카랴만이 휘안을 거들었다.
  “휘안의 말이 맞는듯하구나. 어서 말려야 할 것 같아.”
  그런 카랴만의 말에 카랴만을 응시하는 에이라나. 에이라나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카랴만이었다.
  “아빠.”
  “응? 왜?”
  그렇게 자신을 반히 바라보던 에이라나가 자신을 부르자 의아한 표정을 카랴만을 보며 에이라나가 진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빠는 그렇게 빨리 죽고 싶어?”
  “쿠, 쿨럭!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에이라나의 물음에 카랴만이 당황하며 물었다. 그런 카랴만을 보며 에이라나가 계속 물었다.
  “아니면 딸이 아빠보다 먼저 세상을 하직하는 꼴을 보고 싶어?”
  “무, 무슨소리니?”
  하나하나 살벌 그 자체인 에이라나의말을 들으며 카랴만이 상당히 당황했다. 그런 카랴만을 쳐다보던 에이라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잠자코 구경이나 해, 지금 저 상태의 엄마랑 할머니의 싸움판에 끼어들면 죽음이야.”
  그렇게 뼈(?) 있는 말을 해준 에이라나가 갑작스럽게 과거의 일이라도 떠올랐는지 살짝 몸을 떨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2년 전, 에이라나가 29세였던 시절의 이야기 였다. 레랴나스의 영역에 있는 엘프마을에서 놀고 있던 에이라나는 실피드가 계속 자신에게 찝쩍거리는 바람에 실피드와 한바탕 칼춤(?)을 춰준 다음, 짜증나는 마음을 품고 레랴나스의 레어로 돌아왔다. 그날따라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가 소파에 앉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냉전 상태를 이미 려어 번 봤던 에이라나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거의 매일 그렇게 냉전을 하니 별로 놀랄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에이라나의 엄청난 실수였다. 그때 에이라나가 왜 그러냐고 분위기만 환기시켜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그 일명 ‘299테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299테러 사건이랑 에이라나가 299세 때 일어났던 일이라고 지어진 명칭이다. 당시 레랴나스와 에랴나니스가 벌인 싸움의 여파로 인해 피떡이 되었던 에이라나의 모습을 본 에란카넌과 드래곤 로드가 붙인 이름이었다. 물론 싸운 이유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다만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서 갑자기 터져버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바로 그 299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몇 분 전. 에이라나는 그저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샤워를 끝내고 옷을 다 입었을 때쯤.
  콰앙!
  엄청난 폭은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폭음에 당황한 에이라나는 재빨리 폭음이 들린 쪽으로 달려갔다. 경공술을 사용해 달리는 동안에도 계속 들려오는 어마어마한 폭음. 그리고 에이라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바로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평소에 툭툭 날려주는 장난스러운(?) 7~8클래스급의 약한(?) 마법과 다치지 않을(?) 정도의 9클래스 마법이 아닌, 제대로 상대를 해치려고 사용하는 마법들이었다. 에이라나는 큰일 났다고 생각하고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 하지만 다가가기도 전에 현경급이었던 에이라나는 좌절하고 말았다. 마법이 영향에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떡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지경이 된 에이라나를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싸우는 두 드래곤 때문에 마법의 영향권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 에이라나는 간신히 실드마법과 호신강기로 자신에게 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마법의 영향권 밖으로 나왔을 때 에이라나는 반죽음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세간에 에이라나는 그렇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에이라나는 정말 위험했었다. 간신히 얼마 남지 않ㅇㄴ 마나로 치료마법을 하며 온몸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을 느끼고 있던 에이나나. 그런 그녀가 정신을 잃을 때쯤 다행히 엘란카넌과 드래곤 로드가 와서 말끔하게 치료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에이라나의 상태를 본 엘렌카넌의 뚜껑이 제대로 열리는 바람에 레랴나스의 레어는 붕괴 직전까지 갔었다. 그 일로 인해 에이라나는 다른 드래곤들과 달리 조금 더 빨리 자신만의 레어를 갖게 되었다. 일종의 안전을 위해. 과거를 회상한 에이라나는 아직도 그 일만 생각되면 온몸이 오싹해지는 바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저렇게 두 드래곤이 싸울 때는 외면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에이라나 였지만 나머지는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심각한 두 드래곤을 보며 카랴만이 나섰다.
  “안 되겠다. 내가 말려보마.”
  결국 보다 못한 카랴만이 나섰다. 그런 카랴만을 보며 에이라나가 한마디 했다.
  “아빠, 살아남기를 진심으로 빌게.”
  그 말에 잠시 휘청거리는 카랴만이었지만 두 드래곤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카랴만은 에이라나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죽도록 후회해햐 했다.
  “으악! 좀 그만들 좀 해요! 커억!”
  카랴만은 두사람이 시전해대는 마법의 폭풍소에서 기겁하며 그 마법 하나하나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이라나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것을 죽도록 후회하며.  하지만 카랴만은 강하다. 매일 에랴나니스에게 밟히고 살지만 사실 에랴나니스보다 더 강한 것이 카랴만이었다. 그리고 옛날에 에이라나가 그렇게 떡이 되었던 이유는 그때는 그녀가 299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라나가 당했을 때보다 엄청 여유로운(?) 카랴만이 마법을 뚫고 에랴나니스에게 다가갔다.
  “에랴나니스, 좀 진정해!”
  “방해되니까 저리 비켜!”
  하지만 바로 카랴만의 머리를 옆으로 치우고 마법을 던지는 에랴나니스. 그런 에랴나니스를 보며 다시 레랴나스가 날린 마법을 피한 카랴만이 이번에는 레랴나스에게 다다갔다.
  “장모님! 진정하십시오!”
  “방해되니 저리 비키게, 사위!”
  그렇게 말하며 카랴만을 치운 다음 날아오는 마법을 방어하고 큰 거 한방을 날려주는 레랴나스였다. 레랴나스의 괴력에 멀리 밀려나버린 카랴만은 마법이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레랴나스의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대로 몇바퀴를 굴러버리는 카랴만이었다. 그것 때문에 꽤 충격을 먹은 카랴만은 일어나지도 못했다. 에이라나는 그런 카랴만에게 다가가 나뭇가지로 그를 쿡쿡 찌르며 카랴만에게 물었다.
  “아빠, 괜찮아?”
  에이라나의 물음에 카랴만이 대답했다.
  “안 괜찮아...”
  그런 카랴만을 보고 머리를 벅벅 긁는 에이라나였다. 휘안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또하나.
  ‘...저 드래곤들이 에이라나의 가족이긴 가족인가 보군.’
  이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밝은 에이라나는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휘안이었다. 에이라나의 습관 중 바뀌지 않은 것은 여러개 있었다. 걸핏하면 욕을 하는 것. 과격한 행동. 지극히 남자다운 행동 패턴. 그리고... 가족 앞에서만 정말 편안하게 웃는다는 것. 가족이 있기에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것.  지금 에이라나의 행동패턴은 에이라낙 전생에 무연이나 사혈사 앞에서만 보이던 행동이었다. 그 자신이 인정한 유일한 가족 앞에서만 보이는 밝은 모습, 그것을 에이라나가 지금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절로 미소를 짓는 휘안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마음 붙일 곳이 가족밖에 없는 에이라나를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휘안이었다. 결국 점점 과격해지던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의 싸움은 의외로 허무하게 끝이 났다. 바로 두 사람의 싸움을 말릴 이가 나타난 것이다. 말리는 것은 쉬웠다. 보다 못한 에이라나가 엘란카넌에게 고자질을 해버린 것이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엄마랑 또 싸우는데 그것 때문에 과거의 안 좋은 추억이 떠올라요,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 말을 마법으로 전해들은 엘란카넌은 이제는 싸움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반셩 수십미터를 초토화 시키기 시작하는 두 드래곤의 싸움터 한가우데에 메테오 하나를 친절하게(?) 떨어뜨려 주었다. 물론 에이라나들이 대화를 나누던 곳은 사람들이 올 수 없는 에그로스토 숲의 공터였기 때문에 그것을 본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에그로스토 슾은 몬스터들이 우글대는 곳으로 심지어 마계의 마물까지 산다고 전해지는 절대 금단의 숲이었다. 엘란카넌이 메테오를 떨구는 것을 미리 알아 실드를 치고 그것을 막은 카랴만과 에이라나, 휘안, 로카나는 무사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메테오의 시전에 반응도 못한 레랴나스와 에랴나니스는 메테오에 그대로 직격을 당했다. 물론 드래곤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어 죽지는 않았다. 다만 기절을 했을 뿐. 메테오의 여파로 기절해버린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를 깨운 엘란카넌은 무서운 눈으로 그녀들을 노려봤다. 당연히 두 모녀는 언제 싸웠냐는 양 서로를 꼭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면서 엘란카넌의 눈치를 봐야 했다. 언제 싸웠냐는 듯 정말 애처롭게 행동하는 두 모녀였다. 이미 자신들이 얼마나 이성을 잃고 싸웠는지 깨달은 상태였고 옛날에 에이라나가 다쳤을 때 얼마나 끔찍한 기합을 받았는지 잘 기억하는 두 모녀 였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아주 착하디학한, 인정많은 엘란카넌이었지만 그런 엘란카넌도 살벌해 질 때가 있었다. 바로 자신의 사돈인 라칸 앞에서는 상당히 살벌해졌다. 그리고 하나 더, 에이라나와 관련된 일이면 그의 앞에서는 일단 몸을 피하고 봐야 정상이었다. 이 가족이 역시나 콩가루 집안인지라 가장 얌전해 보이는 엘란카넌조차도 눈 뒤집히며 드래곤 로드도 길 정도로 무서운 드래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엘란카넌의 폭주를 말릴 수 있는 것은 역시 그와 비슷한 나이인 라칸밖에 없었다.
  “쯧, 모녀가 하나같이 유치해가지고...”
  레랴나스는 평소에는 괜찮은데 성격이 좀 튀어나오면 자신의 딸처럼 되어버리니 정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엘란카넌 이었다. 엘란카넌이 에이라나와 에랴나니스와 레랴나스를 비교하며 말했다.
  “어떻게 저렇게 착한 애의 엄마, 할머니가 이런 드래곤들 일고.. 이해할 수가 없구만.”
  그러가 카랴만도 고개를 끄덕였다 ‘로카나는 그거 그런가?’하고 생각했다. 에이라나 역시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뻔뻔하게 말이다. 하지만 거짓은 어제까지나 은폐될 수 없는 것. 너무도 당연하게 진실을 말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휘안이었다.
  “엘란카넌 님, 농담이시죠?”
  휘안은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엘란카넌에게 물었다. 그런 휘안을 보며 엘란카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가 말이냐, 휘안아?”
  엘란카넌의 물음에 휘안이 에이라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착하다는 거요.”
  그 말에 엘란카넌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라나가 착하지, 말도 잘 들어, 문제도 안 일으켜.”
  물론 이 말은 엄청나게 에이라나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실 에이라나는 가족들 앞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적이 거의 없었기에 가족들이 이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런 엘란카넌의 말을 들으며 휘안이 말했다.
  “그거 다 거짓이에요, 이 녀석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데.”
  휘안이 말도 말라는 듯한 말에 모두가 호기심 어린 표정이 되었고 에이라나의 표정은 반대로 처참하게 구겨졌다. 엘란카넌이 휘안을 보며 물었다.
  “호오~ 에이라낙 성질이 어떻게 더럽지?”
  엘란카넌의 말에 휘안이 에이라나와 있었을때의 일을 에이라나의 가족들에게 하나하나 자세하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하우현의 이야기가 아닌 오직 에이라나로서의 이야기 였지만. 그 말을 모두 들은 가족들의 얼글은 조금 굳어 있었다. 저말을 들어보면 에이라나는 상당히 더러운 성격의 소유자란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거 아냐?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것들이 내 성격을 건드려서 이렇게 된 거잖아.”
심지어 자각까지 없는 에이라나를 보며 모두가 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이 대답했다.
  “너한테 뭘 설명하겠냐?”
  그리고 그런 휘안의 말을 듣고 에이라나는 휘안에게 바로 검을 내질러 버렸다. 에이라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된 에랴나니스, 카랴만, 레랴니스, 엘란카넌은 황당한 표정으로 휘안에게 칼질을 하는 에이라나와 그것을 피하는 휘안을 쳐다볼 뿐이었다.
  “싫어!”
  날카로운 에랴나니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근처에 모든 사람이 귀를 막았다.
  “왜 에이라나와 움직이지 말라는 거예요!”
  에랴나니스가 엘란카넌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가 있으면 분명 이곳저곳을 다 휩쓸고 다닐 것이 뻔하니까.”
  엘란 카넌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소리쳤다.
  “아니예요!”
  “뻥치지 마! 이번에도 9클래스 마법을 사용했잖아!”
  그 말에 반박한 건은 에이라나였다. 에이라나가 소리치자 에랴나니스가 에이라나를 보며 소리쳤다.
  “이게 어디서 엄마한테 대들어!”
  하지만...
  퍽!
  “커억!”
  “넌 어디서 이 애비한테 대드냐?
  역시나 괜한 억지 부리다가 얻어맞는 에랴나니스였다. 머리를 부여잡고 낑낑거리는 에랴나니스를 보며 한숨을 쉰 에이라나가 말했다.
  “엄마랑 같이 다니면 엄마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골치 아파질것 같단 말야.”
  에이라나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말했따.
  “안 그런다니까.”
  머리를 문지르며 에랴나니스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이럴대 보면 누가 엄마고 누가 딸인지 정말 구별 안 가는 두 드래곤이었다.  결국 박박 우기는 에랴나니스 덕분에 에이라나 일행을 따라나서게 된 아랴나니스였다. 그런 에랴나니스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엘란카넌이었고. 의심받을 염려가 있으니 에랴나니스는 폴리모프를 하기로 했다. 25세의 금발에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으로 말이다. 폴리모프를 한 에랴나니스를 보며 에이라나가 말했다.
  “실버 드래곤이 웬 금발?”
  에이라나의 물음에 에랴나니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뭔가 상큼해 보이지 않아?”
  그 말에 레랴나스가 말했다.
  “발랄해 보이기는 뭐가...”
  그렇게 말하는 레랴나스를 보며 에랴나니스가 혀를 내밀며 말했다.
  “베~ 엄마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그래말로 정말 유치찬란의 표본인 에랴나니스였다.
  퍽!
  “켁!”
  “어디서 까불어?”
  “에 혀~ 에 혀~ 에에에 어무해 (내 혀~ 내 혀~ 너무해!)”
  그리고 바로 주먹으로 머리를 가격한 레랴나스 때문에 혀를 물어버린 에랴나니스였다. 자기가 자신의 혀를 문 것은 이루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리라 믿는다. 입을 가리며 땅바닥을 뱅글뱅글 구르는 에랴나니스를 보며 한숨을 푹 쉬는 에이라나였다. 과연... 이런 엄마를 데리고 유희가 잘 진행될지 의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이후 용병 카만, 레랴, 에랴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위약금으로 보이는 돈과 쪽지뿐.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떠납니다.]
  그것을 보고 아툰과 이라노는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대륙이 또 다른 강자들의 등장에 들썩였다. 모두들 세 용병의 행방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여러 나라와 다르게 평온한 나라가 있었으니... 갑자기 강대국으로 도약해 현재 데프론 제국의 국토를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던 오르칼 왕국이었다.
  오르칼 왕국의 카프라스 공작, 아니 마뇌 악안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지 않은가, 아툰 제국 쪽의 기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카프라스 공작의 얼굴은 조금 굳어 있었다. 아툰 제국의 천기가 너무도 강했다. 자신이 있음으로 대륙을 호령할 만한 힘을 가지게 된 오르칼 왕국과 대등할 정도로! 게다가 그 림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귀찮지만... 일단 아툰 제국부터 잡아야 하나?”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이 아툰 제국에 먹힐 수 있기에 미리 싹을 제거하려는 카프카스였다.
  “하지만 아툰 제국을 치려면 뒤가 불안한데...”
  데프론 제국을 놔두고 어찌 아툰 제국을 칠 수 있겠는가. 뒤통수가 불안해서 쉽게 나서지도 못하는 카프라스였다.
  “할 수 없지, 데프론 제국과 협상을 할 수밖에...”
  결국 데프론 제국과 협상을 생각한 카프라스였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두 나라는 잠시 소강상태이긴 하지만 엄연한 적군이다. 게다가 데프론 제국은 오르칼 왕국을 침공했다. 하지만 도리어 오르칼 왕국에게침공군이 패해 역효과로 영토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 오르칼 왕국과 데프론 제국이 협상을 하려고 할까? 물론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면 마뇌가 아니었다.
  “큭큭큭, 아프콘 공작을 살려두길 잘했지.”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 아푸콘 공작을 생포해두었던 카프라스 였다. 자신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 방패와 동시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줄 도구로서 말이다. 히죽 웃은 카프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리 머물고 있는 저택 지하에 자신이 키운, 일면 죽음의 기사단이라 불리는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아프콘 공작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기사들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지하 감옥이라는 것을 배고는 모두가 괜찮았다. 마나봉인 팔찌를 차고 검을 압수당하겐 했지만 고문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저번에 봤던 그 무시무시한 기사단이 자신에게 깍듯이 예를 차리자 조금 어색하기도 한 아프콘 공작이었다. 게다가 감방 또한 감방 치고는 너무도 호화로운 방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저녁식사 때가 됐을 때 인기척이 나기에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 평소 시중을 들어주던 기사들이 아닌 카프라스 공작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 아프콘 공작,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요?”
  친한 친구에게 하듯 말하는 카프라스 공작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 아프콘 공작이었다. 저런 자의 손에 잡혔다는 것이 좀 허무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전쟁에서 보여주던 모습과 너무도 상반되는 모습에 오싹 하기도 했다. 과연 어느 것이 진짜 모습일까?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이 대답했다.
  “카프라스 공작, 당신의 배려로 포로로써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바도 있소.”
  아프콘 공작의 말에 카프라스를 쳐다보던 아프콘 공작이 물었다.
  “그래, 무슨 일로 날 찾아오셨소?”
  아프콘 공작의 말에 카프라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아프콘 공작을 이제 슬슬 데프론 제국에 돌려보낼 까 싶어서 말이오.”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이 멈칫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를... 데프론 제국으로 돌려보내겠단 말씀이오?”
  그 말에 카프라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했소, 아프콘 공작.”
  그런 카프라스를 보며 아프콘 공작이 물었다.
  “왜 보낼 생각을 하는 것이오?”
  그 말에 카프라스가 말했다.
  “이제 슬슬 데프론 제국 쪽에서도 우리 오르칼 왕국을 치자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협상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지요.”
  “협상?”
  의아한 듯 되묻는 아프콘 공작을 보며 카프라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소, 협상.”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잠시간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자고 그런 것이오?”
  온담 삼아 던진 아프콘 공작의 말이었지만 되돌아온 대답은 허무할 정도로 정론이었다.
  “어찌 아셨소? 잠시간 불가침 조약을 맺기 위해 아프콘 공작을 귀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카프라스의 말에 아프콘 공작이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잠시간 불가침 조약을 위해... 협상한다고 했소?”
  그 말에 카프라스가 웃으며 말했다.
  “이야~ 이러면 이야기가 빠르지요. 그렇소, 우린 귀국과 일시적으로 불가침 조약을 위해 협상을 준비하는 것이오.,”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이 얼바진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을 위해 일시적인 불가침 조약을 한다는 것이어? 군가를 재정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미 군사의 재정비는 끝난 상태니 말이다. 그리고 다음에 들린 말에 아프콘 공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툰 제국을 치지 위해서요.”
  “...”
  침묵하는 아프콘 공자r. 그리고 잠시 후 웃으며 물었다.
  “뭐라고 했소? 아툰 제국을 친다고?”
  “그렇소, 아툰 제국을 친다 하였소.”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이 경악했다.
  “지금 아툰 제국을 친다 하셨소!”
  그 말에 카프라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몇번을 말해야 알겠소?”
  그런 카프라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 어찌... 정말 아툰 제국을 칠 생각이오?”
  그 말에 카프라스가 말했다.
  “안 될 것도 없지요.”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은 할말을 잃었다. 카프라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일시적인 휴전만이 아닌 데프론 제국과 데프론제국의 동맹국의 도움도 필요하니 좀 도와줬으면 하오.”
  그렇게 협살 준비가 하나씩 진행되고 있었다.
  “...협상 제의?”
  데프론 제국의 황제가 지신 앞에 있는 오르칼 왕국의 사신을 보면 물었다. 그 말에 오르칼 왕국의 사신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사신은 이 자리에 자신을 보낸 카프라스 공작이 죽도록 미울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지라 결국 자신이 지목되고 만 것이다. 출발하기 전에 이번 일만 잘 성사되면 백작에서 후작으로 올려준다는 카프라스 공작의 말을 듣고 꼭 성사하기만을 빌면서 말이다. 데프론의 황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감히 어디서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협상 제의를 해온단 말인가! 협상 따위의 더러운 수로 남의 나라의 땅을 그냥 가져갈 속셈이렷다!”
  아무리 패기가 짙다고는 하나 아직 나라가 망하기 일보직전은 아니었다. 오히려 데프론 제극은 드레곤들과 에이라나, 휘안, 카프라스가 없었다면 대륙을 통일 하고도 남을 강력한 나라인 것이다. 그런 나라의 황제에게 황제로서의 위엄이 없다면 말이 되지 않았다. 고함을 지르는 데프론 황제를 보며 사신이 고개를 저었다.
  “그, 그것이 아닙니다.”
  “듣기 싫다! 감히 왕국 주제에 우리 데프론 제국의 영토를 조금 빼앗아갔다고 기고만장한 것이냐!”
  데프론 황제의 말에 사신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런 사신을 구해준 것은 아프콘 공작과 더불어 데프론 제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지고 있는 사람중 한 사람인, 지금은 4명으로 늘어났지만 원래는 3대 9클래스 마법사 중 하나인 제프론 공작위를 가지고 있는 에르스토 공작이었다.
  “폐하, 일단 사신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오르칼 왕국은 이제 더 이상 소국이 아니옵니다. 저희 제국의 영토를 빼앗아 크기는 했지만... 일단 당당한 강대국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가장 많은 소드마스터 보유국이기도 하지요. 그런 나라의 사신을 핍박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봅니다.”
  에르스토 공작은 어릴 때부터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황제의 학문적 스승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일하게 황제를 말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에르스토 공작의 말에 황제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크흠, 알겠소.”
  그렇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변한 데프론 황제가 날카로운 눈으로 물었다.
  “협상 내용은 무엇이냐?”
  그 말에 사신은 속으로나마 살았다고 외치며 입을 열었다.
  “저, 저희 오르칼 왕국과 데프론 제국이 잠시 동안 휴전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가 멈칫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휴전?”
  “예. 그리고 데프론 제국과 데프론 제국의 동맹군에게 길을 내어달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길을 내달라? 그게 무슨 소리냐!‘
  그 말에 침을 한번 꿀꺽 삼킨 사신이 말했따.
  “아툰 제국을 치기 위해서입니다.”
  사신의 말에 알현실이 침묵에 빠졌다. 데프론 황제는 잘못들었나 싶어 귀를 후빈 다음에 다시 물었다.
  “뭐라고 했나? 다시 말해보게, 요즘 환청이 들려.”
  데프론 황제의 말에 사신이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아툰 제국을 치기 위해 길을 내주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알현실에 있던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협상은 몇 주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우선 아프콘 공작을 돌려받는 일이 먼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르칼 왕굴이길만 빌려주면 아툰 제국을 치겠다고 하니, 이건 데프론 제국이 쌍수를 들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몇몇은 함정일지도 모른다고 극구 반대를 했지만 설마 오르칼 왕국이 남의 나라 안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하겠는가? 아무리 오르칼 왕국이라 해도 남의 나라 안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우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신의 집 안마당에서의 싸운에서 질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협상을 하기 위해 데프론 제국에서는 에르스토 공작기, 오느칼 왕국 쪽에서는 당연히 카프라스가 나왔다. 그렇게 협상은 두 나라의 국경 중간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상당히 의외인 것은 바로 오르칼 왕국의 협상단 측에 아프콘 공작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에으스토 공작도 상당히 놀란 듯 당황했다.
  “아프콘 공작.”
  협상 자리에서 앉아 있던 에르스토 공작이 놀란 듯 자리에서 벌떡 잇어났다. 그런 에르스토 공작을 본 아프콘 공작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에르스토 공작님,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 아프콘 공작을 보며 카프라스가 말했다.
  “일단은 데프론 측 진영으로 가시지요, 아프콘 공작.”
  카프라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자 아프콘 공작은 에르스토 공작 옆으로 다가갔다. 데프론 제국 측은 그것을 보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길을 내준 다음 보내줄 것이라 생각했던 아프콘 공작을 벌써 보내주다니, 너무도 의외였다. 아프콘 공작이 데프론 측으로 가자 카프라스가 싱긋 웃은 뒤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죠.”
  그 말에 양국 협상단 모두가 준비된 자리에 앉았다. 카프라스는 큰일을 해냈다고, 지난번 데프론 제국에 사신으로 갔던 사신을 협상귀족 명단에 넣어 데려왔다. 협상귀족은 총 다섯이었다. 그중에서도 카프라스가 직접 명단에 넣었다는 것은 앞길이 훤하다는 뜻이었다. 그 때문에 귀족들의 얼굴은 매우 밝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에르스토 공작이 조금 놀랍다는 듯 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설마하니 아프콘 공작을 협상을 치르는 자리에서 바로 보내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소.”
  그 말에 카프라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잠시 동안 평화롭게 지낼 것인데 너무 살벌하게 있으면 뮛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에르스토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군. 혹시 압니까, 잘하면 동맹국이 될지 말이오.”
  에르스토 공작의 말에 카프라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렇게 몇마디 주고받은 뒤 카프라스와 에르스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에르스토는 카프라스의 첫인상에서 상당한 호감을 느꼈다. 아프콘 공작의 안색이 별로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카프라스에게 상당한 대접을 받은 모양이었다. 불쾌한 표정도 별로 없었다. 이것은 적지에서 정말 편안하게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게다가 카프라스는 아프콘 공작을 잡은 지략가에다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검사였다.  이렇듯 무력과 지력을 모두 갖춘 카프라스는 에르스토 공작에게 있어 상당히 호감이 가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마디 주고받은 에르스토 공작과 카프라스 공작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일단 귀국에 대한 전쟁 보상금은 받지 않길 하죠.”
  카프라스 공작이 먼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에르스토 공작을 제외한 전 귀족이 놀랐다. 일단 이번 협상에서는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다. 그에 데프론 황제도 보상금은 최소화하라고 미리 언질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데프론 황제의 걱정과는 다르게 보상금이 필요 없다니... 오르칼 왕국의 귀족 측에서는 큰일 날 일이고 데프론 제국에서는 춤출 일이었다. 에르스토 공작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우리가 귀국을 침공해 귀국이 그것을 보호하고자 본국의 군대를 전멸시키고 본국의 영토로 밀고 들어온 것이니 어느 정도 보상은 해주겠소.”
  그 말에 이번에는 오르칼 왕국의 귀족을의 얼굴이 밝아졌고 반면 데프론 귀족들의 얼굴은 죽상이 되었다. 그 말에 카프라스가 말했다.
  “그러면 귀국의 호의를 받겠습니다.”
  그렇게 보상금은 총 5,000 골드를 받기로 결론이 났다.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길은 내준다는 것에 모든 나라가 허락을 하였소. 그러니 이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에르스토 공작이 말을 잠시 멈췄다. 그런 그를 보며 카프라스가 말했다.
  “휴전 기한은 1년으로 하죠.”
  그 말에 에르스토 공작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1년이라 했소?”
  그 말에 카프라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툰 제국과는 1년 정도 전쟁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타격을 입히고 돌아올 생각이죠. 뭐, 그때 얻은 영토는 다시 귀국과의 협상을 통해 처리하기로 하죠. 저희도 본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땅을 관리하기는 힘드니 말입니다.”
  그 말에 에르스토가 고래를 끄덕였고, 그렇게 휴전 기한은 1년으로 잡혔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프콘 공작이 물었다.
  “제일 먼저 어디를 칠 것이오?”
  그 말에 카프카스라 히죽 웃으며 마랬다.
  “이라노의 테프로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그 말은...”
  에르스토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카프라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예, 제 첫 목표물은 ... 아툰 제국의 황태자와 그랜드소드마스터 셋입니다."
  테프로스는 레릴 왕국와의 국경에 있는 곳으로, 중요 요충지중 하나이자, 지금 20만 아툰 제국군이 주둔해 있는 이스 성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얼마 안가 대륙에 놀라운 소식 하나가 퍼져 나갔다. 바로 오르칼 왕국과 데프론 제국이 협상을 했고, 두 나라는 공식적으로 1년 동안 휴전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아프콘 공작은 데프론 제국에 돌려보내졌다. 아프콘 공작은 잠시 쉰 뒤 전장에 투입되어 수많은 나라의 공포의 대상으로 다시 군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데프론의 에르스토 공작이 오르칼 왕국에서 생활하고있다는 것이었다. 이 놀라운 사실에 모두가 경악했다. 이건 거의 동맹국이나 마찬가지 처사였다. 그 콧대 높은 데프론 제국이 자신의 나라를 침공한 나라와 동맹을 맺는다? 정말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소문의 반은 사실이었다. 아프콘 공작과 에르스토 공작은 일단 오르칼 왕국과의 동맹을 원하고 있었다. 황제 또한 두 공작이 동맹을 하자고 한다면 오르칼 왕국이 요청하는 순간 바로 동맹을 승낙할 것이다. 물론 카프카스가 그럴 리는 절대 없지만 말이다. 조금씩 영토를 넓혀나갈 생각인 카프라스였다. 한 번에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니 말이다.
  에이라나와 휘안은 감이 상당히 발당해 있었다. 자신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으며 그 감각이 즉시 발동되었다. 둘은 로카나와 키라이스트들과 함께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일단 에fisk니스는 도중에 합류하기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차를 마시던 두 사람이 갑자기 굳었다. 에이라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찻잔까지 떨어뜨렸다.
쨍그랑! 상당한 위화감을 느낀 에이라나가 갑자기 찻잔을 떨어뜨리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나, 갑자기 왜 그래?“
  키라이스트가 의아한 듯 묻자 에이라나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키라이스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너도... 느꼈냐?”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상당히 굳은 표정의 둘을 로카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
  “도대체... 뭘 말하는 겁니까?”
  그 말에 휘안이 대답했다.
  “로카나.”
  “예?”
  휘안의 부름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로카나를 보며 휘안이 대답했다.
  “다음 전투... 준비 철저히 하세요.”
  그런 휘안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라나도 키라이스트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도 조심해.”
  모두의 시선이 에이라나에게 향했다. 그러자 에이라나가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다음번 전투는 상당히 위험하다. 잘하면 패할지도 몰라.”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엄청난 위화감 말이다.
  카프라스가 이끄는 오르칼 왕국군이 드디어 출전했다. 병력 수는 총 15만, 나머지는 수도를 지키기로 했다. 모두가 이 숫자로 20만 대군의 아툰 제국군을 상대할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군사 5만은 데프론 제국군을 침공해서 완승을 거둔 무적의 군대라는 것을 알고는 모두가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15만 대군이 출전을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오르칼 왕국의 출전에 데프론 제국과 몇몇 동맹국을 제외한 모두가 놀란 나머지 오르칼 왕국의 행보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오르칼 왕국은 요즘 가장 돌풍을 일으키는 나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오르칼이 데프론 제국 쪽으로 진격하기 시작하자 그것에 모두가 ‘협상이 깨졌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의아함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바로 데프론 제국이 오르칼 왕국이 진격하는 길을 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경악했다. 도대체 어떤 협상을 했기에 길을 빌려준단 말인가! 그리고 그 길로 가는 오르칼 왕국도 정말 경악할 만한짓을 하고 있었다. 저대로 공격이라도 받으면 끝이 오르칼 왕국이었다. 그러니 절대 공격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는 진군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엇다. 그렇게 그대로 데프론 제국의 국경을 밟으며 오르칼 왕국은 진격에 진격을 거듭하고 있었다. 에르스토 공작은 잠시 동안 같이 움직이다 그대로 데프론 제국의 황궁으로 돌아갔다.
  에르스토 공작은 데프론 황제와 일대일 면담을 하고 있었다. 데프론 황제가 물었다.
  “괜찮겠소? 에르스토 공작?”
  그 말에 에르스토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예, 카프라스는 현명한 자입니다. 남으 땅에서 싸우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황제가 말했다.
  “그래도 짐은 좀 불안하구려. 카프라스 공작이 이끄는 5만 군대는 우리 제국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던 군대가 아니오?”
  그 말에 에르스토 공작이 황제를 안심시켰다.
  “일간 카프라스 공작의 눈에서 거짓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툰 제국에 큰 타격을 입힐 것입니다.”
  그말에 데프론 황제가 물었다.
  “그럼, 오르칼 왕국군이 점령한 땅은 어찌 되는 것이오? 오르칼 왕국이 관리하기는 힘들 터.”
  “그건 우리가 얻은 오르칼 왕국군의 국경과 잇닿은 땅과 바꾸면 되는 것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땅을 교환한다?”
  “예 그리고 오르칼 왕국과는 어떻게는 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는 슬쩍 얼굴을 찌푸였다.
  “아무리 오르칼 왕국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꼭 동맹을 맺을 필요는 없지 않소?”
  에르스토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황제폐하. 카프라스... 그자는 실로 무서운 자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서운 자라니?”
  “...그와 같이 있다 보면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생깁니다. 꼭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리고 그를 처리한 계획을 세울 때마다 늘 제 직감이 말은 합니다.”
  에르스토 공작이 침을 꿀꺽 삼킨 다음 말했다.
  “이자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되는 자라고... 만약 건드리면 파멸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말에 데프론 황제가 인상을 썼다.
  “그럼 더더욱 처리해야 하지 않소?”
  에르스토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프콘 공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하, 저희 같은 초월자들이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정말 드래곤만큼이나 건드리면 안 될 자라는 뜻입니다. 카프라스는 마음만 먹으면 온 대륙도 뒤집어 엎을 만큼 무서운 자입니다. 그러니 그와 적이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 됩니다. 다행이도 카프라스 공작은 오르칼 왕국을 제국으로만 만들고 권력에서 물러난다 했다고 합니다. 그는 대륙에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르칼 왕국이 위험하다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자입니다. 그러니 오르칼 왕국과 친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장담하건데... 오르칼 왕국은 단시간 내에 제국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 졌다.
  “그렇다면 오르칼 왕국과 친하게 지내도 나쁠 것 없겠구려.”
  그 말에 에르스토 공작이 다른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추측이지만... 카프라스 공작은 아마 자신에게 위험이 되지 않는다면 오르칼    왕국이 망하든 흥하든 상관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무슨소리요?”
  “그는... 오르칼 왕국의 국왕을 진심으로 섬기지 않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마치 자신의 주군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의 눈이 빛났다.
  “우리 제국으로 끌어들여도 된다는 소리요?”
  “예 그러니 오르칼 왕국을 무조건 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 말에 데프론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그럼 일단 카프라스 공작을 우리 제국에 끌어들일 생각을 해보지요.”
  “예.”
  에르스토 공작의 말의 반은 맞았다. 카프라스의 주군은 오르칼  국왕이 아니었다. 하지만 반은 틀렸다. 그에게는 주군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카프라스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주군에게 검을 뽑아든 것이다. 묘하게 흘러가는 대륙의 판도였다.
  카프라스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에 피식 웃었다.
  ‘소교주님...’
  자신의 주군이 유현. 왜 갑작스럽게 유현이 떠오른 것일까? 그러고 보니 자신을 보고 기겁하던, 남궁세가의 월광검이라 불리는 후기지수도 떠오르는 카프라스였다. 무공실력은 유현보다 못했지만 무연과 거이 맞먹던 남궁휘안이라는 후기지수. 그는 정파에 몇 없던 진정한 실력자였다. 어째서인지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있는 듯 보였지만 말이다. 갑작스럽게 든 두사람에 대한 생각에 카프라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왜 갑자기 두 사람이 떠오른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내 첫사랑이...’
  카프라스가 피식 웃었다. 유현에 대한 생각과 함께 떠오르는 자신의 첫사랑... 카프라스의 첫사랑은 바로 유현이었던 것이다. 카프라스는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안영이 막 자신의 아버지에게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을 때였다. 역대 마뇌 집안인 악가답게 수십, 수백 번이나 피를 토하는 수업을 받는 안영이었다. 악가 역대 최고의 천재라 불리며 초대 마뇌, 그와 비견되는 재능을 가졌다고 불릴 정도라 거의 힘든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안영에게 어느 날 소식 하나가 날아왔다. 바로 새로운 교주의 제자가, 즉 교주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소교주 후보가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당연히 미래의 마뇌답게 그 소식을 듣고 중앙전으로 향하는 안영이었다. 새로운 소교주 후보를 보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소교주 후보는 안영의 흥미를 끌게 되었는데, 그가 천애의 고아라는 것과 상당히 예쁘장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전으로 향하던 안영이 그곳에 거의 다 왔을 때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16살 정도? 상당히 어려 보이는 나이에 검 하나를 들고 휘두르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그 여자아이는 무엇이든 베어버릴 듯한 기세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그 기세가 상당히 날카로웠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저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는 데 모두가 놀랄 정도의 것이었다. 하지만 안영은 그것보다도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었다. 바로 여자아이의 외모였다.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 검무를 추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몽롱해진 안영이었다. 그래서 안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더 이상 다가오면 벤다."
  몇 걸음만 간다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한 거리에서 여자아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안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거 상당히 살벌한 분이시군요."
  그 말에 안영이 말했다.
  "너, 누구야?"
  여자아이의 말에 안영이 빙긋했다.
  “전 악안영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안영? 마뇌의 아들?”
  그 말에 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마뇌의 후계자죠. 그럼 소저는 누구시기에 중앙전 바로 앞에서 검을 휘두르십니까?"
  쐐액!
  챙!
  안영은 갑작스러운 여자아이의 공격에 당황해하며 검을 막았다. 위협을 가하기 위한 공격이 아닌지 그렇게 큰 타격은 없었지만 상당히 당황스러운 안영이었다. 그런 안영을 보며 여자아이가 말했다.
  “난 여자가 아니다!”
  그 말에 멍해지는 안영이었다. 그때였다.
  “오우~ 유현아! 거기 있었냐?”
  안영의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다른 소교주 후보인 사무연이었다. 상당히 즐거운 듯한 무연의 목소리에 안영은 의아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해결할 일이 있었다.
  “무연 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먼저 눈앞의 여자아이, 아니 하유현의 검을 치우는 게 더 급한 안영이었다. 안영의 말에 무연이 멈칫했다.
  “어? 안영, 자네 왜 그렇게 유현에게 검으로 위협받고 있나?”
  그렇게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무연의 눈빛이 사악하게 물들었다. 그리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호오~ 감히 우리 유현이에게 찝쩍거렸다가 그렇게 됐지?”
  그 말에 안영이 웃으며 말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말에 유현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검에 살기까지 뿜어내기 시작했다. 외모는 예쁘지만 엄연히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기에 여자라는 말에 상당히 날카로웠던 유현이었다. 이제는 살기까지 뿜어내는 유현을 보며 안영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설마 소교주 후보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것도 상당히 위험에 처한 안영이었다. 하지만 그런 안영을 구해주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무연이었다.
  “오우~ 안 돼, 안영. 우리 유현에게 찝쩍거리면~ 유현은 내 미래의 신부란 말이야~ 음양전환공으로 여자로 만들어내 신부로 삼을 거야.”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준 것까지는 좋지만 칼을 든 상대를 앞에 둔 무연의 실로 어처구니없는 대처였다. 그 즉시 안영을 향하던 살기의 목표가 무연을 향하면서 검 역시 무연에게 겨누어졌다.
  “씨발! 죽어!”
  “크억!”
  바로 공격에 들어오는 유현을 보며 바로 피하는 무연이었다.
  “아악!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검 거둬!”
  “죽어! 죽엇! 죽어버렷!”
  죽일 듯 검을 휘두르는 유현 그리고 그 검에 죽을까 봐 피하는 무연.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장면에 멍해지는 안영이었다.
  그렇게 안영의 첫사랑은 끝이 나고 말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얼마 뒤....
  “무연 님, 저도 유현 님께 음양전환공을 익히게 할 수 없을까 며칠 동안 밤새도록 생각하고 또 했습니다.”
  그 말에 무연이 반색하며 말했다.
  “오우~ 역시 안영~ 미래의 마뇌!”
  하지만...
  “그 내용을 유현 님께 말씀드리면 알아차릴 것 같아 도저히 익히게 할 수 없을 것 같더군요.”
  그 말에 낙심한 표정을 짓는 무연. 그러자 안영은 그런 무연을 구해주었다.
  “하지만! 일단 천마교의 금서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고 음양전환공의 구결을 외우게 한 다음! 유현 님을 기절시키고 강제로 음양전환공의 구결에 따라 기를 돌리는 겁니다!”
  이건 아직 유현이 어려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 말에 무연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옷! 아버지와 장로들이 도와준다면 그런 건 쉽겠군!”
  과연 혈사와 장로들이 들어줄지 문제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안 된다면 마교 고수들을 전원 동원시킬 무연이었다. 그렇게 음양전환공을 강제로 익히게 한다면 게임은 끝이었다. 천마심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무공을 익히는데 더 없이 상성이 좋은 심법이었다. 음양전환공 역시 옛날에 천마가 만든 것으로, 천마심법으로 음양전환공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유현은 강해지고 싶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천마심법을 운용해야 할 것이고, 결국 내공이 쌓이다 보면 저절로 대성! 결국 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당히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능성 있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상대가 18살만 되어도 틀어져버린다. 구결에 ek라 타인이 강제적으로 무공을 익히게 할 수 있는 나이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씨발, 지금 두 사람 뭐라고 했어?”
  “히끅!”  “쿨럭!”
  바로 뒤에서 들리는 음사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호오~ 멋진 계획이군... 하지만 음양전환공은 무공을 익히는데 상당히 방해가 되는 무공이기도 하지... 뭐 대성한다면 강해지겠지만 말이야. 물론 난 내 양아들을 여자로 만들 생각이 조금은 있지만... 으흠... 미안하다. 은현아. 강제적으로 여자로 만들 생각은 없단다.”
사혈사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혈사 아저씨. 이 두 작자 제가 처리하면 안 될까요?"
  그 말에 혈사가 빙긋 웃었다.
  “알아서 하려무나.”
  “으악! 아버지!”
  “교주님!”
  그 말에 바로 혈사에게 매달리는 두 사람이었다.
  “아버지! 아버지는 유현이가 여자가 되어서 저와 결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빠직!
  “유현 님의 저 모습은 남자로 있기에 너무 아깝습니다! 다시 생각을 하십시오, 교주님!”
  빠직! 빠직!
  그런 두 사람의 말에 혈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일단 생각하고 자시고 하기 전에 너희들 몸부터 사리거라.”
  그 말에 두 사람이 아차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길로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가는 두 사람이었다. 살벌한 미소를 띈 유현이 검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명 다 내 손에 오늘 죽었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두 사람을 쫓는 유현이었다.
  “...소교주님, 소교주님도 역시 저처럼 환생하셨는지요?”
  카프라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든 나라가 오르칼 왕국을 주목하는 가운데 아툰 제국군은 레릴 왕국의 국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레릴 왕국을 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아툰 제국군이 갑자기 멈춰 섰다.
  “워! 워!”
  앞에서 가고 있던 아르카스가 손을 들어 신호를 하자 20만 군대도 그대로 멈췄다. 갑작스러운 정지 신호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가 밝혀졌다. 저 앞에서 한 여인이 말을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금발이 허리까지 오고 눈동자는 에메랄드를 박아 넣은 듯한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아르카스는 그것보다 왠지 모를 위화감에 군대를 멈춘 것이다.
  ‘왜일까? 이 위화감은?’
  아르카스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였다.
  “어? 에리스... 누나?”
  휘안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에이라나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라고?”
  그 말에 휘안이 말했다.
  “에리스 누나.”
  “에리스 언니라고?”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행동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저 멀리 다가오는 금발의 여인과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사람들.
  “아는 사이세요?”
  때마침 타이밍 좋게 로카나가 물었다. 그 말에 휘안이 조금 얼빠진 표정으로 말했다.
  “에... 네, 에리스라고... 저희와 상당히 친분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상당히 놀란 표정의 휘안이었다. 이쯤 되면 다 알겠지만 에이라나, 휘안, 로카나, 셋 전부 연극을 하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에리스, 즉 에fi나니스를 일행에 합류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키라이스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와 친분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에이라나.
  “8서클 마법사야.”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에리스에게 꽂혔다. 에리스 또한 다가와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에이라나, 휘안?”
  몇 천 년을 유희한 자답게 너무도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에랴나니스였다.
  [연기 참 잘하네?]
  [연기 참 잘하시는군요.]
  그런 에랴나니스를 보며 바로 전음을 날리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전음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던 에랴나니스가 마법으로 음성을 날렸다.
  -유희를 몇 년 해먹었는데, 너희도 연기는 잘하잖아? 그리고 어떻게 한 거야?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리다니...
  머리서 울려 퍼지는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나중에 가르쳐줄게.]
  전음이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라면, 마법으로 날리는 음성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마법이다. 에랴나니스, 즉 에리스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 여긴 어떻게 왔어?”
  “네? 저흰 그냥....”
  에리스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휘안. 그리고 그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에리스가 자연스럽게 일행에 합류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돌아서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에리스가 일행에 합류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수뇌부들은 막사에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레릴 왕국의 국경에 도착한 이툰 제국군이 레릴 왕국을 어떻게 칠지 회의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왠지 마음이 심란한 에이라나와 휘안이었다.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회의에 참여했던 두 사람. 잠시 후...
  “그, 급보입니다!”
  한 기사가 후다닥 회의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기사의 난입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냐?”
  한 귀족이 의아한 듯 묻자 기사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오, 오르칼 왕국의 군대가! 오르칼 왕국의 군대가 테프로스성을 함락시켰다고 합니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저 말은 곧 만약 레릴 왕국을 공격한다면 이라노 왕국이 위험하다는 뜻이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오르칼 왕국이 가는 방향은 이라노 왕국이 아니지 않느냐!”
  한 귀족이 소리치자 기사가 말했다.
  “어젯밤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꾸더니 오늘 새벽 테프로스 성 앞에 당도해 잠시 쉬고, 아침에 테프로스 성을 공격, 한 시간 전쯤 테프로스 성을 함락시켰다고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겨우 하루! 어떻게 하루 만에 이스 성과 맞먹는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린단 말인가! 너무도 경악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있다간 이스 성도 위험합니다!”
  오르칼 왕국의 다음 직격지가 이스 성이라고 한 귀족이 소리쳤다. 그 귀족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다면 레릴 왕국과 양쪽에서 공격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로 이라노의 수도로 진군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이었다. 에이라나도 굳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기분이 나쁘더라니만 이유가 이거였나?’
  얼마 전부터 휘안과 자신을 괴롭히던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한 에이라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난 지금부터 이스 성으로 향한다.”
  그 말에 휘안이 말했다.
  “나도 가지.”
  “저도요.”
  로카나도 나섰다. 하지만 에이라나는 그런 둘의 동행을 거절했다.
  “너희 둘은 안 돼. 만약을 대비해 여기 남아.”
  에이라나의 말에 멈칫하는 두 사람이었다.
  “언니, 같이 가줘.”
  대신 에이라나는 에리스에게 말했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였다. 에이라나가 아르카스를 보며 말했다.
  “황궁기사 1,000명만 빌려줘.”
  그 말에 아르카스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그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 정도는 가능해.”
  “하지만 그 정도로 오르칼 왕국의 강병들을....”
  “이동에 방해만 돼! 그 정도만 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카스. 물론 경공술로 달려가면 되겠지만 최대한 인간적으로 막으려면 엄호해줄 병력이 필요하다. 에랴나니스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자신이나 휘안의 힘은 그랜드소드마스터의 그것을 능가하기에 모든 힘을 꺼내놓는다면 친분이 있는 이들이 떠나갈지도 몰랐다. 그렇게 일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저도! 저도 갈래요!”
  루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런 루이스의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루이스에게로 향했다.
  “...안 된다.”
  “누나!”
  냉정하게 말하는 에이라나를 보며 루이스가 소리쳤다.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의 루이스르 보며 에이라나의 눈빛이 흔들렸다.
  “데려가.”
  그때 에리스가 말했다.
  “언니.”
  에리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그녀를 보며 인상을 썼다. 그러자 에리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저 아이 정도 못 지켜주겠어, 네가?”
  그 말에 잠시 침묵을 하던 에이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그 말에 키라이스트와 아레인도 나섰다.
  “너희는 절대 안 돼!”
  단번에 기각한 에이라나가 당장 출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에이라나의 행동에 침을해진 키라이스트와 아레인이었다.
  히이이이이잉!
  말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장한 표정의 기사들을 보며 에이라나가 소리쳤다.
  “우리는 지금 위험에 빠진 이라노의 이스 성으로 향한다.”
  기사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1,000명 가지고 무엇을 하겠냐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너흰 모두 기사다!”
  그 말에 모두의 눈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1,000명의 인원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1,000명의 인원이 죽을 각오로 수만의 적에게 덤빈다면 수만의 적도 꺾을 수 있다!”
  말을 잠시 멈춘 에이라나가 다시 소리쳤다.
  “내가 있던 천마교라는 곳도 단일 단체로, 소수의 인원으로 내 고향을 호령하던 강한 문파였다! 혼자서 수십의 적을 향해 달려들었으며 100명이 수천에게, 1,000명이 수만에게 달려들던 그런 곳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에이라나의 말에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에리스가 말했다.
  “너 사람 다루는 데 소질 있다? 그리고... 천마교라는 곳은 어디야?”
  그 말에 에이라나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그런 곳이 있다고 알고 있어.”
  “흐응~ 뭔가 의심스럽지만... 말하기 싫다면 묻지 않을게.”
  그 말에 에이라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우리는 쉬지 않고 달릴 것이다! 각오 단단히 하도록!”
  “옛!”
  “진격!”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에이라나의 말과 함께 1,000명의 기사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맨 앞에는 에리스, 에이라나, 루이스가 달려 나가고 있었다.
  “아툰 제국 쪽에서 1,000명의 기사들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말에 카프라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흐음... 역시 예상했던 숫자군... 그래, 그 기사들을 이끄는 사람은?”
  “은빛 가면의 여검사입니다.”
  그 말에 카프라스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 함정을 사용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카프라스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정예군 3만을 이끌고 그것을 펼쳐라.”
  “옛!”
  카프라스의 말과 함께 카프라스 앞에 시립하고 있던 기사가 밖으로 나갔다. 그런 기사를 보며 카프라스가 히죽 웃었다.
  “자~ 은빛 가면의 여검사, 과연 내가 만든 함정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큭큭큭큭큭....”
  마뇌의 진면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기사들은 하루 동안 계속 달렸다.
  “잠깐 쉬다 간다!”
  그 말에 모두가 멈췄고 말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에랴나니스는 마법을 이용해 지친 말들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물론 기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이 위화감은?’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위화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에이라나.
  '어디선가...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어... 뭐였지?’
  잠시 후.
  ‘살기?!’
  “전투준비!”
  에이라나가 휴식을 취하던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에이라나의 말과 함께 휴식을 취하던 기사들이 벌떡 일어나 검을 빼들었다.
  슉! 슉! 슉! 슉!
  “커억!”
  “크억!”
  “히이이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살에 기사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말들도 화살에 맞아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에이라나가 소리쳤다.
  “화살을 쳐내면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려가!”
  그렇게 외친 에이라나가 땅을 구르고 화살이 날아오는 한 방향으로 향했다.
  서걱! 서걱!
  “끄아아악!”
  에이라나의 놀라운 몸놀림에 놀란 나머지 화살을 쏴대던 매복병들이 멈칫했다. 에이라나는 기묘한 위화감 때문에 적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다.
  “파이어 크래쉬.”
  에리스는 차가운 눈으로 화살이 날아오는 곳에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고, 기사들 또한 화살을 쳐내며 궁병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후 궁병들이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
  “뭐야?”
  에이라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재빨리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궁병들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럽게 오르칼 왕국의 기사단으로 보이는 수백의 기사들과 보병들이 에이라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젠장!”
  그것을 보고 에이라나가 검을 내질렀다.
  쾅! 콰가가가가가강!
  “끄아아아아아악!”
  에이라나의 공격에 낙엽쓸리듯 병사들이 쓰려져 나가기 시작했다. 적의 기사들은 그런 탄검기 다발을 뚫고 다가왔다. 에이라나와 에랴나니스, 루이스의 활약으로 거의 모든 기사들을 죽였지만 아군 기사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적군을 죽여도 에이라나의 위화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금 쉴 만하면 어김없이 궁병들과 기마병들이 나와 에이라나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윽! 뭐였지? 이것은?’
  에이라나는 이 익숙한 느낌에 슬쩍 몸을 떨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너무도 끔찍한 느낌. 이것은 분명... 분명...
  ‘나를 죽게... 만들었던... 느낌?’
  순간 에이라나가 멈칫했다. 그리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크윽!”
  갑작스럽게 에이라나가 신음성을 터트리자 에리스는 화들짝 놀랐다. 너무도 괴로워 보이는 에이라나 때문이었다. 에랴나니스는 궁병들과 기마병들에게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아! 내 딸 아프다고! 꺼져!”
  루이스는 에이랴나를 돌본다고 정신이 없었고 기사들은 싸운다고 정신이 없었기에, 그런 에리스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렇게 에리스가 8서클, 7서클 마법을 퍼부어 오르칼 왕국의 병사들을 쓸어버렸다. 그리고 다급한 표정으로 에이라나에게 다가갔다.
  “에이라나! 에이라나!”
  다급하게 에이라나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흔들기 시작하는 에리스. 그때였다.
  번뜩!
  감고 있던 에이라나의 눈이 떠졌다. 핏발이 선 검은색 눈동자에 에리스는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이내 에이라나에게서 휘몰아치는 살기에 주위 사람들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장로... 이 개새끼들...”
  에이라나가 중얼거렸다. 에이라나의 중얼거림에 에리스가 말했다.
  “에이라나, 에이라나, 괜찮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이라나가 말했다.
  “응. 괜찮아... 으윽!”
  이 기운을 느끼니... 배에서 화끈한 기운이 퍼져나가는 에이라나였다. 아픔이 느껴졌다. 전생을 생각하니 느껴지는 아픔.
  “휘안에게 합류해.”
  에이라나가 에리스를 보며 말했다.
  “왜?”
  “휘안을 보면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휘안을 도와줘. 휘안과 로카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툰제국의 군대는 위험해.”
  “무슨 소리야?”
  “빨리 가!”
  그렇게 말한 에이라나가 루이스와 기사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들도!”
  그 말에 루이스가 말했다.
  “왜?”
  “위험해.”
  “그럼... 누나는?”
  루이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확인할 게... 있어서.”
  루이스는 자신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에이라나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라나는 한숨을 쉬고 있는 에랴나니스를 보며 말했다.
  “여긴 진이 펼쳐져 있어서 빠져나가기 상당히 힘들 거야.”
  그 말에 에리스가 물었다.
  “무슨 진인데?”
  “천리...지망.”
  천리지망! 그것은 전생에 에이라나가 딱 한 번 당해본 적 있는 진이었다. 바로, 자신이 죽을  때 당한 진. 계속해서 천리지망 위에서 놀아나다 결국 마지막에 잡혀버린 에이라나였다. 그리고 전생에 대한 생각 때문에 강한 분노를 느꼈다.
  “천리지망이 펼쳐졌다고... 이 말도 휘안에게 전해줘.”
  “하아... 진짜 나 남으면 안 되겠니?”
  그 말에 에이라나가 에리스를 보며 말했다.
  “...남으면... 내가 하는 짓을 지켜봐야 할 거야... 내가 하는 짓을 보여주기 싫어.”
  그녀는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이 분노를 이 썩을 진영을 짜고 있는 것들에게 풀어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에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뭣 때문에 이런 분노를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꼭 말해줘야 한다.”
  그 말에 에이라나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잠시 후...
  “이것들아, 가자.”
  에리스가 기사들을 이끌고 천리지망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그렇게 기사들과 루이스, 에리스가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에이리나의 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흑아가 들려 있었다. 전투 준비가 끝난 후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을 보며 에이라나가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과연 어떤 새끼가 중원에서 이곳으로 와서 이 지랄 같은 진을 펼치는지 모르겠다만... 나한테 이런 엿 같고, 개 같은 기분을. 전생에 대한 분노를 다시 느끼게 해준 네놈들에게... 그 보답으로 절대 곱게 죽지 않게 해줄 것을... 약속하마...”
  번뜩!
  그 말에 끝나자마자 에이라나의 눈동자는 드래곤 아이로 변했다. 게다가 드래곤 피어까지 줄깃줄깃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이라나의 온몸에서 마기와 살기가 줄깃줄깃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극한의 살기! 그 살기에 저격당한 병사들이 엄청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드래곤 아이와 드래곤 피어 그리고 에이라나가 품고 있는 살기에 노출된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찢어발겨지는 처참한 환영을 보게 된 것이다.
  “죽여 버리겠다!”
  그 말과 함게 모든 이가 환영에서 깨어났고, 밀려오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이라나의 검은 병사 한 명 한 명을 철저하게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달리던 에리스가 멈칫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갑작스러운 에리스의 행동에 루이스가 의아한듯 에리스를 불렀다.
  “에리스 님?”
  하지만 그런 루이스의 부름에도 에리스는 반응이 없었다. 에리스는 에이라나를 놔두고 왔던 자리에서 강한 살기와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에리스가 입술을 꽉 깨물며 생각했다.
  ‘도대체... 도대체 이 진이 뭐기에....’
  어릴 때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딸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을 일부러 캐묻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그저 ‘언젠가는 입을 열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노라니?
  ‘도대체 이따위 진이 뭐기에! 내 딸을 이토록 괴롭힌단 말인가!’
  저토록 자신의 딸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절로 분노가 이는 에리스였다.
  꽈악!
  에리스이 팔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가자.”
  “아, 예.”
  그렇게 잠시 동안 자신들이 달려왔던 방향을 노려보던 에리스가 굳은 목소리로 루이스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에리스 일행이었다.
  촤악!
  “아... 악마... 컥! 커억!”
  에이라나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기사에게 검을 두 번이나 더 휘두른 다음 고개를 돌렸다. 방금 벤 기사가 이번 전투에 있어 마지막 기사였던 것이다. 자신이 그려낸 지옥도를 쭉 훑어본 에이라나가 아직 죽지 않은 기사를 보며 말했다.
  “나에게 이런 개 같은 느낌을 다시 맛보게 해준 뒤부터 난 악마였다.”
  퍽!
  그렇게 말한 에이라나가 잔인하게 자신을 공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기사의 머리통을 밟아 터뜨려 죽였다. 지금까지의 여유롭게 적을들 베어나가던 에이라나와 반대로 아주 잔혹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흑발에 흑안으로 변해 마기를 줄기줄기 뿌려대는 에이라나.
그렇게 마기를 거둔 에이라나가 먹잇감을 찾는 눈빛으로 주위를 쭉 훑어보았다. 그러자 느껴졌다. 전방에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한 무리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에이라나가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만큼은... 이 천리지망을 파괴하고 이것을 펼친 새끼의 면상을 보고 말겠어.”
  탓!
  그렇게 중얼거린 에이라나의 신형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오르칼 왕국의 병사 중 하나는 참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얼굴은 계집아이 뺨치듯 곱상하게 생겼지만 엄청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실력이 보통 기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얼마 후면 기사로 임명 받을 그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차분한 모습으로 이번에 받은 임무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은빛 가면의 여검사를 잡는 것이 이번 임무였다.
  흠칫!
  갑자기 그가 몸을 떨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정면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는가?”
  옆에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동료병사가 물었다.
  “위험해요!”
  그런 병사를 보며 그가 소리쳤다.
  하지만....
  퍽!
  뭔가가 날아와 갑자기 옆에 있던 동료병사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바로 옆에 있던 그의 얼굴이 심하게 굳었다. 그리고 뒤에 있던 이도 깜짝 놀라며 호각을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그 호각 소리에 정예부대답게 모두가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뭔가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모두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흑발에 흑안을 가진 여인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인은 마치 천족이 강림한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  그러나 병사들이 헛바람을 들이킨 이유는 여인의 외모 때문이 아니어싿. 바로 피를 뒤집어쓴 채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뿌리고 있는 여인의 모습 때문에 놀란 것이었다. 여인의 모습에 모두가 오한에 떨고 있을 때였다.
  ‘블랙일족의 기운...’
  녹발에 녹안을 가진 병사는 내심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드래곤 중에서도 블랙일족의 기운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저 정도의 기운을 가진 블랙드래곤의 여자 들에곤은 리얀밖에 없었다. 그리고 리얀이라면 자신과 친한 드래곤 중 하나다.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을뿐더러 헤츨링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것이다. 기운의 주인공이 리얀이라 단정한 그 병사는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그렇다. 그 병사의 정체는 그린 일족의 성룡 라이탄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쾅! 콰가가가가가가강!
  자신이 기운을 조금 흘렸으니 상대가 알아차릴 만한데도 그대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무시무시한 오러블레이드 다발로 말이다.
  쾅! 콰가가가가가강!
  “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커억!”
  갑작스러운 흑발의 여인의 공격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진영이었다.
  “크윽! 리얀, 무슨 짓이야!”
  자신도 위험할 뻔했기에 라이탄이 리얀으로 생각되는 여인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난 리얀 언니가 아니야.”
  상대는 차디찬 목소리로 라이탄에게 대꾸했다.
  “성룡식 치르고 처음이군. 라이탄.”
  바로 에이라나였다. 에이라나의 말에 라이탄이 멍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더듬거리며 물었다.
  “에... 이라나?”
  그 말에 이이라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나다.”
  그 말에 라이탄이 경악했다. 자신이 아는 에이라나는 분명 실버일족이다. 그런데 왜 블랙일족이 되어 있는가?
  “어, 어떻게...”
  멍하니 묻는 라이탄을 보며 에이라나가 차갑게 말했다.
  “그딴 건 알 필요 없고... 비켜라, 라이탄. 성질 같아서는 그 새끼들이랑 같이 있는 네놈?지 죽이고 싶지만... 일족이라서 베지는 않겠다.”
  상당히 흥분해 있는 에이라나는 지금 자기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강하든 약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지금 이 빌어먹을 천리지망을 형성하고 있는 잡것들을 다 찢어발기는 것만이 목표일뿐이었다.  라이탄은 에이라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에이라나보다 약했다. 에이라나의 마나량은 내공까지 합치면 보통 500살짜리 성룡의 두 배였다. 그리고 흑아와 은아. 천마도의 기운까지 빌리면 족히 2,000살 정도의 드래곤의 힘도 내는 에이라나였다. 그런 에이라나에게 있어 1,000살도 되지 않은 라이탄은 그냥 내공과 마나로도 충분했다. 라이탄이 조심스럽게 에이라나를 쳐다봤다. 분명 자신이 아는 에이라나의 인간형 폴리모프 모습이었다. 블랙일족으로 변한게 놀랍긴 했지만 그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에이라나의 눈동자였다. 그녀가 드래곤들의 고유의 안술인 드래곤 아이를 펼치며 눈앞의 자신들을 죽일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광룡처럼 보여씩에 위화감마저 들 정도였다. 라이탄이 에이라나를 보며 말했다.
  “에이라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해라.”
  하지만 그런 라이탄의 말은 에이라나에게 무시당했다. 에이라나는 라이탄의 말을 무시하고 흑아를 세우고 신법을 사용했다.
  펏!
  흠칫!
  갑작스럽게 에이라나가 사라지자 흠칫하는 라이탄.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두쪽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아악!”
  “크악!”
  촤악! 촤악! 촤악!
  비명소리와 동시에 뭔가를 가차 없이 베는 소리와 진한 혈향이 라이탄의 코를 자극해 들어왔다. 급히 뒤를 돌아본 라이탄은 경악했다. 떼로 쓰러진 병사들 때문이었다. 그들 모두가 죽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죽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도 생생한 모습으로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집단 베듯 넘겨버리고 있는 에이라나의 모습. 그 모습에 라이탄은 마왕이라도 강림한 듯한 오싹한 기분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말려야 한다!’
  왠지 말리지 않으면 큰일이 날 듯 싶었다. 정말로 에이라나가 광룡이 되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생각과 동시에 라이탄은 가차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헬 파이어!”
  화르르르르륵!
  9클래스 마법인 헬 파이어를 사용한 라이탄이 그것을 에이라나에게 던졌다.
  하지만...
  쾅! 콰가가가가강!
  에이라나가 날린 탄 검강에 의해 너무도 허무하게 헬 파이어가 소멸됐다.
  촥!
  에이라나는 옆에 있는 병사를 베고 빙글 몸을 돌려 라이탄을 노려보았다.
  “방해하지 말라 했을 텐데?”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라이탄이 말했다.
  “에이라나. 넌 지금 너무도 불안정한 상태다. 그대로 계속 살육을 자행한다면 광룡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그 말에 에이라나가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신경 꺼.”
  “... 강제로라도 말리겠다.”
  그 말에 에이라나가 침묵했다.
  이미 에이라나가 베어 넘긴 숫자가 상당했으며 헬 파이어의 영향 때문에 제대로 서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라이탄의 말에 침묵하던 에이라나가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큭....”
  갑작스럽게 에이라나가 웃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라이탄이었다.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
  그렇게 웃음을 참던 에이라나가 갑자기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이탄은 그 웃음소리에 귀를 막고 괴로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웃음소리가 라이탄에게 엄청난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친 듯이 웃던 에이라나가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귀를 막고 있는 라이탄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네놈도 나같은 분노를 느껴봐라! 소중한 것들과 함꼐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죽어 봐라! 그래서 낯선 땅에 다시 한 번 태어나봐라! 고향을 그리워 해봐라! 소중한 사람들을 그리워 해봐라! 그리고 자신을 죽게 만든 그 개 같은 기운을 느껴봐라!” ...소중한 것들이었다. 늘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낯선 곳에 태어났다. 새로운 가족들 때문에 씁쓸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늘 소중한 것들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소중한 것들과 이별하게 만든 기운과 같은 기운을 느꼈다. .... 지금 에이라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분노였다.
  “어디 네놈이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라!”
  그렇게 고함을 지름 에이라나가 검을 쥔 채로 라이탄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마!”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천마를 사용해싿.
  쾅!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묘한 떨림을 머금고 흑아가 휘둘러졌다. 흑아는 에이라나의 분노로 인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천마를 본 라이탄이 경악 하며 그것을 막았다.
  “앱솔루트 실드!”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쿨럭!”
  앱솔루트 실드를 강타하는 천마를 보며 피를 한 움큼 토하는 라이탄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실드를 사용했건만... 이 충격은 뭐란 말인가? 하지만 에이라나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이어지는 9클래스 빙계 마법!
  “헬 프리징 아이스!”
  지옥의 녹지 않는 빙화(氷花)라 불리는 헬 프리징 아이스였다. 그리고 그런 헬 프리징 아이스를 보며 라이탄은 경악했다.  그 강력한 공격을 해놓고, 바로 엄청난 위력의 9클래스 고위 마법을 사용하다니! 조금도 쉬지 않고 바로! 저게 어찌 500살의 헤츨링의 힘이란 말인가...
  촤아아아아아앙!
  모든 것이 얼어붙는 소리와 함께 그의 주위가 빙결의 세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라이탄의 앱솔루트 실드가 깨지면서 그 빙기가 그대로 라이탄을 직격했다. 순식간에 라이탄의 몸이 허리까지 얼음 덩어리에 휩싸여버렸다.
  “크으으으윽...”
  그것을 보고 신음성을 삼킨 라이탄.
  저벅! 저벅! 저벅!
  그런 라이탄을 보며 에이라나가 다가와 그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라이탄은 에이라나의 눈빛을 보며 오싹함을 느꼈다. 차디찬 눈빛이었다. 그를 베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질끈 감은 라이탄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없었다. 의아한 마음에 눈을 떠 바라보니 에이라나가 뒤돌아서 걷고 있었다.
  “덕분에 머리가 차가워졌어, 고마워.”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자 에이라나가 잠시 멈처선 다음 라이탄을 보며 말했다.
  “어?”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좀 얼빠진 투로 묻는 라이탄을 보며 에이라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덕분에 흥분이 가라앉았다고.”
  그 말에 라이탄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 잘됐네.”
  라이탄의 말에 에이라나가 다시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난 여기 천리지망을 펼치는 것들을 다 쓸어버려야 속이 풀릴 것 같아. 이 일로 다시는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해.”
  말이 끝나는 동시에 에이라나의 신형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그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라이탄이었다. 적어도 폭주해 광룡이 될 염려는 없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하는 것도 잠시 뿐이었다.
  “헬 프리징 아이스는 캔슬해주고 가지....”
  자신을 포박하고 있는 헬 프리징 아이스를 보며 울상을 짓는 라이탄.
  그렇게 에이라나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것도 모른 채 아툰 제국 쪽에서는 강행군을 하며 이스 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스 성에 도착해야 했기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강행군에 강행군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이스 성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재미없게 그들이 이스 성에 도착하게 놔두면 천하의 마뇌가 아니었다. 그들이 이스성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강행군에 지친 병사들을 쉬게 해주기 위해 잠시 방심을 하고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한 것을 아툰 제국은 두고두고 후회해야 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엄청난 말발굽 소리와 함께 5,000명의 기마병들이 이툰 제국의 진영으로 난입했다.
  “뭐, 뭐야?”
  “적이다! 적이 쳐들어왔다!”
  “기습이다!”
  갑작스러운 오르칼 왕국의 기습에 아비규환으로 변하는 아툰 제국 진영이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다급하게 적들을 상대하기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더 큰 피해가 생기기전에 막을 존재가 나타났다.
  촤악!
  히이이이이이잉!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오는 거냐?”
  휘안과 로카나가 바로 대응에 들어갔기에 더 이상 큰 피해가 생기지 않을 듯 보였다. 휘안도 에이라나 못지않게 오감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직감이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다. 오늘밤 기습이 있을지도 모르니 준비하라고 했기에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한 휘안이었다. 타격이 있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대응에 의해 피해는 최소화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툰 제국군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틀을 더 진군했을까? 그렇게 주위를 경계하며 진군하는 아툰 제국의 수뇌부를 긴장시킬 만한 척후병의 보고 하나가 들어왔다.
  “전방에 오르칼 왕국군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보고되었습니다.”
  오르칼 왕국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기다린다는 얘기였다. 덕분에 바로 회의에 들어간 이툰 제국군이었다.
  “전면전이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진군한다면 전면전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지도 몰랐다.
  아프라스의 말에 한 성격 급한 귀족이 말했다.
  “군사의 규모를 들어보니 10만 정도입니다. 병사 수는 저희가 훨씬 많으니 전면전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 말에 카라이스트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희 군사들은 많이 지쳐 있잖아요? 이대로 전면전을 치르면 이길지언정 피해가 클 게 뻔해요.”
  키라이스트의 말에 전면전을 자장했던 귀족이 말했다.
  “하지만 데르나 자작, 생각을 해보시오. 우리에게는 그랜드소드마스터인 휘안 님과 로카나 님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들에게는 그랜드소드마스터가 둘이나 있었다. 무서울 게 하나 없는 싸움이었다.
  “이번 싸움은... 저희도 장담 못합니다.”
  그러나 휘안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모든 귀족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한 귀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말에 휘안이 말했다.
  “직감입니다.”
  그 말에 모두가 조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직감이요?”
  “예.”
  다시 한번 들어도 직감 대문에 그렇다는 말에 모두가 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한 귀족이 말했다.
  “휘안 님, 직감은 직감일 뿐입니다.”
  하지만 휘안은 그런 귀족의 말에 차갑게 대꾸했다.
  “초월자들의 직감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승승장구하는 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정말 그 나라가 망하기도 하는 것이 초월자들의 직감입니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고 보니 휘안이 말했던 일들이 사실이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을 때 휘안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피할 수는 없기에 전면전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휘안의 말에 모든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면전을 치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다시 진군하기 시작하는 아툰 제국.
  하지만 진군은 이전에 비해 조심스러웠고 전과 다른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전투준비를 하고 진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면 전투가 시작된다는 긴장감과 흥분속에서 모두가 전투준비를 했다. 꼭 살아남을 것이란 다짐과 함께.
  그렇게 한 시간쯤 진군했을까?
  슬슬 오르칼 왕국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규모는 10만 정도로 되어 보였는데 하나 같이 흉흉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특히 맨 앞에 도열한 2만의 병사들은 위화감이 들 정도로 절도 있게 서 있었다. 무적의 군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과연 소문대로 엄청난 군대의 위엄에 절로 긴장이 되었다.
  그렇게 서로가 대치하며 다시 병사를 정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사 정렬이 끝나자 아툰 제국 쪽에서 이전에 에이라나에게 상큼하게(?) 무시당했었던 이글 기사단이 나섰다.
  “저희가 저들에게 기사대전을 신청하겠습니다.”
  병사들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사대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르카스가 그들의 출전을 허락했다.
  아르카스의 허락과 함께 이글 기사단장이 기사단을 이끌고 두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곳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오르칼 왕국 측에 말했다.
  “우리는 아툰 제국의 이글 기사단이다. 오르칼 왕국에 기사대전을 요청한다!”
  만약 에이라나가 봤다면 쓸데 없는 짓에 시간을 낭비한다며 비웃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에이라나는 없었다.
  이글 기사단 기사단장의 말에 오르칼 왕국 쪽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르칼 왕국 쪽에서 한 기사단이 달려 나왔다.
  오르칼 왕국의 왕궁 기사단 중 하나인 포를 기사단이었다.
  “우리는 오르칼 왕국의 포를 기사단이다! 그대들의 기사대전 신청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서로가 통성명을 하고 나서 바로 전투준비에 들어가는 두 기사단 그리고 잠시 후.
  “와아아아아아!”
  “지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
  두 기사단이 함성을 지르며 부딪쳤다.
  말을 타고 상대를 제압해야 했기에 기마술도 뛰어나야 하는 기사들. 말을 타고 하는 싸움인지라 말을 공격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싸움에 지켜야 할 예의가 뭐 그렇게 많냐고 이전에 에이라나가 투덜거린 적이 있었다. 중원에서는 싸움은 이기면 그것이 끝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처음에는 호각을 보이던 두 기사단의 대결에서 서서히 포를 기사단이 밀리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포를 기사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은 소왕국의 왕궁기사단이었고 이글 기사단은 아툰 제국의 황궁기사단이다.
  명성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이글 기사단에 훨씬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기사의 실력이 하루아침에 느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밀리기 시작하는 포를 기사단을 보며 아툰 제국 측에서는 환성이 오르칼 왕국 측에서는 안타까움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휘이이잉~.
  펑!
  오르칼 왕국 쪽에서 신호탄 하나가 울리자 포를 기사단이 멈칫했다. 그리고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이를 한 번 갈고 포를 기사단 단장은 그대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이글 기사단 단장이 소리쳤다.
  “우리의 승리다!”
  “와아아아아아아!”
  검을 높이 치켜들고 소리치는 이글 기사단 단장을 보며 기사 단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것은 아툰 제국군도 마찬가지였다. 첫 싸움에서 아툰 제국이 승리를 차지한 것이다.

  둥!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양측의 군대는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진군하기 시작했다.
  둥! 둥! 둥!
  양측 군에서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자 병사들의 걸음걸이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전군 돌격!”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아툰 제국군은 아르카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일제히 오르칼 왕국군 쪽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보병들을 앞세우고 달려들기 시작하는 아툰 제국군.
  그것을 보고 카프라스는 피식 웃었다. 너무도 가소로웠기 때문이었다.
  “기마병 준비!”
  “옛!”
  카프라스의 말에 귀족 하나가 절도 있게 소리쳤다.
  “기마병 준비가 끝났습니다!”
  잠시 후, 기마병을 준비하러 갔던 귀족 하나의 말에 카프라스가 웃으며 말했다.
  “추행진으로 돌격.”
  카프라스의 간결한 말에 역시 고개를 숙이고 달려가는 귀족이었다.
  “추행진으로 돌격!”
  “와아아아아아아!”
  맨 앞에 가던 오르칼 왕국의 병사들이 절도 있게 양 옆으로 쫙 벌리며 그 벌어진 틈을 이용해 한 무리의 기마병들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삼각형 모양의 이상한 모양으로 기마병을 배치하고 돌격해오는 모습에 아툰 제국군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 어리둥절함은 보통의 기마병들보다 몇 배는 돌파력이 강한 그 기마병들을 보며 경악으로 바뀌었다.
  만약 휘안이 조금이라도 병법을 봤다면 추행진 정도는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마병뿐만 아니라 돌격병들에게도 훈련시키는 추행진은 삼각형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돌격시키는 진으로 보통의 돌격 방법보다 배에 해당하는 돌파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증원 병법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병법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휘안이니 그것을 알아 보지 못한 것은 당연햇다. 그렇게 엄청난 돌파력을 자랑하며 밀고 나가는 기마병들을 보며 보병들도 일제히 돌격하기 시작했다.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아아아!”
  어떤 전쟁이든 시작했다면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하지만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오르칼 왕국군은 지휘관의 체계적인 명령에 따라 빠질 곳은 빠지고 칠 곳은 치면서 엄청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2만의 무적의 군대라고 칭해지는 이들은 더욱 대단했다. 그것을 보고 얼굴이 굳은 아르카스였다. 그렇게 하루 동안의 전투가 끝났다. 오르칼 왕국 측에서는 3만이라는 상당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지만 아툰 제국군은 더욱 처참했다. 그나마 오르칼 왕국 측의 3만 중 거의 만에 가까운 숫자가 휘안과 로카나의 손에 죽어나간 병사들이었다. 그리고 아툰 제국군은 무려 5만 이라는 피해를 입고 말았다. 처음에 추행진에 당한 것 때문에 진영이 무너진 것이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날 저녁, 바로 회의가 열렸다.
  “...무려 5만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왜 오르칼 왕국군들이 강병들이라 불리는지 알겠습니다.”
  아르카스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정말로 왜 오르칼 왕국군이 강병이라 불리는지 뼈저리게 느낀 아툰 제국의 귀족들이었다.
  “무엇보다 죽음의 기사단이 등장하지 않고도 이런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음의 기사단이 코빼기도 안 보였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죽음의 기사단이 끼어든다면 이번싸움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에이라나 누나는 이스 성에 있대요? 있으면 빨리 오라고 해요.”
  키라이스트가 아르카스에게 말했다. 아르카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생각이네.”
  에이라나가 합류한다면 전쟁의 판도가 크게 뒤집어질 것이라 기대하며 모두 그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모두에게 충격을 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스 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 마법사가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기대 어린 표정으로 마법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다음에 들린 말에 모두가 굳었다.
  “에이라나 님도 에리스 님도 루이스 님까지 모두 이스 성에 도착하지 않았답니다.”
그 말에 휘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소립니까! 우리보다 일찍 갔던 에이라나가 왜 아직 이스 성에 도착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그 말에 마법사가 말했다.
  “저, 저도 그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스 성주는 에이라나 님들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에이라나가 느꼈던 위화감이 이거였단 말인가?’
  이것은 즉 에이라나가 함정에 빠졌다는 소리였다. 에이라나의 성격상 도망갈 리는 없으니 말이다. 휘안이 침통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듯 합니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키라이스트와 아레인, 아르카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휘안은 그런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에이라나와 에리스 누나도 있으니 그렇게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귀족들이었다. 특히 키라이스트, 아레인, 아르카스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 귀족들을 보며 휘안이 말했다.
  “... 내일 전투를 위해 회의를 진행하죠. 에이라나가 올 때까지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다시 두 나라의 군대가 대치했다. 오르칼 왕국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했지만, 반대로 아툰 제국군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어제는 누가 봐도 오르칼 왕국의 대승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등장한 두 사람에 의해 아툰 제국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다. 바로 휘안과 로카나가 최전방에 선것이다. 그것을 보고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흑안의 검사와 파괴의 검사가 함께한다!”
  파괴의 검사라는 말에 로카나가 움찔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둥! 둥! 둥! 그렇게 다시 전투에 들어가는 두 나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르칼 왕국의 공격이 시원치 않았다. 공격보다는 방어에 애쓰는 모습이 잔뜩 긴장하고 있던 아툰 제국군을 너무도 허탈하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방어에 오르칼 왕국군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더욱 의기양양해진 아툰 제국군이 오르칼 왕국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오르칼 왕국 측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북소리! 둥! 둥! 둥! 둥!
상당히 빠른 북소리와 함께 명령이 하달되었다.
  “전군 후퇴하라!”
  오르칼 왕국의 지휘관들이 후퇴를 명령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의아해진 아툰 제국이었다.
  "갑자기 후퇴라니?"
  “쫓아야 합니다! 이곳은 평지 ! 함정을 파 놓을 곳 따위는 없습니다!”
  그렇게 후퇴하는 오르칼 왕국군을 보며 한 귀족이 소리쳤다.
  “추격합시다.”
  아르카스의 그 말과 함께 오르칼 왕국군을 추격하기 시작한 아툰 제국군은 한참 기세가 올라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휘안의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뭐, 뭐지?”
  그렇게 오르칼 왕국군을 쫓으면서도 가시지 않는 불안감에 휘안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불안감이 절정에 이르게 되었을 때였다.
  “모, 모두 멈춰!”
  휘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자후로 터져나가는 휘안의 목소리에 아툰 제국군 전체가 급히 멈추었다. 그리고 놀라 눈으로 휘안을 쳐다보았다.
  “휘안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르카스도 놀란 듯 휘안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런 아르카스를 보며 휘안이 말했다.
  “여기서 후퇴해야 합니다. 안 그럼 위험합니다.”
  휘안이 말했다. 그런 휘안의 말을 들으며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소리입니까?”
  아르카스의 물음에 휘안이 말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더 진군한다면 위험합니다!”
  휘안의 말에 수뇌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위험합니다.”
  이유도 모른 채 진군을 멈췄다니 귀족들과 병사들은 조금 허탈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천하의 그랜드소스마스터인 휘안의 말이다. 안 들을 수도 없었다. 이대로 계속 추격하자는 쪽과 후퇴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나뉠 때였다.
  “찾았다.”
  한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전방을 향했다. 그곳에는 바로 에리스와 루이스가 있었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휘안이 말했다.
  “에리스 누나, 여긴 어쩐 일로... 에이라나는요?”
  휘안의 물음에 에리스가 말했다.
  “몰라, 몰라! 그녀석... 왠지 모르게 열 받아서 날 이곳으로 보냈어. 기사들은 지쳐서 저기서 쉬고 있고.”
  그렇게 툴툴거리는 에리스를 보며 조금은 안심이 되는 휘안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에이라나가 너한테 전해주라더라.”
  “무엇을?”
  에리스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휘안. 그런 휘안을 보며 에리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상한 진이 펼쳐졌다고 잔뜩 열 내던 걸? 천리지망이 펼쳐졌대,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너라면 알겠지? 그렇게 전해주라더라, 야 천리지망이 뭐냐? 응? 야, 휘안.”
  천리지망이라는 말에 휘안의 사고가 정지했다. 그리고 온갖 추측이 휘안의 머릿속에서 난무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휘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뿔사! 진법!’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린 휘안이었다. 대단위 진법! 그것이 위화감의 정체였다.
휘안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전군 후퇴!”
  갑작스러운 휘안의 외침에 모두가 놀랐다.
  “빨리! 안 그럼 다 죽는다! 후퇴!”
  진법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휘안의 말이었다. 그렇게 절대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말하는 휘안의 말에 모두가 서둘러 이유도 모른 채 후퇴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뇌가 더 빨랐다. 우우웅! 갑자기 대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대기의 진동에 에리스도 굳었다.
  “뭐지?”
  “젠장!”
  그리고 대기의 진동을 느끼며 휘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우우우우우우웅~ 팟! 대기의 강력한 진동과 함께 아툰 제국의 병력 8만 정도가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4권에 계속>
    외전 - 하유현
  나는 혼자였다. 생각과 기억이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터 줄곧 혼자였다. 말이란 것을 할 줄 알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알았을 때부터 나는 부모도 없고 집도 없었다.  그래, 나는 고아였다. 그저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밥이나 얻어먹던 보잘 것 없는 거지였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8살 정도까지 그렇게 되는대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대로 귀엽고 예쁘장한 외모로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밥을 얻어먹던 나.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며 밥술을 얻어먹던 나는 어느 날 창을 들고 갑옷을 입은 이들과 마주쳤다. 그들이 내가 있던 마을에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뭐라고 했더라? 고아들을 모아서 고아원에 데려다준다나 뭐라나? 진심인지 알 수 없어 그들을 빤히 바라보는 나를 향해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넌 집이 없니?”
  갑옷을 입고 창을 든 이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부모님은?”
  “없어요”
  내 말에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가 말했다.
  “쯧... 여자아이가 어린데 고생이 많구나...”
  그 말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 남잔데요...”
  내 말에 그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여자라는 말을 듣는 것 제일 싫어했다. 작년에 검을 허리에 찬 남자가 나를 보더니 음흉하게 히죽 웃더니만 다음 날 먹을 것으로 꾀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 이상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내 옷을 전부 벗겨버린 후에야 내가 남자라는 것을 알아차린 그 남자는 얼굴을 구기며 나를 마구 패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추행을 당한 나는 폭행마저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나를 한참이나 때리던 놈이 한 말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제길... 계집인줄 알았더니 사내새끼 아냐? 재수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입을 맞추고 그의 손을 피하려 몸부림을 치는 내 옷을 벗긴 주제에 지껄이는 말이 너무 가관이라 난 그 새끼의 얼굴을 기억했다. 나중에 꼭 그 새끼를 죽이기 위해서. 그때는 그저 기분이 더러웠을 뿐이지만 그 후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놈이 한 이상한 짓이 내가 여자인줄 알고 날 강간 하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가 무림이라는 곳의 정파인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난 여자라 불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되었다. 어쨌든 남자라는 내 말에 당황한 그 갑옷을 입은 남자는 날 고아원이라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고아원에 들어간 이후에는 굶어죽을 걱정 안해도 되었기에 좋았다. 조금이지만 하루 두기나 공짜로 밥을 주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 10살이 되던 해에 나는 한 이상한 노인을 만났다.
  “허허허... 정말 대단한 미색이구나. 무연이의 시녀로 쓰면 괜찮을 것 같군.”
  그렇게 나를 빤히 바라보는 이상한 노인. 나는 그 노인을 보며 말했다.
  “씨발,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내 거친 말에 노인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큰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여자아이가 말투 한번 껄쭉하구나.”
  그 말에 내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씨발, 어디서 개소리야? 난 남자야!”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 노인.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이것 참... 정말 엄청난 미색이구나? 정말 사내아이가 맞느냐? 그리고 독기에 찬 눈빛이라... 마음에 드는군. 어떠냐, 날따라가지 않겠느냐?”
  그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런 나를 보며 노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날 따라가면... 지금 생활하는 것보다 더욱 호화롭게 살아가게 해주마.”
  그 말에 내가 노인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 말에 노인이 다시 빙긋 웃으며 말했다.
  “행색은 이니 보여도 난 아주 부자란다.”
  그 말에 내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슬쩍 얼굴을 찌푸리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당신 따라갈래.”
  그 말에 빙긋 웃은 노인이 말했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름은?”
  “몰라, 사람들은 날 이아라 불러.”
  그 말에 슬쩍 얼굴을 찌푸린 노인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드는군... 음, 네 이름은...”
  잠시 생각하던 노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이름은 유현... 히유현이가.”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새로 받은, 아니 처음 받은 이름의 뜻을 잘 몰랐다. 하지만 나중에 노인, 즉 훗날 내 스승이자 내 아버지인 사혈사에게 글을 배우고 나서 내 이름이 가진 뜻을 알 수 있었다. 아래, 즐거움, 나타나다. 아래에서 나타난 즐거움이란 뜻이었다. 아래란 못사는 빈민 계층을 말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원래 혈사 아저씨는 날 무연 형의 시종으로 쓸 생각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 재능을 알아챈 후에는 나에게 교주나 소교주들의 핏줄에게만 전해지는 천마신공과 천마가 남긴 무공을 익히게 해주었고, 그 덕분에 나는 20살에 소교주라는 직분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마교로 온지 10년 만에 일이었다.

        무림드래곤(무림으로)
    소마검의 가족
  카프라스는 슬쩍 얼굴을 찌푸렸다. 진법으로 잡은 병사의 수는 8만 정도로, 7만 정도의 병력은 그대로 평지에 덩그러니 남아 버렸다.
  거의 대부분의 수뇌부를 진법 안에 가두어버려 7만의 병사는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15만 병력을 한꺼번에 잡으려고 했전 카프라스로서는 실수라 아니할 수 없었다. 무려 반에 가까운 병사들이 그대로 남지 않았나?
  “...뭔가 내 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듯하군.”
  더군다나 진법의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아툰 재국 쪽에서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그대로 진근을 멈추었다. 이는 필시 누군가가 위험을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카프라스였다.
  ‘그렇다 해도 그 위험을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는 카프라스였다.
  ‘그렇다 해도 그 위험을 감지한 자가 진 안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카프라스가 사용한 진법은 절진이다. 그것도 마교 최강의 상상력을 자랑하는 살진! 바로 광풍혈진이었다. 곽풍혈진은 원래 이렇게 대단위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이 대륙에 충만한 마나의 농도와 마법석이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카프라스는 리샨대륙에서 내공을 수련하면서 리샨 대륙이기의 농도가 중원보다 훨씬 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카프라스는 상당한 내공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전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광범위 진이라서 위력이야 조금 줄겠지만 무림 고수들을 처리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다만 역시나 모두 진법 속에 밀어 넣지 못한 게 영 찜찜할 뿐이었다.
  “이 빌어먹을 천리지망을 쓴 새끼들을 대충 다 잡았군.”
  무려 2만 명이 넘는 병사들을 이틀 만에 도륙해버린 에이라나였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에 중얼거렸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끈 게 아닐까?”
  확실히 몇몇 잡놈들을 잡느라 시간을 오래 끌기는 했다. 하지만 휘안도 있고 엄마인 에랴나니스도 있으니 별 걱정은 없을 거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천리지망을 겪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상대는 보통 놈이 아니었다.
  걱정하던 에이라냐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뭐, 죽지는 않겠지.”
  누구보다 휘안과 에랴나니스를 잘 아는 에이라나다. 웬만한 방법으론 죽지 않을 거란 것도 특히 에랴나니스는 그 어떤 진법에 빠져도 적어도 이틀 만에 파훼하고 나올 위인이었다.
  불안감을 떨쳐버린 에이라나는 흑아를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에이라나의 머리카락이 원래 색깔로 돌아왔다. 에이라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슬슬 그 자식의 면상을 보러 가볼까?”
  에이라나는 묘한 말을 흘리며 기대어린 눈빛으로 경공술을 이용해 최대한의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에랴나니스는 입을 쩍 벌렸다. 도대체 이 무슨 협상이란 말인가? 환상마법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대기의 마나의 진동을 느끼자마자 눈 깜작할 사이에 이런 상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휘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랴나니스 님.”
  어느새 호칭은 에랴나니스로 바뀌어 있었다.
  “응?”
  휘안은 자신의 호칭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에랴나니스를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병사들이 모인다면 대단위로 바람을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해 주십시오.”
  그 말에 에랴나니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휘안이 다시 큰 소리로 병사를 불렀다.
  “갑작스런운 상황에 당황했겠지만, 빨리 이쪽으로 모이시기 바랍니다! 죽기 싫다면!”
  마지막에 ‘죽기 싫다면’이라는 말에는 강력한 포스가 느껴졌던 것일까? 휘안의 사자후에 거의 모든 병사들이 모여들였다. 하지만 얼추 세어 보아도 수는 4만으로 줄어 있었다.
  휘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마 나머지 반은 진의 중심부로 걸어가 죽었을 것이다. 그런 진법이니 말이다. 진법에 관한 지식은 없었지만 대표적인 마진 전도는 배워둔 휘안이었다.
  그 마진 속에 광풍혈진이 들어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광풍진혈은 말 그대로 엄청난 바람이 부는 진법으로, 중앙으로 들어간다면 사람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면서 피가 쏟아져 미친 피바람이 부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절정  고수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겠지만 일류무사급 이하만 되어도 상당히 위험한 마진 중 하나였다.
  이렇게 평범한 병사들이 있을 때에는 진법을 설치한 쪽에게는 적을 가장 확실하게 처리하는 진법이었고, 당하는 쪽에서는 최악의 진법이기도 했다.
  “젠장! 그러고 보니 이건 마교의 진법이잖아.”
  휘안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에이라나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증원인이 이곳에 와 있다. 이 리샨 대륙에!
  그렇게 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때 수뇌부들이 몰려왔다.
  “휘안 형!”
  키라이스트가 다급하게 휘안을 불렀다. 키라이스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휘안이 그를 쳐다보았다.
  “이, 이거 혹시?”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는 듯한 투로 묻는 키라이스트를 보며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진법이야.”
  그 말에 키라이스트는 물론 같이 왔던 루이스, 아레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진법의 위력을. 자신들을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르게 했었던 것이 진법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아레인이 진정하고 물었다.
  “빠져나갈 수 있겠어?”
  그 말에 휘안이 대답했다.
  “난 진법에 관한 지식은 제로야, 그리고 이건 저번에 펄쳤던 어중이떠중이 진법이 아닌 제대로 된 진법이야, 힘들 거다.”
  휘안의 대답에 키라이스트와 루이스, 아레인의   표정이 심각해졋다. 휘안의 말을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엇다.
  8만의 병력이 광풍혈진에 갇혔다. 그리고 그증 반이라는 숫자가 죽었다.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까딱 잘못 움직이면 나머지 4만의 병력도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크윽. 에이라나, 마교의 진법이다. 제발 알아서 처리해다오.”
  휘안이 얼굴이 찡그리며 말했다.
  휘안 일행을 광풍진혈에 가둔 카프라스의 얼굴이 굳었다. 굳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들은 보고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천리지망이 파훼되고...3만 병력의1/10도 남지 않고 다 죽었다?”
  카프라스는 보고를 올린 귀족의 말이 제발 농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소, 송구하옵니다.”
  쾅!
  “그것이 말이 되느냐! 무려 3만이다! 그것도 정예군 3만! 그런 3만이 천리지망을 펼치고도 전멸에 가까운 피해? 도대체 어떤 새끼가 지휘를 그따위로 해먹느냔 말이다!”
  무시무시한 기운을 뿌려대며 소리치는 카프라스의 말에 보고를 올린 귀족이 고개를 푹 숙이고 두려움에 오들오들 떨었다.
  이를 부드득 갈던 카프라스가 말했다.
  “지휘관 새끼는 살아 있고?”
  그 말에 귀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옛!“
  “그 새끼 당장 목을 쳐버려.”
  “아, 알겠습니다.”
  이럴 때의 그는 마뇌 그 자체였다. 실수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은 자는 살려두지 않는다.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 것을 느낀 카프라스가 주먹으로 책상을 꾹 누르며 중얼거렸다.
  “젠장, 일이 왜 이렇게 꼬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카프라스는 고개를 휘휘 저은 다음 아툰 제국의 7만 병력을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좋지 않은 기분은 빨리 털어버리는 게 최고다.
  에리라이나는 옆에서 자신을 졸졸 쫓아오고 있는 녹발에 녹안의 미남자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 나와 같이 움직이겠다고?”
  그 말에 라이탄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가 이번 내 유희를 망쳤으니 같이 움직이는 건 허락해 줬으면 해.”
  그 말에 에이라나가 뭐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야 네가 나랑 대치 상황이었으니깐 그렇지.”
  에이라나의 대답이 라이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난 너를 보고 이번 유희에서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마법까지 썼다고.”
  “누가 말려 달래?”
  “안 말리면 큰일 날 걱 같은데 어떻게 안 말리냐?”
  에이라나가 라이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라이탄은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줄 뿐이었다.
  드래곤 일족 중 가장 온순한 일족이 그린 일족이다. 그런 라이탄의 포근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에이라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후회해도 난 몰라.”
  그 말에 라이탄이 생긋 웃었다.
  “후회할 일은 별로 없을 거라 본다.”
  라이탄의 말에 에이라나가 속으로 대답했다.
  ‘...장담하는데 100퍼센트 후회할 거다.’
  그렇다. 라이탄은 몰랐다. 바로 지금 가는 곳에 에랴나니스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에이라나는 경공술을 이용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1,000살이 가까워져 마나를 활성화시켜 육체적 능력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라이탄이었다. 하지만 갓 성룡이 되어 마나의 컨트롤이 미숙한 에이랴나에게 달리기에서 뒤처지고 있었다. 그것도 숲속에서!
  폴리모프 한 상태에서는 엘프보다 숲에서 더 빠르다는 그린 일족이 간신히 에이라나로 추정되는 점을 쫓아가는 정도였다.
  “저렇게 무식한 칼을 등에 메고 어떻게 저렇게 달려?”
  라이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저 앞에 점으로 보이는 에이라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라이탄의 동행을 허락한 에이라나는 달려서 가자고 했었다.
  그리고 그 말에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당연히 고개를 끄덕인 라이탄이었다. 뛰다 지치면 자신이 에이라나를 업고 갈 음흉한 생각까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웬걸? 자신이 완전 뒤처지는 게 아닌가?
  심지어 에이라나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이용해서도 가속도를 내며 달려갔다. 초상비였다.
  라이탄도 한번 따라해 봤다가 앞으로 고꾸라져 에이라나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라이탄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에이라나는 그저 달려갈 뿐이었다.
  아툰 제국의 4만의 병사와 수뇌부들은 엄청난 바람이 부는 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한자리에서 진법을 빠져 나갈 방법을 고심하고 있엇다.
  바람은 그나마 에랴나니스가 남몰래 결계를 치고 있어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아툰 제국의 병사들은 제대로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실 8만의 병력 중 4만도 휩쓸려 진법 안쪽으로 끌려갔다 다 죽은 것이었다. 그것이 광풍혈진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렇게 고심하는 수뇌부들과 다르게 마법사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법을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환상마법 따위와는 그 격이 다른 진법이다.
  휘안과 같이 있는 에랴나니스 역시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이거   정말 인간이 한 거 맞아? 무슨 놈의 환상이 진짜야? 에이션트급 드래곤들이 사용하는 환상마법과 맞먹잖아, 이거?”
  위력이 같다는 게 아니었다. 그 효과가 같다는 것이었다.
  저번에 키라이스트, 아레인, 루이스 이 세사람을 훈련시키는 진법만 해도 드래곤들이 봤다면 까무러칠 수준이었다. 바람의 정령왕 실피드 역시 키라이스트들을 훈련시키는 진법을 보고 경악했으니 말이다.
  에랴나니스의 말에 휘안이 물었다,.
  “어떻게 처리가 안 될까요?”
  휘안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바로 처리하는 건 나도 불가능해, 최소 이틀은 걸릴 거야.”
  진의 중심이 되는 축을 바로 찾는 것은 아무리 4,000살이나된 에랴나니스라도 마나가 헝클어져 있는 진법의 안에서는 불가능했다. 에이션트급 드래곤이라면 축을 찾는 것은 쉽겠지만 아쉽게도 에랴나니스가 에이션트급 그래곤이 되려면, 1,000년은 더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젠장, 에이라나만 있어다면 파훼할 수 있을 텐데.”
  휘안이 에이라나의 부재를 느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 말에 에라냐니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도 안 되는데 에이라나라고 무슨 수가 있겠어?”
  그 말에 휘안이 말했다.
  “진법에 대해 저보다 훨씬 잘 아니 파훼가 더 빠르겠죠.”
  휘안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진법이란 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있다고?”
  그 말에 휘안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였다.
  “자세한 건 에이라나에게 듣고 일단 진법의 생문을 찾거나 파훼할 방법을 알아보죠.”
  그런 휘안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에라나니스였다.
  딸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숨김없는 이야기를 직접 말이다.
  쉬지 않고 경공술을 이용해 달리던 에이라나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녀가 멈춰선 곳은 오르칼 왕국과 아툰 제국의 접전이 있었던 곳이었다.
  에이라나의 뒤를 쫓던 라이탄도 엉겁결에 에이라나가 멈추자 따라 멈추었다. 에이나라 곁으로 다가간 라이판은 상당히 표정이 굳어 있는 에이라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에이라나.”
  라이탄의 물음에도 에이라나는 반응이 없었다.
  “젠장! 결국 걸린 건가?”
  에이라나는 평원에 도착하자마자 진법의 기운을 느꼈다. 그렇기에 아툰 제국이 진법에 걸렸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7만 정도 되어 보이는 숫자가 초상집 분위기로 모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에이라나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 걸린 건 아닌가 보군.”
  에이라나는 곧장 아툰 제국군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은 라이탄도 금세 뒤를 따라갔다.
  챙!
  “누구냐!”
  아툰 제국군이 주둔하는 곳으로 다가가자 병사들이 창을 들고 에이라나를 저지했다. 에이라나는 병사들의 행동에 슬쩍 얼굴을 찡그렸다. 그때 한 병사가 에이라나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앗! 은빛 가면의 여검사님?”
  그 병사의 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려 펴졌다.
  “으, 은빛 가면의 여신님?”
  “그, 그러고 보니... 은발에 은안이잖아?”
  “그분이 두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대도를 지니고 있는 것을 저번에 봤어.”
  두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대도. 은발에 은안. 이것은 지금 대륙에서 은빛 가면의 여검사. 에이라나를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와아아아아아! 은빛 가면의 여검사님이 돌아오셨다!”
  “만세! 살았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결국...돌아왔단 말인가?”
  카프라스가 슬쩍 얼굴을 찡그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죽음의 기사단의 기사단장을 보며 물었다.
  카프라스의 물음에 기사단장이 대답했다.
  “예, 은빛 가면의 여검사가 귀한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며 카프리스가 말했다.
  “...이번에야말로...끝장을 내주지.”
  3만의 대군을 데리고도 처리하지 못했던 은빛 가면의 여검사다. 그녀를 다음번 전투에서 처치할 생각인 카프라스였다.
  “이틀 후 아툰 제국의 진영으로 진군한다. 그때 너희들이 선봉에 서서 은빛 가면의 여검사의 목을 쳐라.”
  그 말에 기사단장이 큰 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옛!”
  기사단장의 대답에 카프라스가 진득한 기운을 품긴 눈으로 중얼거렸다.
  “더 이상 계획에 차질은...없다.”
  물론 그것은 두고 볼 일이었다.
  7만의 아툰 제국군 진영. 그중 제일 큰 막사에서  에이라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뇌부 대부분이 진법에 당했단 말인가?”
  에이라나가 차가운 얼굴로 남은 귀족들에게 물었다. 그 말에 귀족들이 침묵을 고수했다. 그런 귀족들을 쪽 훑어본 에이라나가 한숨을 푹 쉬며 중얼겨렸다.
  “최소 4만은 죽었겠군.”
  그 말에 라이탄이 물었다.
  “응? 뭐가?”
  라이탄의 물음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진법에 갇힌 8만의 병사들 중 반이 죽었을 거란 소리다.”
  그 말에 귀족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 설마 단순한 환영마법에 당한 것입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귀족들의 말에 라이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도 맞아, 단순한 환영마법에 4만이란 병사가 떼죽음을 당할 리가 없잖아?”
  그 말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었다.
  “단순한 환영마법이라...”
  분명 웃고 있었지만 왠지 위화감이 드는 웃음에 모두가 굳었다. 그들을 둘러보며 에이라나가 말했다.
  “저게 살진이라면 4만은 죽었을거야, 휘안이나 에리스 언니가 없었다면 몰살이었겠지만.”
그 말에 모두가 굳었다.
  “뭐, 4만의 병사라도 살려야겠지? 나중에 진법느오 들어가서 파훼하고 오지.”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곳으로 들어가신다고요? 하루가 지났지만 누구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위험합니다.”
  그 말에 에이라나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하루 만에 나올  테니까.”
  사실 저런 대단위 진법을 파훼하려 한다면 아무리 진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라도 최소 이틀은 걸린다. 하지만 에이라나가 하루 만에 단축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에이라나는 진법네 관한 책을 본 적이 있었다. 고난위도 진법을 말이다.
  전생에는 잊고 있던 부분을 조금씩 떠올랐기에 진법을 전문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더욱이 에이라나는 마나와 가장 친숙한  생물인 드래곤이다. 그렇기에 마나가 불안정한 곳에서도 보통 인간들보다 진법의 축을 더 바르게 찾을 수 있었다.
  귀족들의 만류를 기각시킨 에이라나는 라이탄을 데리고 진법 앞에 섰다.
  “어떤 곳인지 궁금하군.”
  그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글세. 환영을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엄청난 불길이나 물살에 휩싸일 수도 있고... 또 아니면 안에 있는 병사들의 칼에 맞을 수도 있고.”
  에이라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진법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라이탄도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모습이 곧 사라졌다.
  휘오오오오!
  엄청난 광풍에 에이라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빙고! 바람이군.”
  “커억! 뭐야 이거?”
  태연한 에이라나와 다르게 라이칸은 날아갈 것만 같은 광풍에 중력마법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에이라나는 중력마법 대신에 익숙한 천근추를 사용해 몸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에이라나의 천근추 수법을 보며 라이탄이 물었다.
  “뭐냐? 그거?”
  라이탄의 물음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몸을 무겁게 만드는 거.”
  그 말에 라이탄이 물었다.
  “마법이 아닌데?”
  “꼭 마법만이 몸을 무겁게 만드는 건 아니잖아?”
  그 말에 라이탄도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에이라나는 자신들이 모르는 신비한 수법을 많이 알고 있었다. 에이라나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던 에이라나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에이라나를 지켜보던 라이탄 역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에이라나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기 때문이었다.
  “힘이 있으면 뭐하는가? 그 힘을 제대로 ?용할 줄 모은다면 무슨 소용인가.”
  에이라나의 뜬금없는 말에 라이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그거 카프라스가 습관처럼 하는 말 아닌가?”
  라이탄의 물음에도 에이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로 자신의 머리에 울려 퍼지는 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힘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무슨 소용입니까?’
  웃음기어린 얼굴로 자신에게 말해오던 목소리, 아련한 전생에 대한 향수. 보고 싶은  사람들 중 한 사람.
  ‘악안영.’
  어느새 에이라나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떠올라 있었다.
  에이라나는 마음을 추술렀다. 바보처럼 향수에 젖어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그리고 아직 이 진을 설치한 게 악안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난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광풍혈진! 천마교의 절진 중에서도 살진이며 살상력은 천마교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진법.’
  이전에 광풍혈진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전자가 멍청하게도 그 진 그대로를 사용했을 리 없었다. 이것을 사용했다면 적어도 마교에서 고위 직책이다. 몇 개의 진을 더 추가해 살상력을 더욱 높었을 것이다.
  ‘이거 정말  엄마나 휘안이  없었다면 몰살이었겠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에이라나가 말했다.
  “지금부터 몸에 실드 마법을 치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에 라이탄이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왜?”
  “안 그러면 엄청 아플 거다.”
  그렇게 말하고 에이라나도 온몸에 호신강기를 두르기 시작했다. 에이라나의 호신강기를 보며 저렇게 오러 블레이드를 방어막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라이탄이었다.
  곧 라이탄도 실드를 이용해 온몸을 방어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에이라나가 먼저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던 라이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라나가 왜 실드를 치라고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아마 실드를 시전하지 않았다면 엄청 큰 변을 당했을 것이다.
  바로 엄청난 광풍이 갑자기 칼바람으로 변해버렷기 때문이었다. 만약 맨몸으로 저것을 맞았다면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칼바람을 보며 라이탄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카프라스가  혹시 일족의 어른이야?”
  이런 환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에이션트급 드래곤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라이탄이었다. 하지만 그런 라니탄의 추측은 당연하게도 빗나갔다.
  “아니, 인간이다.”
  그 말에  라이탄이 어이없다는 표덩을 지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환영을 만들어?”
  라이탄의 말에 에이라나가 대답했다.
  “잘.”
  더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라이탄이었다. 순간 앞으로 나아가던 에이라나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한 개.”
  에이라나는 중얼거림과 동시에 등에 메고 있던 천마도를 뽑았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휘들렀다.
  쿠구구구구궁!
  살짝 휘두른 천마도 앞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거대한 돌탑 하나가 무너졌다. 갑작스러운 돌탑의 등장에 멍해 있는 라이탄을 보며 에이라나가 히죽 웃었다.
  “앞으로 열한 개만 더 처리하면 끝나겠군.”
  광풍혈진의 기본 축은 24개이니 그중 반만 없애도 진은 파훼된다.
  “가자.”
  “어? 으응.”
  멍하니 돌탑을 바라보던 라이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에이라나를 따라기가 시작했다.
  휘안과 에랴나니스가 자신들을 말리는 수뇌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결국 진법의 축을 처리하러 막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든 이상한 느낌에 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람이... 약해졌다?”
  에랴나니스의 중얼거림에 휘안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라나가 진법의 축을 처리하고 있나 봐요.”
  그 말에 에랴나니스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준비 단단히 했는데.”
  에이라나가 다섯 개의 돌탑을 처리할 때부터 진법의 기운이 점점 액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에이라나가 열한 번째 진법을 처리하며 중얼거렸다.
  “꼬박 하루 걸렸군. 이제 하나 남았나?”
  진법을 유지하는 축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에이라나였다. 휘안과 에랴나니스에게 진법이 조금씩 파훼되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고 전투준비를 시킬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제 하나 남았군.”
  에이라나의 말에 라이탄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강력하던 환상이 겨우 돌탑 몇 개 무너졌다고 이렇게 쉽게 사라지다니.”
  라이탄의 말에 피식 웃은 에이라나가 말했다.
  “...진법의 구조를 봐서는 마뇌가 펼친 진법이 맞아.”
  악안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천마교의 인물이 확실하다.
  “누구일까?
  당연하게도 악안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엇다. 사실 안영이  평소에 중얼거리는 말은 대부분 선대들이 자주 쓰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안영이 아닌 마뇌일 수고 있다는 뜻. 그렇기에 정확히 악안영이라고 확신항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진법을 사용한 이는 안영이 맞았다.
  카프라스는 병사들을 보며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진격할 때가 왔다. 이번 전쟁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완벽한 숭리다. 그런데 뭔가? 이 불안감은? 언제부턴가 막연한 불안감이 그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짜증이 이는 타프라스였다.
  ‘젠장! 이 전쟁 빨리 끝내야겠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카프라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전군 진격!”
  그 말과 함께 오르탈 왕국의 병사들이 진격하기 시작했다.
  아툰 제국 진영이 다시 바짝 긴장했다.
  오르탈 왕국 측에서 진격해 오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진법에 갇힌 상황에 제국에 남아 있는 병력이라고는 병사뿐이었다. 반면에 오르칼 왕국에는 50명의 소드 마스터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있다. 나머지150명도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해당하는 실력자들이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렇에 아툰 제국이  절망하고 있을 때 공간이 일렁였다. 그리고 점점 나타나는, 4만 정도 되는 병사들의 시체와 4만 정도 되어 보이는 전투준비를 철저하게 갖춘 병사들!
  그들을 보고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르칼 왕국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것을 보고 경악하는 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카프라스였다.
  카프라스는 눈이 찢어질 듯 부릅뜨고 전방을 쳐다보았다. 아직 진법을 해제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법이 해제되었다. 진법이 누군가에 의해 파훼된 것이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경악하고 있는 카프라스의 눈에 은발의 여인과 녹발의 미남자는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카프라스의 눈길은 이 세계에는 없는 모양의 검 두 자루와 도로 무장한 은발의 여인이었다.
  “은빛... 가면의 여검사?”
  카프라스는 어렵지 않게 그가 누군지 알아낼 수 있었다.
  휘안과 에랴나니스는 전방을 주시하며 진법이 해제되는 것을 보고 웃었다. 앞에는 오르칼 왕국의 대군과 전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에이라나였다.
  “어, 에이라나 누나!”
  “정말?”
  “형의 말대로 에이라나 누나가 진법을 푼 게 맞나보네?”
  키라이스트와 아레인, 루이스가 중얼거렸다. 그때 그들의 눈에 녹발에 미남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이 굳었다.
  “누구야, 저거?”
  키라이스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두가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반면에 에랴나니스는 라이탄을 보고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야? 저 초록 애송이가 왜 에이라나와 붙어 있는 거야?”
  그 말에 휘안이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요?”
  “알다마다. 저 자식, 누구 마음대로 에이라나 옆에 붙어 있어? 죽고 싶은 건가?”
  여전히 라이탄을 노려보며 에랴나니스는 오한이 드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에이라나 옆에서 오르칼 왕국군을 쳐다보던 라이탄은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자 딱딱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딸국!”
  그리고 너무 놀란 나머지 딸국질까지 하고 말았다. 에랴나니스가 너무도 화사한 얼굴로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디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손칼 모양을 만들어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라이탄은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히끅!”
  그런 라이탄을 보며 에이라나가 말했다.
  “후회한다고 했지?”
  에이라나의 말에도 라이탄은 딸국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저 죽었구나. 그 생각밖에 없었다.
  카프라스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은발에 은빛 가면을 쓴 여인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죽음의 기사단에게 명을 내렸다.
  “가서 은빛 가면의 여검사를 죽여라.”
  그 말과 동시에 달려 나가는 200명의 죽음의 가사단.
  죽음의 기사단이 무서운 이유는 저 엄청난 속도 때문이었다. 말을 타지도 않았으며 간단한 가죽갑옷이 방어의 전부인 그들이었지만 절대 칼을 맞는 법이 없었다. 바로 보법 덕분이었다.
  보법뿐 아니라 경공술도 사용할 줄 아는 그들은 경공술을 이용하며 에이라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에이라나에게 있어 그들의 경공술은 너무도 허접해 보였다.
  에이라나가 차갑게 웃으며 천마도를 뽑았다. 검붉은 검신을 가진 천마도가 차갑게 빛났다. 그런 에이라나의 눈에 저 멀리 카프라스가 보였다. 순간 에이라나의 눈이 조금 커졌다.
  달라진 게 없었다. 어리카락 색이 남색이 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유약한 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생과 다르게 강맹한 기운이 느껴졌다. 화경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듯한 기운으로 마법도 8클래스 마법을 시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안영.’
  바로 안영이었다.
  에이라나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신의 눈앞에 덤벼드는 기사단을 보며 중얼거렸다.
  “후후후, 뭐 보통 때 같았으면 다 죽였겠지만 안영이 키운 녀석들이니 죽이지는 않으마.”
  중얼거리던 에이라나는 라이탄에게 말했다.
  “넌 엄마가 있는 쪽으로 가, 방해된다.”
  에이라나의 말에 라이탄이 간절한 투로 말했다.
  “...그냥 사라지면 안 될까?”
  “엄마라면 쫓아가 밟아버릴껄?”
  그 말에 라이탄이 묵묵히  에랴나니스가 있는 쪽으로 갔다. 속으로는 피 눈물을 흘리며...
  라이탄은 보낸 에이라나는 히죽 웃으며 거의 지척까지 다가온 죽음의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돌진했다.
  “어디 실력 좀 볼까?”
  쾅!
  에이라나의 도에 도강이 맺혔다. 그리고 곧바로 검강을 사용한 기사와 격돌했다. 격돌하자마자 에이라나는 주먹으로 기사의 배를 가격했다.
  퍼억!
  “쿨럭!”
  기사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에이라나는 뒤를 노리는 기사의 가슴을 뒤차기로 차버렸다. 곧바로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기사를 보며 에이라나가 중얼거렸다.
  “천마도검법 천마패도.”
  초식명과 함께 무시무시하고 패도적인 기운이 도강에  맺혔다.
  쾅! 콰가가가가가가가강!
  기사 열 명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중에는 소드 마스터 기사 셋이 있었다. 살아남은 기사들은 움찔했다.
  치지지지지직!
  에이라나가 오른발을 주측으로 왼손에 들린 천마도를 휘둘렀다. 휘두를 때 왼발에 힘을 주어 엄청난 속력을 부가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쾅!
  천마도에 맞은 기사 둘이 또 튕겨져 나갔다. 심검을 이용해 검에 예기를 죽여 베이지는 않았지만 내상을 입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엄청나게 큰 몽둥이에 맞은 것과 같으니 말이다.
  순식간에 열넷의 기사가 당했다. 그중 소드 마스터급 기사는 일곱!
  “생각보다 수준이 높군.”
  에이라나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래도 키라이스트들에 비하면 떨어져.”
  확실히 강하긴 했지만 키라이스트들에게 비하면 떨어졌다. 물론 그들은 셋이고 이쪽은 200명이지만.
  그때 에이라나의 엄청난 위력에 당해 쓰러져 있던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에이라나의 눈에  재미있는 것은 보는 듯한 호기심이 어렸다.
  “이번에는 뭐냐?”
  하지만 이어지는 합동공격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마참격진?”
  그것은 바로 소마대의 주공격법이었다. 자신을 따르던 소마대가 생각나자 에이라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의 명이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소마대.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소마대보다 훨씬 약하지만 꼭 그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스릉! 스릉!
  대신 에이라나는 은아와 흑아를 뽑았다.
  “천마도검법 혈천검무.”
  에이라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아름다운 춤이지만 섬득한 피를 부르는 피의 춤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강!
  혈천검무를 추는 에이라나와 죽음의 기사단이 격돌했다. 에이라나의 혈천검무를 당하는 북음의 기사단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인원이 누워버렸다. 하지만 죽은 자는 없었다. 이 경악스런 장면에 모두가 경악했다.
  카프라스는 자신이 직접 키운 죽음의 기사단이 모두 쓰러져 있자 정신이 멍해지기까지 했다.
  “너희, 이름이 뭐냐?”
  에이라나가 쓰러져 있는 이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죽음의... 기사단.”
  “정확한 명칭.”
  그 말에 잠시 침묵하던 우두머리가 입을 열였다.
  “소...마대.”
  에이라나는 옷음이 나왔다. 그리고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아와 은아를 검집에 꽃은 에이라나는 쓰러져 있는 기사단을 지나쳤다. 당당하게 앞으로 나선 에이라나가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그리고 사자후를 터트렸다.
  “나와라! 마뇌 악안영!”
  에이라나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카프라스는 빋기지 않은 광경에 경악했다.
  자신이 만든 소마대가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쓰러지다니!
  심지어 소마대를 쓰러트린 은빛 가면의  여검사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소마대를 지나쳐 자신의 앞으로 나셨다.
  “나와라! 마뇌 악안영!”
  경계하고 있던 카프라스의 귓가로 그녀의 목소이가 들려왔다. 순간 카프라스의 사고가 정지했다. 사고를 정지한 카프라스를 깨워준 것 역시 커다란 사자후였다.
  “이 새끼야, 멍하니 월 하고 있어? 너 병신이냐? 나오라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투, 너무도 그리운 말투, 카프라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대는 누구시오!”
  “그 말에 에이라나가 버럭 소리쳤다.
  “병신아! 너 나 누군지 모르냐? 하도 오래 안 굴려서 대가리가 굳었냐?”
  에이라나의  욕지거리에 카프라스가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고 묻지 않았냐! 네놈은 누구냐! 누구이기에 나의 또 다른 이름을 아는 것이고 마뇌라는 칭호를 알고 있느냐! 감히 누구이기에 나 마뇌 악안영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 말이다!”
  악을 쓰듯 내뱉는 카프라스를 보며 에이라나가 멈칫했다. 그러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그렇게 운을 띄운 에이라나가 자조적인 미소로 대답했다.
  “소마검.”
  그 말에 카프라스가 완전히 굳었다.
  휘안이 착 가라앉은 눈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휘안을 보며 막 라이탄을 갈구던 에랴나니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왜 그래?”
  에랴나니스의 말에 휘안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라나, 울 거예요.”
  “뭐?”
  갑작스러운 휘안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아니, 뜻은 이해햇다. 하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되물은 것이다.
  “에이라니 저 녀석, 울 거라구요.”
  그 말에 에랴나니스가 다시 되물었다.
  “왜?”
  에랴나니스의 물음에 휘안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과거의 향수 때문에요.”
  휘안 역시 마참격진을 보고 시력을 높여 카프라스를 보았다. 얼굴은 안영 모습 그대로였다. 그걸로 상황파악이 모두 끝난 휘안이었다.
  잠시 후...
  “나와라! 마뇌 악안영!”
  역시나 에이라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카프라스가 묵묵히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에이라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 공작전하! 위험합니다!”
  “닥쳐!”
  그런 자신을 말리는 한 귀족에게 카프라스는 너무도 싸늘한 말로 대꾸했다. 그런 카프라스의 말에 귀족은 흠칫하고 뒤로 물러났다. 카프라스는 다시 에이야나에게 걸어갔다.
  서로 마주 다가오던 에이라나와 카프라스가 대치했다.
  “다시 묻지, 넌 누구냐?”
  그 말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말 대가리 굳었냐? 말했잖아? 소마검이라고.”
  그 말에 카프라스가 화가 났는지 톤을 높이며 말했다.
  “헛소리.”
  화를 내면서도 눈빛은 흔들리고 있는 카프라스를 쳐다보며 에이라나가 다시 말했다.
  “중원 무림의 천마교의 소교주 소마검을 벌써 잊었나?”
  카프라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없는 카프라스에 에이라나의 얼굴이 딱딱해지며 다시 물었다.
  “아니면...너도... 날 죽인 장로들과 한패인가?”
  그 말에 카프라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때부터 카프라스가 마치 씹듯이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소교주님은 죽었다! 죽었다고! 난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했어! 마지막 가시는 것도 보지 못했단 말이다! 나의 안일함 때문에! 나는 내 목에 칼이 들어와서야 장로들이 소교주님을 배신한 줄 알아차렸단 말이다! 내가 얼마나 날 증오했는데! 날 얼마나 저주했는데! 그런데 스스로 자신을 소교주라고 칭하다니! 네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를 으드득 갈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카프라스를 에이라나는 묵묵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한바탕 소리를 지른 카프라스가 잠시 후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중원인 같은데... 왜 소교주님을 사칭하는지 모르겠지만 소교주님을 사칭하는 것으로 나에게 뭔가를 얻으려 한다면 네년 헛짓거리 한 게야. 난 나자신을 어무도 증오하고 저주해서 이미 소교주님에 대한 일은 별 감흥이 없거든?”
  모순적인 말이다.
  “그 말은...소교주... 소마검 하유현 따위는... 잊었으며... 더 이상 너에게 별 감흥이 없다는 소리냐?”
  “그래.”
  에이라나는 모순적인 말을 하는 카프라스를 묵묵히 쳐다보는가 싶었다.
  퍼억!
  에이라나의 팔이 뒤로 당겨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주먹이 카프라스의 얼굴을 그대로 가격했다. 공격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카프라스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에이라나의 반응레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굳었다. 에이라나는 쓰러진 카프라스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퍼억!
  그리고 다시 주먹을 휘들러 얼굴을 가격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맞은 카프라스도 당황했다.
  퍼억! 퍼억!
  계속되는 구타. 카프라스는 이미 반은 피떡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휘안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진정해!에이라나!”
  “이거 놔! 내 오늘 저 자식 죽인다!”
  “진정하라고!”
  “뭐? 날 잊어? 나 따위에게 별 감흥이 없다고? 야 이 개새끼야! 평생 무연 형이랑 내곁에 있어준다고 했잖아!”
  에이라나가 휘안의 품에서 발버둥을 치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어느새 에이라나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고 있엇다.
  결국 휘안을 뿌리친 에이라나가 다시 카프라스에게 달려들었다. 이제는 주먹과 발을 이용해 카프라스를 무지막지하게 패기 시작했다. 심각함을 깨닫고 에랴나니스도 다급하게 다가와 에이라나를 말렸다.
  “에이라나!”
  에이라나를 자신의 품에 품은 에랴나니스가 달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은빛 가면은 땅 위에 떨여져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험악하게 움직인 덕분에 에이라나의 얼굴에서 떨어진 것이다.
  맞기만 하던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의 얼굴을 보고 멍해졌다. 휘안이 서둘러 에이라나의 수혈을 짚었다. 그러나 에이라나는 휘안보다 더한 고수다. 수혈을 짚었다고 해서 잠들 리 없었다. 하지만 분노와 흥분, 그리고 슬픔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에이라나였기에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스르륵 눈이 감긴 에이라나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에랴나니스는 에이라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꼭 안아주었다. 그 모습에 안심하고 휘안이 카프라스레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주었다.
  “휘안 님.”
  카프라스가 멍하니 휘안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입니다.”
  너무도 태연한 반응에 오히려 휘안이 어이가 없어졌다.
  “...우현의 존재는 믿지도 않더니, 난 너무 쉽게 빋는거 아니냐?”
  그 말에 카프라스가 쓰게 웃었다.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저렇게 보여도 제 첫사랑입니다. 제게 가장 소중했던 분입니다. 제가... 너무 바보 같군요.”
  “알긴 아네.”
  카프라스를 부축한 휘안이 질책하듯 말했다.
  “에이라나는 강해. 하지만 상처입기 쉬워, 소중한 것들은 에이라나에 있어 더 없는 약점이야.”
  “에이라나가... 소교주님입니까?”
  “그래, 후생의 이름이야.”
  “...”
  카프라스가 침묵했다. 침묵을 지키는 카프라스를 보며 휘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넌 에이라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들 중 하나다. 그런데 네가 에이라나에게 그런 말을 했으니... 난 에리라나가 우는 거 오늘로 두 번째로 본다.”
  “언제 또 우셨었습니까?”
  카프라스의 물음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요?”
  “알 자격 없어, 에이라나에게 직접 들어.”
  휘안의 말에 카프라스가 침묵하다가 입을 열였다.
  “...용서 안 해주실 것 같은데요?”
  “그건 네 처지고.”
  대화를 나누던 휘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아!”
  “왜요?”
  갑작스러운 휘안의 탄성에 카프라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카프라스의 물음에 휘안은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깜빡한 게 있어서.”
  말과 함께 휘안을 부축하던 카프라스를 살짝 밀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 카프라스의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내려 찍어버렸다.
  퍼억! 쿵!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땅바닥에 충돌한 카프라스의 몸이 한차례 튀어 올라올 정도였다.
  “이건... 에이라나의 친구로서 에이라나에게 상처를 입힌 너에 대한 나의 응징이다.”
  “거, 거 응징 한번 제대로 하시네.”
  그렇게 중얼거린 카프라스는 정신을 잃었다. 그러며 카프라스는 옛날에 자신이 어린 유현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또 다시 자신을 저주했다.
  ‘원하신다면 가족이 되어 드리죠, 이제부터 유현 님은 저와 가족이십니다. 저에게는 제일 소중한 분이 우현 님이십니다.’
  그런 말까지 했는데. 그때 유현은 자신에게 ‘미친놈’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기뻐하는 것이 보였는데.
  ‘이전에는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소중한 것에게 큰 상처를 입히냐? 이 병신 같은 놈아.’
  카프라스는 그렇게 자신을 욕하며 정신을 놓아버렸다.
    에이라나와 유현
  은빛 가면의 여검사 에이라나와 카프라스 공작의 갑작스런 대면 덕분에 전쟁이 소강상태가 되었다.
  오르칼 왕국군은 그대로 테프로스 성으로 돌아갔다. 물론 카프라스도 같이 말이다. 주먹으로 카프라스를 기절시킨 휘안이 카프라스를 오르칼 왕국 진영에 던져주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휘안의 행동에 아툰 제국의 귀족들의 반발이 들어왔지만 간단히 해결되었다.
  “닥쳐, 이 새끼들아!”
  아툰 제국군 사이에서는8서클 마스터의 현자로 알려진 에랴나니스의 날카로운 말 덕분이었다.
  상당히 날카로워져 있는 에랴나니스였다. 그런 에랴나니스의 품에는 에이라나가 잠들어 있었다. 이십대 중반의 외모를 가진 에랴나니스가 십대 후반의 외모를 가진 에이라나를 안고 있는 게 조금 이상해 보였지만 말이다.
  아툰 제국군도 이스성으로 귀한했다. 이대로 레릴 왕국을 칠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이라나는요?”
  휘안이 에랴나니스에게 물었다. 에fisk니스가 고개를 저었다.
  “안 일어나.”
  이틀째다. 그때 휘안에게 혈을 잡히고 난 뒤 에이라나는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죽은 듯이 잠만 자고 있었다.
  잠자는 에이라나의 뺨을 쓰다듬은 에랴나니스가 물었다.
  “그... 카프라스란 인간, 에이라나에게 어떤 존재지?”
  에랴나니스의 물음에 휘안이 대답했다.
  “에리라나...아니, 하유현의 세 번째 가족입니다.”
  첫 번째 가족은 사혈사, 두 번째 가족은 사무연, 세 번WO 가족은 악안영. 바로 하유현의 유일한 가족들이다.
  “하...유현?”
  에랴나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세한 건 에이라나에게 듣죠, 하지만 에이라나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상처 입기 쉬운 타입이라 언제 자리를 털고일어날지 모릅니다.”
  휘안의 말에 에랴나니스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쳇... 바보 같은 딸.”
  에랴나니스가 에이라나를 보며 말했다.
  ‘허허허, 넌 이제부터 나의 아들이다.’
  ‘넌 이제부터 나의 동생이야.’
  ‘이제부터 유현 님은 저와 가족이십니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그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혈사 아저씨, 무연 형, 안영.”
  에이라나는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보인 광경에 에이라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곳에는 한 노인이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날 따라가지 않갰느냐?”
  노인의 말에 아이가 눈을 깜박거리더니 노인의 손을 잡았다.
  너무도 익숙한 광경.
  “혈사 아저씨.”
  사혈사. 중원 무림에서 광마라 불리며 공포 대상이었던 존재. 그리고 중원 최강의 무력집단 천마교의 교주였던 중원 무림 최강자 중 한사람. 하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도 따뜻한 사람.
  잠시 후 공간이 일그러졌다.
  좀 더 혈사의 얼굴을 누에 담으려던 에이라나가 당황했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잡시 뒤 눈을 떠 보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놀랍게도 에이라나가 누워 있는 방은 예전 자신이 전생에 사용하던 그 방이었다.
  “유현아!”
  그때 누군가가 에이라나를 유현이라 칭하며 불렀다. 에이라나, 아니 유현이 앞을 바라보았다. 무연이 화사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우왁!”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한 유현의 침대 위로 올라온 무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잘 잤어?”
  무연이 흐트러진 우현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내거 음양전환공 무공서를 슬쩍했어! 이제 널 여자로 만들 수 있어!”
  장난스럽게 말하는 무연을 보며 왈칵 눈물이 나는 유현이었다. 유현의 눈믈을 보는 순간 무연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 아버지! 유, 유현이가 울어요!”
  경악하며 무슨 귀신이라도 본 듯이 유현의 침대 위에서 내려온 무연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방을 빠져나갔다.
  “아! 무, 무연 형!”
  유현은 그런 무연을 따라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또 다시  공간이 비틀렸다. 이번에는 처음 혈사와의 만남처럼 유현이 아닌 에이라나로서 누군가와 하유현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원하신다면 가족이 되어 드리죠, 이제부터 유현 님은 저와 가족이십니다. 저에게는 제일 소종한 분이 유현 님이십니다.”
  악안영의 말에 하유현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잠시 후...
  “미친놈.”
  바로 안영에게 욕을 날리는 유현이었다.
  “후후후... 부끄러워하시기는...”
  “내 검에 죽고 싶냐?”
  “아뇨”
  “그럼 입 닥쳐.”
  그 말에 안영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걸쭉한 말과는 달리 유현의 입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시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도 누군가 있었다.
  흑발에 흑안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가지만 여자에 점수를 더 주고 싶은 아름다운 남자.
  “하유현?”
  바로 하유현이었다.
  에이라나가 멍하니 하유현을 바라보았다. 유현도 빙긋 웃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군.”
  유현의 말에 에이라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뭐야? 너?”
  그 중얼거림에 유현은 또 방긋 웃었다.
  “너.”
  “나?”
  “그래.”
  에이라나가 침묵했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고 또 빙긋 웃는 유현이 입을 열였다.
  “너나 나나 우린 참 바보야.”
  유현의 말에 에이라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소중한 이들에게는 진심을 안 내보여서 상처 입는 바보들.”
  그 말에 에이라나는 대답 대신 침묵을 지켰다. 악안여의 거짓된 말에도 상처 입었던 자신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안 그런 척하지만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에이라나를 바라보던 유현은 또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게 나뿐 것만은 아니지.”
  그 말에 닫혀 있던      에이라나의 입이 열렸다.
  “나쁘진 않지만... 한심해.”
  그 말에 유현이 소리 내어 웃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상처 입지 마. 흔들리면 안 돼. 그것이 언젠가 너나 나에게 큰 위험이 될꺼야.”
  유현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에이라나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헤어질 시간이군.”
  우현이 피식 웃으며 만남의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렸다. 에이라나가 의아한 듯 황급하게 물었다.
  “방금 애가 봤던 건 뭐야?”
  그 말에 유현이 에이라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답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네 마음속의 세계.”
  그 말에 에이라나가 부럽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좋겠구나.”
  에이라나의 말에 유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난 네가 더 부러워.”
  그 말에  에이라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유현을 바라봤다.
  “너에게는... 내가 살아가는 가상의 세계에 있는 이들이 아닌 정말 널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잖아?”
  그 말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나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있었지.“
  옛날 일에 너무 집착했다. 이제는 자신이 없는 곳의 가족들을 그리워했다. 옆에 그토록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크게 웃는 에이라나를 보며 유현이 다시 물었다.
  “카프라스는 용서해 줄 거야?”
  그 말에 에이라나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쉽게는 용서 못하지.”
  그 말에 유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 새끼 반 죽을 때까지만 패줘라.”
  유현의 말에 에이라나가 역시 유현과 똑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신나게 밟아주겠어.”
  마음의 불안감이 가라앉으면서 머리다 맑아졌다.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나 간다.”
  “잘 가라.”
  하유현과의 만남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은 너무도 유쾌했다. 그리고 다시 공간이 일그러졌다. 에이라나가 힐끔 자신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유현을 보았다.
  ‘모두 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에이라나는 그곳을 빠져나갔다.
  움찔!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에이라나의 손이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에랴나니스가 눈을 크게 떴다.
  “에이라나?”
  근 3일 동안이다. 3일동안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에이라나가 반응을 보인 것이다. 꼭 감겨 있던 에이라나의 두 눈이 떠졌다.
  “에이라나!”
  그것을 보고 에랴나니스가 밝은 얼굴로 에이라나를 불렀다.
  에이라나가 침대를 짚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에 따라 에이라나를 덮고 있던 이불도 밑으로 쓸려 내려갔다. 너무 기쁜 나머지    에랴나니스가 에이라나를 덮쳤다.
  “일어났다!”
  “크헉!”
  막 일어났던 에이라나가 에랴나니스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어, 엄마 숨 막혀.”
  자신을 꽉 안은 에랴나니스를 보며 에이라나가 답답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에이라나의 말에도 에랴나니스는 그저 더욱 강하게 끌어안을 뿐이었다.
  “일어났냐?”
  휘안이 피식 웃으며 에랴나시스에게 안겨 있는 에이라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 휘안의 말에 에이라나가 대꾸했다.
  “보면 모르냐? 일어났다.”
  퉁명스러운 말에 휘안이 싱긋 웃었다. 자신이 아는 에이라나의 모습 그래로여서 기뻤다. 어느새 키라이스트들도 들어와서 에이라나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삼일동안 죽은 듯이 잠만 자서 얼마나 걱정했었다고.”
  키라이스트의 말에 에리아나는 여전히 자신을 안고 있는 에랴나니스의 품에서 벗어났다.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그렇게 툴툴거리며 에랴나니스의 품에서 벗어난 에이라나가 에랴나니스와 휘안을 보며 말했다.
  “잠시 어디 좀 가자.”
  [해줄 이야기가 있어, 엄마.]
  에랴나니스에게는 따로 전음을 날렸다. 그 말에 에랴나니스가 고개를 대충 끄덕였고 키라이스트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가게?”
  “습한 볼일이 생각나서.”
  “며칠 동안 죽은 듯 자다가 방금 일어났으면서 무슨 볼일?”
  “그런 게 있어.”
  “그럼 우리는?”
  “너희는 그냥 이스 성에 있어.”
  그렇게 말하고 에이라나는 침대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에랴나니스와 휘안이 뒤를 따랐다. 키라이스트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그런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번쩍!
  갑자기 빛이 번쩍하더니 세 사람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긴 은발이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여자는 은빛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남자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각각 미모가 출중한 이들이었다.
  본래 폴리모프 모습인 은발에 은안을 가진 미녀로 돌아온 에랴나니스와 에이라나, 휘안이었다.
  워프를 이용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온 세 사람이었다.
  에랴나니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먼저 물었다.
  “할 말이란게 뭐니?”
  그 말에 에이라나가 대답했다.
  “일단...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도 불렀으면 해. 휘안 너는 카프라스를 데리고 와줘.”
  그 말에 에랴나니스는 얼떨결레 고개를 끄덕였고, 휘안도 알겠다는 듯 바로 워프를 이용했다. 에랴나니스도 위프를 사용했다. 커다란 공터에는 에이라나 혼자만 남아KT다.
  에이라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전생을 어떻게 설명하지?’
  모든 것을 말할 생각인 에이라나였다.
  어느새 에이라나는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 춤이라기에는 너무도 날카로운 기운을 띄고 있었다. 바로 천마권각술의 초식 중 하나인 천마월혈무였다.
  근처에 있는 돌조각들이 모두 가루가 되었고 바위가 박살났다. 그 위력적인 춤 덕분에 에이라나의 주위로는 아무도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무슨 일에든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호오~ 뭣이냐? 그것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에이라나가 천마월혈무를 멈췄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며 웃었다.
  “할아버지들.”
  바로 외할아버지인 엘란카넌과 친할아버지인 라칸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번쩍하더니 에랴나니스와 카랴만, 레랴나스가 차례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가족들은 에이라나는 웃으며 반겨주었다.
  번쩍!
  다시 빛이 번쩍하더니 이번에는 드래곤들이 아닌 두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 바로 휘안과 카프라스였다. 카프라스는 에이라나의 주위에 포진해 있는 드래곤들을 보며 움찔했지만 곧 태연한 모습으로 에이라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소교주님.”
  카프라스를 쳐다보던 에이라나가 그의 인사를 무마했다. 그 모습에 쓰게 웃는 카프라스였다. 하지만 어쩔 없었다. 자신은 그런 주군에게 못된 짓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 두 사람을 쳐다보던 엘란카넌이 고개를 캬웃거렸다
  ‘저 인간도... 반은 이세계의 인간이 아니군.“
  엘란카넌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었다.
  “맞아요 할아버지. 휘인과 같은 차원에 있던 녀석인데 죽어 리샨대륙에 환생한 거예요.”
  그 말에 엘란카넌, 휘안, 카프라스를 제외한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다른 차원의 인간이라니? 대륙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다른 차원의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놀란 눈으로 휘안과 카프라스를 쳐다보았다.
“해줄...이야기가 있어요.”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에이라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휘안과 카프라스에게서 에이라나로 옮겨졌다. 일제히 시선들이 자신을 향하는 가족들을 보며 에이라나가 어렵게 말을 떠냈다.
  “저는... 원래 이 리샨 대륙의 존재가 아니었어요.”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샨 대륙의 존재가 아니라니?
  “저는... 휘안과 카프라스 같은... 중원 무림의 사람이었어요.”
  그 말에 한 명만 빼고 모두의 눈이 부릅떠졌다. 엘란카넌은 그저 쓴 웃음을 지으며 큰 결심을 한 자신의 손녀를 쳐다보았다.
  에이라나의 가족들은 에이라나의 말 하나하나를 집중하며 들었다. 그런 가족들을 보며 에이라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고 어느새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 천마교라는 곳의 소교주가 되었어요, 하지만 몇 년 뒤에 반대파 장로들의 함정에 결려 죽었죠. 그렇게 죽었는데... 눈을 떠 보니 전 유현에서 에이라나가 되어 있었어요, 제가 해줄 이야기는 이게 끝이에요.“
  에이라나의 끝났다는 말에도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침묵을 라칸이 깨뜨렸다.
  “그렇다면... 에이라나 너는 본래 인간이었는데 드래곤으로 환생했다는 말이냐?”
  “네...”
  에이라나ㄴ의 말에 라칸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했다.
  “에이라나.”
  이번에는 에랴나니스가 입을 열었다.
  “응?”
  에랴나니스가 자신을 부르자 에이라나는 긴장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자신을 보고 욕을 할싸? 아니면 자신을 내칠까?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에이라나를 보며 에랴나니스가 싱긋 웃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니?”
  에랴나니스는 에이라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에랴나니스는 에이라나의 반응에 눈을 크게 떴다.
  “왜 에이라나의 행동 패턴이 남자아이의 행동 패턴과 똑같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설마 이런 비밀을 우리에게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이 애비는 조금 실망했다.”
  장난스럽게 말하는 레랴나스와 카랴만을 끝으로 가족들의 반응에 에이라나는 멍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가 그렇게 못된 드래곤으로 보였느냐? 넌 누가 뭐라 해도 내 손녀이자 에랴나니스와 카랴만의 딸인 에이라나야.”
  엘란카넌의 탸연한 말에 라칸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렇게 말하는 네놈을 보니 먼저 알아차린 것 같은데... 언제부터냐?”
  그 말에 엘란카넌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에이라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에?”
  “뭐라구요?”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
  “장인어른, 방금 워라고 하셨습니까?”
  엘란카넌의 말에 에이라나, 에랴나니스, 레랴나스, 카랴만이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에이라나도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으며, 나머지 세 사람은 알고서도 숨겼다는 듯이 말한 엘란카넌의 태도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엘란카넌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라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캭! 왜 그런 중요한 걸 모른 척 했어요, 뭐예요!”
  “장인어른 너무하십니다!”
  “저 자식은 좋은 거는 꼭 지 혼다 알고 산다니깐?”
 네 드래곤이 각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격분에도 엘란카넌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캭!”
  결국 참지 못한 에랴나니스가 엘란카넌에게 덤벼들었다. 바로 엘란카넌에게 녹다운 당해버렸지만 말이다.
  그렇게 가족들에 대한 문제가 끝나갈 때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쪽이 있었다.
  “카프라스.”
  에이라나가 차가운 눈으로 카프라스를 쳐다보았다. 에이라나를 묵묵히 바라보던 카프라스가 에이라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이마를 땅바닥에 찍었다.
  쿵!
  카프라스의 행동에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에이라나는 그저 차가운 눈으로 카프라스를 응시할 뿐이었다
  쿵! 쿵! 쿵! 쿵!
  카프라스는 그렇게 계속해서 자신의 이마를 땅바닥에 찍었다. 오히려 당연한 듯,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렇게 수십번을 땅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찧는 카프라스를 보던 에이라나가 입을 열었다
  “그만.”
  그러자 카프라스가 멈칫했다. 그리고 아무 일없었다는 듯 고개를 들어 에이라나를 응시했다. 그것을 보며 옆에 있던 휘안이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죽었어도 마교의 소교주와 마뇌라는거야, 뭐야?”
  휘안의 중얼거림에 엘란카넌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저 둘의 관계가 어떤 관계인가?”
  에이라나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지언정 주위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엘란카넌의 말에 휘안이 대답했다.
  “전생 하유현의 수하이자 마교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마뇌입니다.”
  그 말에 에랴니스가 물었다.
  “주종관계가 왜 저렇게 살벌해?”
  에랴나니스의 말에 휘안이 대답했다.
  “일단...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에게 큰 잘못을 했으니까뇨 아마 에이라나가 말리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같은 직을 반복 했을 꺼예요.”
  그 말에 에랴나니스가 역시 질렸다는 듯 말했다.
  “뭐 그따위 단체가 있어?”
  “강한 작자가 모든 것을 차치하는 곳이니 오죽하겠어요? 중원 무림의 공적이에요, 마교는. 거기 무사들은 사람 죽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놈들이 대부분이에요.”
  휘안의 말에 이번에는 라칸이 나섰다.
  “인간들이 마계소굴 하나 차린 것과  별반 다르 게 없잖아?”
  그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도 강자존이다.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곳! 천마교는 그런 마교의 축소판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과는 다르게 이쪽은 심각했다.
  “뭣 때문에 머리를 바닥에 찧고 지랄이냐? 뭘 잘했다고?”
  에이라나의 물음에 카프라소가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드시면 혀 깨물고 죽을깝쇼?”
  껄렁껄렁한 말투에 에이라나의 이마에 힘줄 하나가 솟았다.
  망설임 없이 카프라스의 면상에 발을 내리꽇은 에이라나. 당연히 카프라스가 뒤로 넘어갔다.
  “네놈이 잘못한 걸 알기는 아나보네?”
  에이라나의 말에 카프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잘못을 해도 큰 잘못을 했죠.”
  “그럼 이전처럼 내가 패도 해명할 말도 없겠지?”
  이잔에도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의, 즉 하유현의 심기를 크게 뒤튼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이유, 저 이유 대면서  교모하게 유현의 구타에서 빠져 나갔었다.
  “예.”
  카프라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히죽 웃었다.
  “그럼 맞아라.”
  퍽! 퍽퍽퍽퍽퍽!
  그 말과 동시에 에이라나가 마구잡이식으로 카프라스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마지막에 가서는 에이라나가 카프라스를 어떻게 패는지를 보고 모두 죽상이 되었다.
  특히 남자들의 얼굴이 너무도 하얀 이유는 무었일까?
  “젠장, 네놈도 전생엔 남자였잖아!”
  휘안이 격분하며 말했다.
  ...알아서 상상하시길 바란다.
  한참 뒤에나 구타를 멈춘 에리라나.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는 카프라스를 보며 모두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특히 남자들의 표정은 질리다 못해 아주 세하얗다.
  “...독한 놈.”
  라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자 에이라나가 모두가 뒤로 나자빠질 말을 또 다시  태연하게 꺼냈다.
  “정신 아직 안 들지?”
  “아뇨, 확 드는데요.”
  그 말에 에이라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아직 덜 든 것 같은데.”
  “확실히 들었습니다.”
  에이라나가 카프라스를 빤히 바라봤다. 에이라나의 무서눈 시선에 카프라스가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신 든 거 맞나보네.”
  카프라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프라스를 보며 에이라나가 말을 이었다.
  “네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런데 거짓말이란 걸 알면서도 화가 나더라?”
  그렇데 중얼거린 에이라나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고, 정말 죽는 수가 있으니까.”
  에이라나의 말에 카프리스가 에이나라응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소교주님, 소교주님은 지금 에이라나입니까? 아니면 하유현 입니까?
  그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건 왜 묻지?”
  에이라나의 물음에 카프라스가 답했다.
  “그냥요.”
  카프라스의 시시한 대답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곳에서는 유현이고, 이곳에서는 에이라나지. 하지만 나는 나야, 하유현도 나고, 에이라나도 나! 내가 나라는 사실은 변함없지.”
  잠시 후.
  “천마교의 마뇌 악안영이 대천마교의 작은 주인이신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에게 절을 올리며 외쳤다. 절을 하는 카프라스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카프라스의 눈물에 에이라나가 웃으며 말했다.
  “바보 같은 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에이라나의 말투에는 따뜻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잠시간의 휴식
  며칠 후.
  오르칼 왕국군이 테프로스 성을 떠나 다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오르칼 왕국군이 진군하는 곳은 바로 로코 제국이었다. 이번에는 로코 제국이 오르칼 왕국, 즉 마뇌 카프라스의 먹잇감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오르칼과 로코 제국의 전쟁은 일 년 동안 계속 되었다.
  “소교주님, 그렇다면 저는 로코 제국을 칠까요?”
  너무도 태연하게 묻는 카프라스를 보며 에이라나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야, 아 드래곤이라니깐?”
  “그래서요?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아니.”
  에이라나는 카프라스에게 자신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말했다. 하지만 카프라스는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로코 제국을 칠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소교주님의 부모님, 조부모님이란 분들이 하나같이 그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카프라스의 말에 휘안이 물었다.
  “아니, 그래도 예상이랑 직접 듣는 거랑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
  휘안의 물음에 카프라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혀요.”
  그 말에 에이라나와 휘안이 침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네놈에게 뭘 바라겠냐?”
  에이라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 에이라나의 말에 카프라스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쌍!”
  한마디도 지지ㅇ 않고 받아치는 카프라스의 행동에 울화가 치미는 에이라니였다.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휘안이 물었다.
  “그나저나, 로코 제국을 치다니? 그냥 데프론 제국을 밀어 버리는 게 좋지 않겠어?”
  그 말에 카프라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데프론 제국을 치는 건 별로입니다. 그리고 약조도 앴구요 잠시간 휴전이라고요.”
  그 말에 휘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프론 제국이 그런 걸 지킬까?”
  휘안의 물음에 카프라스가 말했다.
  “데프론 제국의 황제가 권위의식이 강하고, 오만해서 그렇지 그렇게 병신은 아니거든요, 조금 폭군 기질이 있지만 그래도 훌륭한 군주입니다. 그 밑 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다만?”
  카프라스가 말을 멈추자 휘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만 이상하게 천기가 이번 전쟁으로 멸망할 운이더군요. 만약 저희나 두 분만 없었더라면 대륙의 대부분의 땅을 차지하는 것이 가능했을 데프론 제국이 말이죠. 뭐 저희가 없었다 해도 멸망할 운이었습니다.”
  “으음...”
  정작 자신이 대답해 놓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에 카프리스를 보며 휘안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의 의문을 간단하게 풀어주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아마도 우리 일족 때문일 거야.”
  에이라나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에이라나에게로 향했다.
  “데프론 제국이 워낙 싸가지 없게 굴어서 상당히 열 받아 있는 드래곤들이 많거든? 그래서 이번 기회로 데프론 제국의 황족의 피를 깡그리 말려버릴 생각 중인 드래곤도 있대. 멸망은 기본으로 시키고.”
  그 말에 휘안이 식은땀을 흘렸고 카프라스는 이해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요.”
  카프라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좀 놀라봐라.”
  “저도 졸랄 일에는 놀랍니다.”
  그렇게 대답한 카프라스가 입을 열였다.
  “아무튼 저희는 로코 제국과 그 동맹국을 좀 데리고 놀다가 땅덩어리 좀 빼앗으면 저희 왕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니  테프로스 성을  돌려주는 대신 공격하지 말라고 윗사람들에게 말 좀 해 주십시오.”
  그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뭐.”
  “그럼 전 이만...”
  카프라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에이라나가 말했다.
  “예. 소교주님.”
  휘안도 가려는 듯한 보이는 카프라스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제발 문재 좀 일으키지 마라.”
  그 말에 카프라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이 들으면 전 늘 문제만 일으키는 놈 같이 들리는 말이군요, 저와 안 어울이는 말입니다.”
  그 말에 에이라나와 휘안이 속으로 동시에 말했다.
  ‘잘 어울린다, 너무도.’
  둘의 속으로의 중얼거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꾸벅 인사를 해보인 카프라스가 워프를 이용해 사라졌다. 그렇게 카프라스가 사라진 자리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에이라나와 휘안이었다.
  세월은 참 빨리 흐른다. 특히 정장에서의 세월릉 더더욱 말이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시간이 엄청 늦게 가는 것 같아도 눈 깜작할 사이에 시간이 흐르는 것이 바로 전장이었다.
  그렇게 카프라스가  로코 제국을 공격한지 일 년.
  오르칼 왕국은 이제  제국들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나라로 커버렸다. 로코 제국과 여러 동맹국과 전쟁을 벌이면서 알게 모르게 데프론과 아툰의 도음을 많이 받은 오르칼이었다.
  사실 아툰 제국이 오르칼 왕국을 도와주게 된 것은 에이라나의 입김이 컸지만 말이다.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커버린 오르칼 왕국, 아니 니제 카프라스가 왕국의 수도에 가기만 한다면 젝구으로 선포할 오르칼 왕국이었다. 겨우 일 년 사이에 왕국에서 제국이 된 오르칼 왕국은 대륙 역사상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카프라스가 왕국의 수도로 돌아갔다.
  그래, 수도로 돌아갔다. 그런데... 좀 조용히 가면 마뇌 카프라스가 아니었다.
  쾅!
  “크윽! 오르칼 왕국이! 오르칼 왕국이 우리 동맹국 레릴 왕국을 공격해 멸망을 시켰다고?”
  레릴 왕국은 일 년 전 이라너 왕국을 침공할 때 군사거점으로 사용한 군사요충지였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사실 아르카스 황태자가 이끄는 병력은 오르칼 왕국과의 전투에서 피해가 상당했기 때문에 수도로 귀한한 상태였다. 에이라나 일행에게는 평화로운 일 년이었다는 소리다.
  레릴 왕국은 이라노 왕국과 전쟁 중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르칼 왕국이 길이 필요하다면 레릴 왕국을 그대로 밀어버린 것이다.
  “...먼저 공격한 쪽은 오르칼 왕국이 아닌 레릴 왕국이라고 합니다. 평화조약 시기도 지났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는 뭐라 할 처지가 못 됩니다.”
  지금 원정을 아가고 돌아오는 오르탈 왕국군의 병력은 총 3만. 아무리 마뇌라지만 병력을 하나도 잃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겨우 3만의 병력으로  레릴 왕국을 밀어버렸다는 뜻이다.
  그 무시무시한 저력에 오싹함마저 드는 데프론 황제였다.
  “크윽! 오르칼 왕국의 수도에는 50만 대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은가?
  제국 수준의 오르칼 왕국이다. 일 년 전부터 부지런하게 징명을 해 그 병력은 꾸준히 훈련시킨 오르칼 왕국. 사방이 데프론 제국 동맹국과 붙어 있기 때문에 공격 박을 염려도 없었다.
  ‘카프라스, 엄청나게 무서운 자군.’
  데프론 항제는 앞일을 훤히 내려다보는 카프라스의 능력에 전율을 느꼈다. 설마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이야. 만약 레릴 왕국이 오르칼 왕국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화조약이 체결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레릴 왕국이 일을 틀어버린 것이다.
  “지금 오르칼 왕국은 저희 제국에서도 쉽게 어찌할 곳이 아닙니다. 그들을 잘 다독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흠...”
  그 말에 반박하지 않는 데프론 황재였다.
  데프론 제국은 오르칼 왕국으로 보낼 사절단을 준비했다.
  여기서 잡깐. 래릴 왕국이 미쳤다고 오르칼 왕국을 공격했겠는가? 미쳤다면, 왕이 정신이 나갔다면 몰라도 그런 짓은 죽어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왕은 오르칼 왕국군을 공격함으로 인해 카프라스에게 명분을 주었다.
  레릴 국왕은 그래도 강국의 왕이다. 그렇게 호락허락 하지 않다는 뜻이다. 결굴 레릴 국왕은 카프라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 그가 레릴 국왕을 분노하게 만들고 자신들을 공격하게 만들어 자신에게 명분을 주도록 만든 것!
  마뇌는 그냥 마뇌가 아니었다. 모르긴 몰라도 레릴 왕국의 염장을 엄청나게 질러대었을 것이다. 결국 데프론 제국과 오르칼 왕국은 카프라스의 계획대로 사이가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은발에 은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흑발에 흑안을 가진 이를  쳐다본다.
  흑발과 은발. 어떻게 보면 대조적인 색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두 사람의 손에는 각자 병기가 들려 있었다. 여인의 손에는 무시무시한 크기의 대도가, 남자의 손에는 잘 뻗은 검이.
  엄청난 크기의 대도를 아무렇지 않게 한 손으로 쥐고 있던 여인의 눈이 빛난다.
  쿵! 쾅!
  그리고 발을 내딛자마자 신형이 흑발의 남자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발을 내딛자마자 신형이 흑발의 남자 앞에 나타난다. 검과 도의 격돌! 파괴력 면에서는 당연 도가 앞서는지 흑발의 남자가 멀리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안전하게 착지한 남자가 그대로 검을 내지르며 여인에게 돌격한다.
  채앵!
  다시 검과 도의 격돌! 그렇게 격돌한 검이 변화를 일으키며 여인의 목을 노리고 들어온다.
  챙!
  하지만 역시나 여인의 손에 튕겨져 나가는 남자의 검.
  그렇게 계속되는 공방전! 한참 공방을 주고받던 두 사람이 멈칫한다. 그리고 한쪽을 쳐다본다.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금발에 녹안을 가진 소년은 이제 성인 티가 막 나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바로 키라이스트였다.
  키라이스트를 발견한 은발의 여인 에이라나가 천마도를 도집에 꽃아 넣었다. 휘안 역시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휘안의 검은 대륙의 롱소드가 아니었다. 바로 주우너식 검이었다. 이 검은 에이라나의 흑아와 은아를 만든 드이스의 작품이었다.
  의지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예기를 발하고 있는 휘안의 검 월아. 월아의 재료는 간단했다. 오리하르콘과 드래곤 본. 드래곤 본은 에이라나의 송곳니였다.
  아름다운 검신을 가진 월아는 은아의 검신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마 에이라나의 송곳니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면 에이라나 스토커들이 혈안이 돼서 차지하려 들지도.
  에이라나가 가까이 오며 키라이스트에게 물었다.
  “얼마 후면 출전하꺼야, 좀 더 쉬지 그러냐?”
  지금 아르카스가 이끄는 군대는 몇 번의 전투를 더 하고 수도로 귀환한 상태다.
  대룩은 지금 전쟁으로 인해 어지럽다. 하지만 어지럽다 해도 계속 사우게 할 수는 없는 법. 잠시 수도에서 쉬다가 다시 전쟁터로 나갈 생각인 아르카스였다. 에이라나의 물음에 키라이스트가 웃었다
  “쉬어야지. 루리아랑 루이스, 에르인, 아레인이 놀러와KTdj."
  어제 수도에 도착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 세 사람이었다. 키라이스트 일행이 와KT다는 말에 에이라나가 말했다
  “뭣하러 왔냐? 쉴 것이지.”
  “하하하, 그냥 술이나 한잔하자는 생각이겠지.”
  웃으며 말하는 키라이스트를 보며 에이라나가 엉뚱한 말을 꺼냈다.
  “아르카스는 왜 왔냐?”
  그 말에 키라이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태자는 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그때 귀어서 익숙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여기있었네요?”
  일 년 동안 전쟁터에서 동고동락한 아르카스의 목소리다.
  “넌 왜 왔냐? 너도 술이나 퍼 마시러 왔냐?”
  에이라나의 물음에 아르카스가 능글맞게 대꾸했다.
  “하하,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른 녀석들도 술 퍼마시러 왔거든.”
  심드렁하게 말하고 에이라나는 천마도를 의지의 공간 속에 넣었다. 다른 이들은 저것을 아공간이라 알고 있었다. 만약 천마도가 리샨대륙 3대 신기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 궁금했다.
  에이라나, 휘안, 루리아, 루이스, 키라이스트, 에리인, 아레인, 아르카스는 시내로 놀러나갔다.
  전쟁중이라 민심이 흉흉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전쟁터가 아닌 곳은 그나마 조금 숨통이 조금 트고 있었다. 특히 아툰 제국은 아툰 황제가 백성들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기에 수도 백성들은 전쟁중에도 조금이나마 활기를 띄고 있었다.
  때마침 점심시간이었다. 그들은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기에 가까운 음식점부터 찾아 들어갔다.
  우웅!
  점심을 시키고 기다릴 때 갑자기 어디선가 울림이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울림에 일행들이 반응했다.
  “응, 뭐에요? 이소리?”
  루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물음에 에이라나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휘안, 월아가 공명한다.”
  “알고있어.”
  휘안의 말에 그도 알고있었다는 듯이 대답했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월아를 꺼냈다. 에이라나와 다르게 검을 허리에 차고 다니는 휘안이었다.
  에이라나도 검을 차고 다니는 편이지만 이제는 의식의 공간에 넣는 것이 더 편했기에 넣어놓는 편이었다. 의지가 통하기 때문에 허리에 차고 있는 것과 같았다. 검을 꺼낼수는 없었다 하여도 에이라나에게는 천마신공 중 천마권각술이 있었다.
  휘안이 검을 꺼내자 나타난 월아의 검집에 모두가 감탄했다.
  손잡이까지도 아름다운 월아였다.
  “와! 예쁘다.”
  루리아가 감탄한 표정으로 월아의 검집을 만지려는 순간
  “멈춰!”
  “야1 손 잘리고 싶어?”
  휘안이 다급하게 소리질렀으며 에이라나도 다급하게 루리아의 손목을 낚아채었다.
  “앗 차거!”
  손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물을 찔끔 흘리다가 손을 확인해 보았다. 놀랍게도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동상에 걸려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에이라나가 루리아의 손목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공을 흘려보내 루리라의 손에 머물고 있는 차가운 냉기를 다스려 자신 쪽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고수라도 기운을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하지만 에이라나는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의 고수이며 빙결의 숨결을 타고 난 실버 드래곤이었다. 자신의 본으로 만든 검이 뿜어내는 냉기를 다스리지 못할 리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쪽으로 냉기를 흡수하자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루리아의 손목에서 손을 떼었다.
  “이상한 일이군, 월아는 평소에는 이렇게 냉기를 뿌리지 않잖아?”
  그 말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럽게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저 정도라면 웬만한 고수는 월아를 쥐지도 못할 것이다. 절정 고수라고 해도 내공을 이용해야 검을 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휘안은 말과는 달리 태연했다. 그 이유는 휘안이 익힌 청월광월공의 청월광월검은 빙의 기운을 띠고 있는 극한의 변화와 쾌검을 담고있는 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휘안도 참 특이한 사람이기는 했다. 보통 남궁세가는 중검을 이용한 검을 사용한가. 그런데 쾌환에 중점을 둔 청월광월검을 익혔으니 말이다.
  그것도 청월광월검은 남궁세가의 무공이 아니었다. 단지 남궁세가의 서재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는 걸 휘안이 익혔을 뿐이었다. 그 무공이 천마신공에 버금가는 절기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직도 공명을 내고 있는 검을 잡았다. 에이라나가 월아를 잡자마자 월아가 거세게 웅웅거리며 냉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월아의 거센 반응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에이라나는 히죽 웃었다.
  “어쭈?”
  에이라나는 자신의 마나를 월아에 집어넣어버렸다. 에이라나의 손을 타고 올라오던 냉기는 그대로 에이라나의 냉기와 융화되어 월아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에이라나 일행의 물컵 안에 든 물까지 얼어버렸다.
   그렇게 월아를 밀어붙일 때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놔, 놔 주세요 저를 주인님께 돌려보내 주세요/
  그 소리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고소드였나?”
  에이라나의 중얼거림에 모두의 눈이 월아에게로 향했다.
  그때였다.
  -휘안과  며칠 동안 함께 있다가 휘안의 기운에 의지가 생긴 것 같아. 뭐 우리처럼 형제가 없으면 의지만 있을 뿐이지만.
  은아가 말햇다.
  에고소드도 등급은 여러 가지다.
  의지만 가지고 사용자를 알아보는 하급  에고소드,  주인은 알아보지만 사용하는 자가 실력이 된다면 그 사용하는 이가 주인이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중급 에고소드, 역시나 주인은 알아보지만 실력만 된다면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있고 주인과 대화도 할 수 있는 에고소드.
  그리고 주인이 아닌 자와는 대화할 수 없는 상급 에고소드, 주인과 대화가 가능하며 자신의 주인이 죽을 때까지 주인에게만 절대 복종하는, 지금 박 탄생한 월아 같은 대룍에도 다섯 자루가 안된다는 최상금 에고소드.
  마지막으로 천마도, 은아, 흑아 같은 신기.
  이렇게 다섯 분류가 있었다. 그중 월아는 최상급 에고소드였다. 묵묵히 월아를 노려보던 에이라나가 월아를 휘안에게 던지며 중얼거렸다.
  “휘안의 기운에 의해 의자가 탄생한 것이라며 기분 나쁘군, 자신이 품고 있는 것은 나의 기운인데 말이야.”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는 에이라나를 보며 휘안이 의아해했다.
  “왜?”
  “그 녀석이 네가 주인이라고 너한테 돌려보내 달란다.”
  그 말에 휘안이 월아를 쳐다보았다.
  -헤헤, 안녕하세요? 주인님?
월아가 휘안에게 인사했다. 월아의 심령의 목소리를 들으며 휘안이 무너가를 생각해냈다.
  “그렇다면 그 공명과 함께 뿜어졌던 냉기는...”
  “그 녀석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겠지.”
  그 말에 휘안이 월아를 한번 쓰다듬었다.
  “에고소드라...”
  갑작스럽게 월아에게 의지가 생겼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너가 두근거리기도 하는 휘안이었다.
  잠시 월아에 의해 멈춰졌던 점심시간이 다시 이어졌다.
  “그나저나 지금 카프라스 이 자식은 뭘 하고 있으려나? 오르칼 왕국의 수도에 잘 들어갔다고 하던데.”
  갑작스런 에이라나의 카프라스 발언에 휘안을 제외한 모두가 움찔했다. 전장의 마술사, 철혈의 군사등 많은 명칭으로 불리는 카프라스였다. 그런 카프라스의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물론 키라이스트, 루이스, 아레인, 아르카스는 에이라나와 카프라스가 안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저번에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는 것을 목격했으니 말이다.
  물론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에게 얻어터진 이유는 미스터리로 남아있지만 말이다.
  갑작스러운 카프라스의 언급에 아르카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카프라스 공잦과는 어떤 사이입니까?”
  그 말에 에이라나와 휘안이 동시에 말했다.
  “내 쫄따구.”
  “저 녀석 부하.”
  그 말에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카프라스가 에이라나의 수하?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그런 일행을 보며 휘안이 웃으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에이라나가 마교라는 곳의 소교주였다는 건 모두가 잘 알고 있지?”
  휘안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그덕였다.
  “그곳에 마뇌... 즉 총군사가 바로 카프라스였어.”
  그 말에 모두가 입을 적 벌렸다.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에이라나의 과거 얘기에 마교라는 곳이 자주 등장해 잘 알고 있었다.
  도대체가 마교라는 곳은 뭘 하는 곳인가? 뭣 하는 곳이기에 이런 저런 거물들이 속해 있단 말인가?
  “뭐 리샨 대륙에 마교인은 에이라나랑 카프라스가 전부지만.”
  그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지, 마교인은 없더라도 중원인은 있을 걸? 너나 나나, 카프라스를 예로 들면 말이야.”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에이라나와 휘안을 제외한 모두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로코 제국은 데프론 제국과 몇 번 부딪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툰 제국은 아니다. 전쟁 초기인데다가 그랜드 them 마스터가 넷이나 떡하니 버티고 dLT는 곳을 칠 만큼 아직 정신이 나가지 않은 데프론 제국이었다.
  그렇기에 데프론의 동맹국들이나 그런 동맹국들을 도울 때를 제외하고는 국가 대 국가로는 아직 부딪친 적이 없어JT다.
  “술 마시는데 그런 암울한 소리 하지 마라.”
  에이라나가 아르카스를 노려보며 맥주를 원샷했다. 에이라나의 살벌한 눈빛과 말에 찔끔한 아르카스가 입을 다물었다.
  다음번에는 데프론 제국과 직접 마찰이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한 아르카스였다. 하지만 노는 자리이기 때문에 에이라나에게 한소리를 들은 것이다.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 역시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를 마셨다.
  자리를 옮겨 고급 술집에 와 있는 일행이기에 백성들이 마시는 맥주라도 보통 여관에서 파는 것과는 그 질이 달랐다.
  맥주는 도수가 별로 높지 않다지만 벌써 큰 컵으로 다섯 잔 째 마시는 에이라나를 보며 키라이스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무리 맥주라지만, 뭐 이리 취하는 기색이 없어?"
  그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웬 헛소리냐? 이건 시작도 아닌데”
  그렇게 말한 에이?가 점원을 불렀다.
  “이봐.”
  에이라나의 부름에 점원이 쪼르르 하고 달려와KT다.
  “예!” 
  딱 봐도 돈이 많아 보이는 일행이다. 확실하게 봉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베르소티아스 좀 내와.”
  그 말에 대답하려던 점원이 멈칫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에이라나를 쳐다보았다. 그건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휘안만이 피식 웃으며 맥주를 들이킬 뿐이어JT다.
  베르소티아스는 리샨 대륙에서 가장 독한 술로 유명한 술이었다. 그런 술을 시키다니...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 중에서 그런 술을 마식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있을지도...
  “나 저 술 마시는거 루리아 빼고 본 적도 없어.”
  아레인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모두의 시선이 루리아에게로 향했다. 여자애인 루리아가 이런 독한 술을 마신다?
  “하긴 루리아의 주량은 장난 아니지? 술 좋아한다는 귀족들도 못따라올 정도니까.”
  루이스의 말대로 루이스의 쌍둥이 누나인 루리아는 아툰 제국에서도 알아주는 미인이었다. 아툰 삼대 미녀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루리아. 그런 루리아는 엄청나 주량의 소유자로도 유명했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루리아였기에 그녀와 대작을 하는 것은 그녀의 부모님도 꺼릴 정도였다. 물론 대작을 하는 경우가 없지만...
  “호오?”
  루이스의 말에 에이라나가 처음 알았다는 듯 감탄사를 터뜨렸다. 에이라나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루리아가 조금 당황했다. 에이라나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루리아가 조금 당황했다. 그런 루리아를 보며 피식 웃은 에이라나가 어느새 베르소티아스를 은쟁반에 올려 크리스털 컵과 함께 가져온 점원을 보고 그대로 병을 잡아채었다.
  베르소티아스 병을 잡은 에이라나가 병 채로 베르소티아스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벌컥! 벌컥! 벌컥!
  그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대륙에서 제일 독하기로 유명한 술을 저렇게 들이킨단 말인가? 제정신일까? 저건 루리아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점원도 맥주가 담겨져 있던 커다란 유리잔을 치우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에이라나를 바라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독한 술이라고 평판이 자자한 베르소티아스.
  그것을 그냥 병째로 들이킨다. 그것도 거침없이.
  툭!
  에이라나가 탁자 위에 술병을 내려놓았다.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에이라나를 바라보았다. 취했으면 이 술집 날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흐음...역시 독하네.”
  지금 말하지만 에이라나의 주량은 거의 괴물 수준이다.
  술로 대작을 해서 진 적이 없는 그녀다.  사혈사도 두 손 두 발 드는 것이 바로 에이라나의 주량이었다. 휘안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크리스털 잔을 들더니 또 하나의 베르소티아스 병을 들어 따랐다.
  자줏빛 물이 찰랑거린다. 이런 빛깔이 예븐 술은 중원에서도 볼 수 이없었다. 잠시 감탄한 휘안도 그것을 쭉 들이켰다. 에이라나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주량 장난 아닌 휘안이었다.
  “에이라나는 대작해서 그 누구에게도 진 적이 없었지 아마?”
  달콤한 맛과 알코올이 잘 조화된 베르소티아스를 음미하며 휘안이 중얼거렸다.
  ‘아버지가 좋아하겠군, 중원으로 돌아갈 때 챙겨갈까?’
  이렇게 실없는 생각을 한 휘안이 멍한 표정으로 있는 이들을 보며 웃었다.
  “마셔, 안 그러면 에이라나가 다 마실 걸?”
  휘안의 말에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에이라나는 처음에 자신이 좀 오버했다는 것을 알고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했다. 에이라나 앞에는 이미 비워진, 에이라나가 원샷해버린 베르소티아스 술병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우, 우린 좀 약한 술로...”
  “닥치고 이거 마셔.”
  루이스가 슬그머니 다른 술을 시키려고 했지만 에이라에 의해 저자당했다. 결국 눈물응ㄹ 머금고 베르소티아스를 마시는 일행이었다.
  대작은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 되었다.
  “그래도 키라이스트가 주량이 제법인데?”
  “우으...이 정도로 술을 마셔본 건 저도 처음이에요.”
  “얼굴이 빨개졌어도 정신은 그런대로 멀쩡한가 보네?”
  “아우...좀 어지러워요.”
  “키라이스트 괜찮냐?”
  “딸꾹!”
  정신 차리고 있는 이들이라고느 에이라나, 루리아, 휘안, 키라이스트가 다였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갈까?”
  고급 주점 겸 고급 여관이다. 충분히 묵고 갈 수 있었다. 에이라나의 말에 루리아가 썩 내키지 않는지 말끝을 흐렸다.
  “에...집에서 걱정하실 텐....데...”
  “글세...뭐 지금 이 녀석을 데리고 가는 것도 뭣하고...마차 부르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고, 그냥 오늘 하루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좋을 걸?
  여기서 귀족 저택까지의 거리는 꽤 멀다. 에이라나의 말대로 한소리 들어도 자고 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에...그럼...”
  “방 잡지.”
  휘안이 말했다.
  “넌 방 잡아라, 난 남은 술 다 마시련다.”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은 방을 잡기 위해 자리를 떴다.
  “할 말 있냐?"
  에이라나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루리아를 보며 의아해하며 술잔을 비웠다. 루리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언니는 참 특이한 사람이에요.”
  그 말에 에이라나가 피식 웄었다.
  “내가 특이하긴 하지.:
  잠시 후
  “제 동생이...별로인가요?”
  막 술잔을 들었던 에이라나의 손이 공중에서 멈칫했다.
  “전 루이스랑 태어나서 지금까지 안 방을 사용할 정도였죠, 그런 루이스와 처름으로 어느정도 떨어져 있게 되었어요.”
  “흠...그렇기에 루이스가 나에게 보내는 감정을 루이스보다 일찍 알아차린 건가?
  에이라나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루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그리고 그 대상이 언니란 걸...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는...”
  “실연당한 눈을 하고 있었다?”
  “네”
  루리아의 대답에 에이라나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조금 씁쓸함이 담겨져 있어JT다.
  “잊으라니까...”
  에이라나가 쓰러져 있는 루이스를 슬쩍 돌아보았다.
  “루이스가 먼저 고백했나요?
  루리아의 물음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응? 딸꾸! 루이스가 누나에게 고백했어? 딸꾹!”
  키라이스트가 비몽사몽한 눈으로 에이라나에게 물었다. 갑작스럽게 대화에 키라이스트가 끼어들자 루리아가 상당히 당황했다. 그와 달리에이라나는 피식 웃으며 태연히 대답했다.
  “아니”
  에이라나의 대답에 키라이스트가 혀 꼬는 소리로 말했다.
  “우에!안 했구나, 딸꾹! 그래도 나!뿐 놈이네! 에이라나 누나를 좋아하다니.”
  지금 키라이스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까?
  키라이스트의 말에 에이라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피식 웃었고 루리아도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에· 하긴 누나가 좀 예뻐여지! 누나는... 검을 휘두를 때는 멋지고 아름다워. 웃을때는 역시 아름답지... 화낼때는 무섭지만...그래도 아름다워...히히히히히”
  혼자 말하던 키라이스트는 뭐가 좋은지 배시시 웃었다. 에이라나가 그의 머리를 스다듬어 주었다. 귀여운 동생을 달래는 듯한 손길이었다. 배시시 웃은 키라이스트는 곧 잠들었다.
  잠든 키라이스트를 바라보던 에이라나가 루리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냐?”
  “예?”
  에이라나의 뜬금없는 말에 복잡한 표정으로 키라이스트를 바라보던 루리아에게 에이라나가 설명해줬다.
  루이스가 고백을 한게 아냐, 내가 고백하기 전에 자른거지.“
  그 말에 주먹을 꼭 쥐는 루리아를 보며 에이라나가 입을 열었다.
  “키라이스트나 루이스, 아레인, 아르카스는 내게 그냥 남동생일 뿐이야. 내가 이 녀석들에게 호의적인 이유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에이라나는 키라이스트 ,. 루이스 , 아레인, 아르카스 이 넷이 아 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에 넷은 달라KT다. 그렇기에 씁쓸한 에이라나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남자였을 때도 날 좋아하던 것들이 꽤 있었네? 라는 생각이 문득 든 에이라나였다.
  ‘무연 형도 그렇고 카프라스 그놈이랑 휘안 저놈도’
  너무 과한 사랑을 받느 것 같다. 하지만...
  ‘뒤의 세 사람은 내가 남자였는데도 좋아했기에 왠지 짜증과 불쾌감이 들긴 하네.’
  생각이 거기에 머물자 상당히 열이 나는 에이라나였다. 잠시 에이라나의 얼굴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어쨌든 네가 루이스를 잘 돌봐주렴”
  ‘예“
  에이라나의 말에 루리아가 조금 시무룩하게 대답했가. 눈이 마주친 둘은 서로를 향해 웃어 주었다.
  ‘내 동생은...너무 높은 산을 정한 것 같아’
  자신이 봐도 에이라나는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당당하고, 멋지고 게다가 아름답다. 그런 사람에게 호감이 안 간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에이라나에게서는 왠지 모를 벽이 느껴지기도 했다.
  루리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쓰러져 dLT는 자신의 쌍둥이 남동생을 쳐다보았다.
  “그윽”
  “우욱1 속이야”
  “끄윽...여기가 어디다냐?”
  “에고...엉? 뭐야 여기?”
  일행을 차례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방이어JT다.
  “여기 여관이야”
  그때 넷과 다르게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안이었다. 술을 신나게 마시고도 태연한 휘안. 넷은 질린 얼굴을 했다.
  “크윽...형은 속 안뒤집어져?”
  아레인의 말에 휘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취기를 모두 해독했으니 숙취같은 게 있을 리가?”
  휘안의 말에 넷 모두가 얼빠진 표정이 되었다.
  “그런 게 가능해?”
  “가능하지?”
  휘안의 말에 넷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어떻게?”
  “잘.”
  휘안의 말에 침묵하는 네 사람. 그런 네 사람을 보며 휘안이 피식 웃었다.
  “뭐, 몸속의 취기를 찾아내서 마나로 밀어내면 될 거야.”
  말이야 쉽지 그게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중원에서도 일류무사들만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아르카스를 제외한 셋은 검술 실력으로는 가능한 것들이었다. 물론 아르카스를 제외한 셋은 검술 실력으로는 일류무사를 뛰어넘지만 마나 운용에 아직 미숙했다.
  휘안의 말을 듣고 바로 시도해보는 세 사람. 하지만 역시 힘들었다. 그런 세 사람ㅇ과 타들어가는 속을 다스리는 아르카스를 보며 휘안이 말했다.
  “일단 내려가서 물이라도 마셔.”
  그렇게 휘안과 일행이 내려왔을 때는 에이라나와 루리아, 에르인이 쌩쌩한 얼굴로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에이라나는 저렇게 쌩쌩한데 이해가 가지만.
  “두 사람...어제 그렇게 술을 마셨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팔팔해?”
  키라이스트가 조금 어이없다는 투로 물었다. 루리아도 숙취가 있었다. 루리아와 아레인은 술을 과하게 먹은 다음날 못 일어 날 때가 상당히 많아Tekl. 그런게 그런 두 사람이 저렇게 쌩쌩하게 있다니 좀 어이가 없는 키라이스트였다.
  휘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이라나에게 다가가.
  “많이 친절해졌네?”
  그 말에 에이라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 허우적거리는게 불쌍해서 취기를 몰아내줬을 뿐이야.”
  두 사람이 쌩쌩한건 역시 에이라나의 작품이었다. 에이라나의 말에 모두의 눈이 번뜩였다.
  “누나 우리도 좀...”
  “말 할 정도면 내가 굳이 취기를 없에줄 필요도 없겠네.”
  에이라나의 냉정한 말에 넷이 휘안을 쳐다보았다. 뭔가 애절한  표정으로, 하지만 휘안은 싱긋 웃으며 네 사람에게 말했다.
  “괜찮아보이네.”
  결국 안해주겠단 것이다. 휘안의 말에 네 사람의 얼굴은 결국 암울해졌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다시 전쟁터로 향하게 된 에이라나일행.
  달콤한 잠시간의 휴식에 수뇌부들은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시 피비린내밖에 없는 정장에서의 삶이 다시 시작이었다.
    휘안VS아프콘 공작
  다시 일 년이 지났다. 이 년째 이어지는 대륙전쟁는 수많은 피를 부르고 있었다.
  메고, 베고, 또 베고, 약한 자는 죽고 강한자만 살아남은 아비규환. 약한 나아는 이전에 멸망했다. 이제는 강한 나라만이 대륙의 땅덩어리를 가지고 경쟁을 할 뿐이었다.
  혼란이 가들한 시기에는 꼭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수많은 전쟁 영웅들이 나왔다.
  크라잉의 불꽃의 마검사 레니스, 로코 제국의 광속의 검 오포로크 공작, 이라노의 용병와 카스 데프론, 제국의 무검 아프콘, 아툰의 죽음의 검 아프카레이나큰.
  그들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영웅들이였다. 그밖에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 자취를 감춘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어떠한 영웅들보다 유명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툰 제국의 세명의 그랜드소드마스터였다.
  이미 유명한 최강의 검사 파멸의 로카나와 은빛 가면의 여검사와 흑안의 검사. 그들이 있는 곳은 언제나 승리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고의 전략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카프라스까지.
  그런 영웅들과 함께 각 나라의 패권을 다투는 전쟁은 계속 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유난희 걸을 때 큰 소리가 난다. 한 여인이 길을 걷고 있었다. 여인의 등에는 대도가, 허리에는 두 개의 검이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은발을 휘날리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여인의 정체는 바로 전쟁 영웅 중 한 사람인 은빛 가면의 여검사 에이라나였다.
  히죽!
  에이라나가 웃었다. 지금 대치하고 있는 나라와의 싸움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륙전쟁 처음으로 제국 대 제국으로의 전트를 지금 눈 앞에 두고 있다. 서로 붙으면 피해가 커질까 우려해 싸우기를 꺼려했던 세 제국 중 아툰과 데프론이! 그리고 신흥제국으로 유명한 오르칼과 로코가 드디어 제대로 맞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에이라나 등은 최전방에 서 있는 상태였다. 특히 지금은 밤! 어둠 속의 에이라나는 더욱 무섭다.
  2년 동안 계속되는 전쟁터에서 제국들이 붙은 적은 별로 없었다. 있어봐야 동맹국들을 도울 때 일어나는 마찰뿐이었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보념 정말 엄청난 싸움이겠지만.
  그런데 처음에는 제국들이 붙었다. 그것도 이제는 넷으로 늘어난 제국들이 각자 붙은 것이다. 이제는 오로칼과 원수나 다름없는 로코가. 그리고 원래부터 앙숙이었던 데프론과 아툰이.
  2년 대륙 전쟁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전투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투인 만큼 거의 각 나라의 전부에 해당하는 병력들이 모였다.
  특히 신흥 제국 오르칼의 전력은 무섭고도 무서웠다.
  2년 동안 무섭도록 세를 불린 오르칼 제국.  모든 것이 다 카프라스 마뇌의 힘이었다.
  “음... 얼마 후면 데프론 제국과 전면전이겠군요.”
  아르카스가 수뇌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 아르카스의 말에 한 귀족이 나섰다.
  “이번 전쟁에 저희 제국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상당히 불리한 입장입니다. 데프론 제국보다 병력이 15만정도 부족한 상태니까요 그러니 기습을 하는 것으로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 귀족의 말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툰 제국과 데프론 제국의 병력 차는 15만. 이럴 때는 기습을 해서 상대 병력의 숫자를 줄여주는 것이 정석이다.
  “과연 데프론 제국이 그것 하나 예상 못하겠소?”
  말 그대로 제국이 그 정도도 예상치 못한다면 정말 말이 안된다.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의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였다.
  “내가 가지.”
  에이라나가 뜬금없이 툭 말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에이라나에게로 향했다. 에이라나와 같이 전쟁을 했었던 몇몇 귀족들은 ‘또?’라는 표정을 하고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물었다.
  “어딜 간다는 말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에게 에이라나가 씨기 웃으며 말했다.
  “아봐, 거기. 설명해줘”
  에이라나가 한 귀족을 가리켰다. 그러자ㅣ 에이라나에게 지목당한, 아르카스가 이끄는 군대의 전략을 맡았던 귀족이 말했다.
  “네리단 전투 이만, 올튼전투 일만 오천, 카프로티안 전투 일만, 코푸로티 전투 일만! 이상입니다.”
  갑작스러운 그 귀족의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너가?”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같이 아툰 제국이 대승을 거둔 전투를 왜 거론하는 것일까?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의 말에 대답한 것은 말을 꺼낸 귀족이 아닌 아르카스였다.
  “저기 자신이 간다고 했던 분이 밤에 가서 적지에 집힌 타격입니다.”
  아르카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아르카스에게 모였다.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아르카스가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그 전투들은 적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던 전투들이지요.”
  그 말에 아프카레이나큰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설마 하는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면...”
  “네 그 전투에서 에이라나 누나 혼다 밤에 처들어가 벤 병사들의 숫자입니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각각 일만 단위가 넘어가는 수의 적을 베었다? 그것도 혼자서? 이건 아프카레이나큰 후작도 불가능한 일이다.
  에이라나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쪽에는 아프콘 공작인가 뭔가가 있지?”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이 끼어들었다.
  “도와줄까?”
  그 말에 고개를 젓는 에이라나.
  “됐다 나 혼자 가지 뭐.”
  마치 아프콘 공작쯤은 별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
  에이라나와 같이 전투를 치뤘던 귀족들은 익숙하지만 다른 귀족들에게는 익숙지않은 모습이었다. 잠시 공기가 얼어붙어었다 어색함 속에 회의는 끝났다.
  에이라나가 몸을 풀고 있었다.
  데프론과 아툰의 진영 사이는 거리가 꽤 멀다. 경공술을 사용해도 시간이 조금 걸리는 거리. 쓸어버릴 만큼 쓸어버리고 튈 생각인 에이라나였지만 아프콘 공작과 붙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다.
  몸을 푸는 에이라나 켵으로 휘안이 다가왔다.
  “적당히 하고 와라.”
  그 말에 에이라나가 어깨를 쭉 펴며 말했다.
  “생각해 보고.”
  에이라나가 준비를 마쳤는지 휘안을 보며 말했다.
  “갔다 오지.”
  “그래.”
  에이라나가 어둠 속을 향해 걸어갔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에이라나의 모습은 진짜 사신처럼 섬뜩했다.
  불빛이 보인다. 불빛을 발견한 에이라나가 걸음을 멈칫했다. 그리고는 흑아를 QHqdkT다.
  솨아아아아!
  바람이 분다. 그리고 에이라나의 기운이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차가운 냉기에서 난폭한 마기로 바뀌었다.
  저벅1 저벅!
  에이라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흠칫!
  “누구냐!”
  에이라나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병사 하나가 소리쳤다.
  그리고...끝이었다.
  툭!
  어느새 병사의 머리는 땅을 구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동료 병사의 죽음에 모두가 흠칫했다. 그것이 그들이 행한 마지막 행동이었다
  잠시 후.
  콰가가가강
  엄청난 폭음과 함께 수많은 병사들이 쓸려나갔다.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한 병사들이 답나사였다.
  병사들을 쓸어버린 흑발과 흑안의 한 여자!
  콰가가가강!
  다시한번 쏟아지는 흑빛 탄검강 다발에 수많은 병사들이 쓸려나갔다. 아비규환의 시작이었다.
  당연히 수뇌부들은 잠이 들어 있었다. 기습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비도 단 한 존재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축을 흔드는 폭음! 그리고 들려오는 병사들의 비명소리1
  수뇌부들을 깨우기에 충분한 소리들이었다.
  “뭐냐! 적들의 기습인가?”
  한 귀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고함은 그 귀족의 마지막 말이기도 했다.
  아비규환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 싸움터 속에서 적을 착실하게 베어나가는 에이라나. 그런 에이라나의 모습은 병사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멈춰라1”
  에이라나 주위로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기사단이 말을 타고 모여들었다. 병사들을 도륙하는 것을 멈추고 에이라나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나하나 범상치 않은 기도를 풍기는 기사들. 병사들은 그런 기사들을 보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쓰답지 않게 멋만 부린 병신들이군.”
  에이라나는 그런 기사들을 보며 냉소할 뿐이었다. 그들의 기도도 에이라나에게는 허접할 뿐이었다. 에이라나가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누며 말했다.
  “충고 하나 해줄까? 그딴 철조각 입고 싸움터에 나오면 가장 먼저 죽기 좋지. 뭐, 충고해봤자 너희는 여기서 죽을테지만 말이야.”
  그렇게 에이라나의 검에서 줄기줄기 검은 강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가. 그리고 기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콰가가가가강!
  역시나 폭음과 함께 기사들을 쓸어버리는 에이라나의 강기!
  모두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기사들마저 쓸어버리는 저 괴물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이때 에이라나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대로 뒤돌아 자신을 향해 내려쳐지는 검을 막아KT다.
  쾅1
  검강과 검강의 충돌로 인해 터져나오는 엄청난 폭음!
  쾅!쾅!쾅!
  그리고 세 번의 폭음이 더 터져 나와KT다.
  “제법이군.”
  에이라나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에이라나에게 바스타드소드를 휘드른 남자. 아프콘 공작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대 데프론 제국의 진영에서 이 난리를 부리는가?”
  아프콘 공작은 중검 위주의 검술을 구사라는 검사다. 그런 아프콘 공작이 점프를 해 위에서 밑으로 검을 휘둘렀는데도 한발자국 밀려나지 않은 에이라나였다. 아프콘 공작 역시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굳어 있었다.
  “나 기습자지.”
  에이라나가 태평하게 대꾸했다
  “흑안의 검사?”
  에이라나의 말에 흑발에 흑안의 아툰 제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중 한 사람을 떠올리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틀렸다.
  “아니지, 휘안 그 녀석은 청은빛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나처럼 검은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거든.”
  “그런 그대는 누구인가?”
  아프콘 공작의 표정이 상당히 안 좋았다.
  ‘혹시 또 다른 실력자란 말인가?“
  “글세? 난 누굴까?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에이라나를 보며 아프콘 공작의 얼굴이 더더욱 굳었다.
  “이곳까지 온 이상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프콘 공작이 무게를 실어 에이라나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그건, 네가 정할 일이 나지.”
  그렇게 히죽 웃은 에이라나가 그대로 옆으로 검을 내질렀다.
  콰가가가강1
  또 쓸려나가는 병사들1
  “놈!”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눈에 불꽅이 튀듯이 눈을 부라린 아프콘 공작이 튀어나갔다.
  쾅!
  다시 시작되는 격돌
  쾅!쾅!쾅!쾅!
  마교의 무공은 난폭하다. 몇몇 빠른 환검과 쾌검, 변검 위주의 무공도 많지만 천마신공들은 패도적이고 빠르고, 변화가 많은 무공이었다. 다시 말해 최고의 무공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상당히 흐름이 잔인한 무공이기도 했다.
  “크윽!”
  에이라나의 거침없는 고격에 아프콘 공작이 밀리기 시작했다.
  쾅1
  키리리릭1
  이제는 힘 싸움
  주르르륵!
  역시 아프콘 공작이 밀리기 시작했가.
  쾅!
  “크윽1”
  계속 밀려가는 아프콘 공작이 결국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에이라나도 손이 좀 얼얼한지 손을 털었다. 그렇게 몸을 추스르고 다시 덤벼들려는 아프콘 공작에게 생긋 웃어준 에이라나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검은색 구체 다섯 개. 바로 벽력탄이었다. 그것을 본 아프콘 공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것은!”
  “호오~ 벽력탄을 알아?”
  이전에 벽력탄에 제대로 당한 전적이 있는 아프콘 공작이니 모를 리가 없었다. 벽력탄 한 개와 그 한 개의 폭발의 여파로 인해 땅 속에 묻어두었던 나머지 벽력탄이 터져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아프콘 공작이었다.
  “그, 그것을 어떻게 그대가...”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아프콘 공작.
  “이게 무너지 알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도 알겠네?”
  에이라나가 싱긋 웃는다. 그 얼굴은 마치 사신의 웃음과 같았다. 에이라나 벽력탄 다섯 개를 허공섭물의 수법으로 공중에 띄웠다.
  까가가강!
  그대로 벽력탄 다섯 개를 검면으로 쳐 각각 다른 곳으로 날아가게 했다.
  쾅! 쾅! 쾅! 쾅! 쾅!
  정확하게 터져 나는 다섯 개의 폭음과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
  “크윽!”
  아프콘 공작이 폭발이 일어난 곳을 둘러보았다. 신음성을 터트리는 아프콘 공작을 보며 에이라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 간다.”
  손을 흔드는 에이라나.
  “크윽! 거기서!”
  그런 에이라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아프콘 공작이어었다.
  쾅!
  하지만 아프콘 공작의 검은 그대로 바닥을 내리 칠 뿐이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에이라나는 도주하는 도중에도 병사들을 도륙하는 것을 잊지 않고 병사들에게 강기를 날려주며 튀었다. 그 결과 데프론 제국은 벽력탄과 강기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에이라나가 돌아왔을 때는 기마부대가 질서정연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주위에 데프론 제국의 척후병들은 처리한지 옛날이었다.
  “여·.”
  에이라나가 태연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런 에이라나를 보며 휘안이 말했다.
  “벽력탄 터트렸냐?”
  “전부 다.”
  “난리가 나겠군.”
  중원에서도 벽력탄을 제대로 맞으면 웬만한 고수들도 뼈도 못 추릴 만큼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그런게 다섯 개나 터졌으니 아마 지금 난리도 아닐 것이다.
  에이라나가 말했다.
  “이제 한바탕 휘젓고 오면 될 꺼야”
  아툰 제국이 노린 것은 바로 에이라나의 공격이 아니라 에이라나가 한바탕 휘저어 놓은 뒤 기마병들을 보내 타격을 닙히는 것이었다.
  지금 한창 난리인 곳을 한번 더 치는 것이니 아마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휘안과 에이라나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오천명의 기습 부대가 출격했다
  “크윽!”
  아프콘 공작이 참담한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단 한명의 공격에 의해 입은 피해만 무려 6000명 가까이 된다. 에이라나가 입힌 피해뿐만 아니라 겁에 질려 검을 마구 휘두르는 병사들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벤 피해도 겹친 것이다.
  그렇게 아프콘 공작이 암담해 하고 있을 때였다.
  두두두두두!
  “응?”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한 기사의 외침이 들렸다
  “기, 기습이다!”
  그 말에 아프콘 공작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두두두!
  “끄악!”
  “사,사람살려!”
  아툰 제국의 기마대가 데프론 진영을 휩쓸었다.
  아프콘 공작의 눈이 찟어질 듯 부릅떠졌다.
  “이놈들1”
  버럭 소리친 아프콘 공작의 검에서 푸른빛 오러 블레이드가 튀어나와KT다. 5000명의 기마부대를 휩쓸듯한 오러 블레이드
  쾅!
  하지만 한 기사에 의해 막혔다.
  “오랜만이오 아프콘 공작.”
  “당신은...”
  바로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아프론 공작의 오러블레이드를 막은 것이다.
  “이익!”
  아프콘 공작이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아프콘 공작에게 오러 블레이드를 날렸다
  쾅1 아프카레이큰의 푸름 검강은 역시 아프콘 공작에게 막혔다.
  쾅1 쾅1
  격돌하는 두 그랜드 소드 마스터!
  아프카레이나큰이나 아프콘 공작이나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기에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부딫치고 있을 때 데프론 제국군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해 오기 시작했다.
  데프론 제국군을 보며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소리쳤다.
  “전군 후퇴!”
  두두두두두!
  기다렸다는 듯 빠져나가는 아툰의 기마병들을 보며 아프콘 공작이 소리쳤다.
  “석궁으로 쏴라!”
  파바바밧!
일제히 석궁을 날리는 데프론 제국군에 의해 꽤 피해를 입은 아툰 제국군이지만 데프론 제국에 비하면 별것 아닌 피해였다.

기습을 가한 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면전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곧바로 정비를 하고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아툰 제국의 예상과는 달리 지난번 카프라스와의 전투 이후에 상당히 신중해진 아툰 아프콘 공작이었다. 그리고 기습네 대한 대비 또한 철저하게 해놨기 때문에 기습도 하지 못하는 아툰 제국군이었다.
  “에잇! 짜증나!”
  에이라나가 짜증을 부리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아프카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뭐야! 뭐? 저쪽이 안오면 우리가 쳐들어 가면 될 거 아냐? 이게 도대체 며칠째야?”
  그러자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나섰다.
  “그대가 삿대질을 하고 dLT는 분은 우리 제국의 황태자요!”
  그런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을 저지한 것은 아르카스였다
  “괜찮아요 후작.”
  그러나 이번에는 아프카아 후작도 한마디 했다
  “좀 심하다고 보네.”
  물론 그 말을 들으면 에이라나가 아니었다. 콧웃음을 치며 계속 자기 할 말을 했다.
  “안 쳐들어오면 쳐들어가면 될 것이고 그럴 생각이 없으면 퇴군하든가?”
  에이라나의 말에 아르카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요, 오늘 저쪽에서 쳐들어 오지 않는다면 내일 이쪽에서 갈 생각이니.”
  기습으로 인한 피해는 4만 정도. 상당한 숫자였다. 에이라나의 활약 덕분이어JT다. 아르카스의 말에도 여전히 마음에 안드는 에이라나가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
  “데프론 제국이 진군해 옵니다!”
  한 기사가 다급하게 막사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 말에 에이라는 히죽 웃었으며 수뇌부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군 전투준비!”
  아프카레이나큰 후작이 큰 소리로 말했다. 본격적인 아툰과 데프론의 격돌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거의 백만에 육박하는 숫자가 평원을 채우고 있다.
  바로 아툰 제국군과 데프론 제국군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며 전투준비를 하고 dLT을 때였다.
  “저번 기습 때 단신으로 와KTejs 자는 나오시오!”
  데프론 제국 측에서 아프콘 공작이 나와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아프콘에게로 향했다. 당당하게 서 dLT는 아프콘 공작의 몸에서는 상당한 기세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 부르는 건가?”
  에이라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휘안이 끄덕였다.
  “널 부르는게 맞는 것 같은데?”
  휘안의 말에 에이라나가 얼굴을 찡그렸다.
  “네가 나가라.”
  에이라나의 말에 이번에는 휘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그 말에 에이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라나의 말에 휘안이 의아해하면 물어JT다.
  “평소라면 네가 나간다고 난리를 부리잖아?”
  그 말에 에이라나가 짧게 물었다.
  “싫냐?”
  “그건 아니지만...”
  “그럼 니가 나가.”
  에이라나의 말에 잠시 고개를 긁적인 휘안이 앞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카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프콘 공작을 양보하는 겁니까?
  로카나의 물음에 에이라나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냥, 이때까지 대부분의 강자는 내가 전부 독식했잖아? 강자와 싸워 나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전투에서 강하다는 명성을 가진 자는 모두 에이라나의 검에 의해 죽고 말았다. 그렇기에 휘안보다 에이라나가 더욱 강하게 각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에이라나와 휘안이었지만 그래도 강자와의 대결은 스스러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
  매일 에이라나나 로카나라는 강자와 붙는 휘안이지만 새로운 상대와 붙어서 나쁠 것 없다. 그리고 이쪽보다는 저쪽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될 것이고 말이다.

  아프콘 공작이 자신 앞에 선 남자를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대는?”
  “남궁휘안”
 아프콘 공작의 물음에 휘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휘안을 바라보며 아프콘 공작이 말했다.
  “흑안의 검사인가?”
  아프콘 공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휘안을 보며 아프콘 공작이 힘주어 말했다.
  “난 분명 기습을 가한 이를 분른 것 같은데.”
  “나를 이긴다면 볼 수 있을 겁니다.”
  휘안의 오만한 말에 아프콘 공작이 그를 쳐자보았다.
  “단 이길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아프콘 공작의 발검! 그리고 휘안에세 달려들었다
  챙!
  어느새 발검했는지 아프콘 공작의 귀신같은 찌르기는 휘안이 뽑은 월아의 검신에 막히고 말았다. 한기를 뿜는 월아를 보며 아프콘 공작은 감탄했다.
  챙!
그러나 감탄하는 것도 잠시였다. 아프콘 공작의 바스타드 them를 쳐낸 휘안이 그대로 아프콘 공작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챙! 챙! 챙!
  검강을 사용하지 않고 부딪히는 두 사람. 그렇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을 때 휘안의 검에 변화가 일어났다
  “월환빙검.”
  휘안의 검에서 차가운 냉기의 검기가 쏟아져 나왔다.
  스악!
  섬뜩한 소리를 내며 휘안의 검이 아프콘 공작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공격으로 인해 아프콘 공작의 경갑이 뜯겨져 나갔다. 검강은 버티지 못해도 검기는 버티는 미스릴이 가볍게 뜯겨져 나가자 얼굴이 굳는 아프콘 공작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오러다. 그런데 오러만으로 저런 절삭력을 낼 수 있다니.아프콘 공작의 검에 오러블레이드가 맺혔다. 그와 동시에 휘안의 검에도 청은빛 검강이 맺혔다. 그리고 재격돌!
  쾅!
  한차례 부딪치며 떨어진 휘안의 검과 아프콘 공작의 검. 떨어짐과 동시에 아프콘 공작의 검이 허공을 일자로 베었다. 휘안이 머리를 숙여 그 공격을 피했다.
  머리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아프콘 공작의 검을 보며 휘안이 그대로 검을 쳐올려 들어갔다. 아프론 공작 역시 휘안의 검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의 공격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쾅!
  “크억1”
  바로 장법! 휘안의 장법에 아프콘 공작이 뒤로 주르륵 밀려 나갔다. 미스릴로 만든 경갑에 손자국이 찍혔다. 휘안의 공격에 아프콘 공작의 입가에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크윽...대단한 위력이군”
  아프콘 공작이 속을 다스리며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런 아프콘 공작의 말에 휘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칭찬 고맙습니다.”
  “봐주지 않겠네.”
  “저도.”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다시 놀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 전과 기세부터가 달랐다.
  쾅! 쾅! 쾅!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달려는 두 사람 사이에 순식간에 세 번의 충동이 일어났다.
  아프콘 공작이 횡으로 휘두르는 검을 막은 휘안이 반탄력을 일으켜 그대로 쳐낸 다음 아프콘 공작의 목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다음 순간 튕겨나간 듯 하던 아프콘 공작의 검이 그대로 멈추더니 휘안의 머리를 향해 내리 찍었다. 흠칫한 휘안이 그대로 물러났다.
  쾅1
  휘안이 있던 자리가 움푹 파였다
  “대단하군.”
  아프콘 공작이 감탄했다. 그런 아프콘 공작의 말에 휘안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대단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또 한번 감탄한 휘안과 아프콘 공작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서로 기회를 엿보던 두 사람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 후 위안이 먼저 움직였다
  탁탁탁탁!
  휘안은 아프콘 공작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달려오는 휘안을 보며 검을 꾹 잡는 아프콘 공작이었다.
  저벅!
  휘아니 오른쪽 발에 힘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흠칫한 아프콘 공작이 뒤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쾅1
  “크으으윽!”
  아프콘 공작이 그대로 밀려나 버렸다. 휘안이 오른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아프콘 공작을 노리고 뒤에서 오른발을 축으로 회전하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크윽...엄청난 빠르기군.”
   역시 휘안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내상을 입어버린 아프콘 공장이 울컥 피를 뱉어냈다. 그런 아프콘 공작을 보던 휘안이 입을 열었다
  “지금 부터가 시작입니다.”
  “크윽 자네 끝이 어딘가?”
  아직 상대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아프콘 공작이었다.
  “글쎄요?”
  솨악!
  바로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휘안! 이형환위의 수법을 보며 아프콘 공작이 당황했다.
  쾅!
  아프콘 공작과 휘안이 다시 격돌하였다
  쾅! 쾅!
  휘안이 아프콘 공작을 거세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중검위주로 싸우는 아프콘 공작이 제대로 밀리고 있었다
  “크윽!”
  쾅1 주르르륵!
  휘안의 연속공격을 다 막은 아프콘 공작이 또 밀려났다.
  계속해서 밀리던 아프콘 공작은 손이 저리는 걸 느끼며 이번엔 자신이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프콘 공작은 알았을까? 휘안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초식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청월환검”
  휘릭!
  휘안이 검에 내공을 주입하며 초식을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생겨나는 수십의 환검!
  엄청난 수의 환검에 아프콘 공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연계..청월참검!”
  휘안의 무공의 무서움은 초식의 위력이 아니다. 바로 연계가 된다는 점이다. 초식과 초식의 조합, 누가 만들었느니 모를 그 엄청난 무공은 에이라나의 천마신공에 뒤지지 않는 무공이었다. 수십의 환검들이 날카롭게 일직선으로 뻗었다. 그리고 아프콘 공작을 베어들어가는 것이 아닌 찔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차자자자장!
  “크억”
  그런 환검들을 보며 아프콘 공작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몇 개의 검에 급소를 찔려버린 아프콘 공작이었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휘안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날렸다.
  콰가가강!
  하지만 아프콘 공작의 오러 블레이드를 피한 휘안의 검에 시퍼런 강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청월광월검의 최강의 초식! 월광!
  아프콘 공작도 위험을 느꼈는지 입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검에 모든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검풍!”
  “월광!”
  쾅!
  아프콘 공작의 검풍과 휘안의 월광이 부딛쳤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먼지가 뭉게뭉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먼지가 걷혀갔다. 감춰졌던 휘안과 아프콘 공작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누가 인긴지 알 수 없는 상황.
  스르르 철푸덕!
  갑자기 아프콘 공작의 상체에 붉은 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러졌다.
  “쿨럭!”
  그와 동시에 피를 토했다. 아프콘 공작의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데프론은...이제 어찌한단 만인가?”
  죽어가면서까지 나라를 생각한 아프콘 공작이 살며시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깨끗한 절삭력.
  에이라나의 천마와는 다르게 휘안의 월광은 아무 변화없이 그대로 직선으로 베어버리는 초식이었다.
  그렇기에 단 한명은 물론 다수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서운 천마와 달리 단 한명에게 일격필살용인 월광. 그만큼 무서운 기술이기도 했다.
  휘안이 눈을 감은 아프콘 공작에게 예를 표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말했다.
  "내가 이겼다.“
  그 말과 동시에 아툰 제국측에서 돌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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